꽃다발을 받은 날

두 번째 편지

by 아기도토리

며칠 전에 커다란 꽃다발을 한아름 안고서 아저씨가 찾아왔어. 너도 알다시피 아저씨는 애정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무뚝뚝한 사람이잖아. 그래서 나는 조금 놀랐어.


“차라도 드시고 가세요.”


나는 말했어. 아저씨는 고개를 저으면서 웃었어.


“일이 있어서 가 봐야 한다. 어머니는 잘 계시냐.”

“평일이니까요. 회사 가셨어요.”

“그러냐.”


아저씨는 더 할 말이 있다는 듯이 입을 달싹였지만 내 눈치를 보고 있던 걸까, 아무 말 없이 손을 흔들고는 집을 나섰어. 색색의 꽃다발만 내 품에 안겨 주고서.

나는 멍하니 아저씨의 뒷모습을 바라보았어. 낡은 갈색 재킷과 너덜너덜한 바짓단. 아저씨가 준 싱그러운 꽃과는 너무도 다른, 초라한 등을.





“화병에 물을 붓고 설탕을 조금 넣으면 꽃이 오래 간대. 플라워푸드를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너무 자주 물을 갈아주는 건 좋지 않대.”


넌 꽃을 관리해 본 적 있니? 조금 부끄럽지만 나는 이번이 처음이었어. 그래서 꽃에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 알 턱이 없었지.


“장미, 튤립, 히아신스.”

“라눙쿨루스, 유칼립투스.”


언니와 나는 꽃다발을 정리하기로 했어. 꽃 이름을 불러가며 물이 든 화병에 꽃을 꽂고 볕이 잘 드는 자리에 놓아 주었지. 꽃만 있어도 집이 화사해지는 기분이었어. 흑백 세상에 조금씩 조금씩 색깔이 입혀지는 것처럼.

하지만 꽃은 오래 가지 못했어.

추운 날 문을 활짝 열어두어서 그런 걸까. 보일러가 따뜻하게 바닥을 데워서 그런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물을 자주 갈아주지 못해서 그렇게 된 걸까.

꽃은 하나의 생명이야. 생생하게 숨을 쉬며 살아있는 하나의 세계.

꽃이 시든 뒤에 우리는 꽃 가게를 찾아, 흰색과 푸른색이 섞인 오묘한 빛깔의 튤립 한 송이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어. 이번에는 꽃이 더 오래 살 수 있도록, 더 오래 우리와 함께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식탁 위에는 늘 한 송이의 꽃이 있었어. 기회가 되면, 앤 너에게도 꼭 보여주고 싶어.


오늘은 이만 마칠게.

잘 자, 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