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에서 실수를 한 날

세 번째 편지

by 아기도토리


앤.


아르바이트하는 시간이 바뀌었어. 너도 알다시피 원래는 아침 일찍부터 점심까지였잖아. 그런데 사장님께서 이제부터는 오전 열한 시에 나와서 오후 네 시까지 일하면 된다고 하셨어.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힘들었는데 잘 됐다 싶었지.

점심의 카페에는 사람이 많았어.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다 점심을 먹고 모두 커피 한 잔씩 마시곤 하잖아. 그래서인지 내가 일하는 가게에도 바글바글 손님이 붐볐어.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카페라테 하나요.”

“요구르트 스무디 주세요.”

“수박 주스 부탁할게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점심시간. 같이 일하는 언니가 주문을 받고 나는 후다닥 커피와 스무디를 만들었어.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우유 거품을 만들고, 믹서기에 요구르트와 얼음을 넣어 윙윙 갈았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박 주스를 만들기 시작했지.

수박 주스는 간단했어. 미리 준비해둔 수박 조각과 얼음과 시럽을 믹서에 넣어 돌리기만 하면 되는 거였거든. 나는 척척 수박 주스를 만들어 카운터에 올려놓았어.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수박 주스를 주문한 사람은 마흔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인상 좋은 남자. 남자는 방긋 웃으면서 고맙다고 말했는데, 허겁지겁 주스를 건네느라 내 손이 미끄러져 버린 거야. 찰랑찰랑 흔들리던 수박 주스가 남자의 발아래에 휙 쓰러져 버리고 말았어.

시간이 멈추고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나에게로 쏠리는 듯했어. 나는 티슈를 들고 남자에게 다가갔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남자의 발은 흥건하게 젖어 있었어. 차가운 수박 음료가 뚝뚝 흐르는 구두와 축축해진 검은 양말. 나는 허둥지둥 남자의 구두를 닦았어. 뒤숭숭한 내 마음과는 다른지 남자는 온화하게 미소 지으며 그렇게 말하는 거야.

“괜찮아요. 구두는 닦으면 되고 양말은 벗으면 되는걸요. 그렇게 사과할 필요 없어요. 누구나 실수 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너무 마음에 두지 말아요.”


무척이나 다정한 손님. 세상은 슬픔으로 가득하지만, 어쩌면 그 안에 작은 행복들이 깃들어 있는 건 아닐까.

흘린 수박 주스를 모두 치우고 두 번째 수박 주스를 만들었어. 이번에는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손님에게 건넸어.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다. 잘 마실게요.”


손님은 생긋 웃으면서 가게를 나섰어.

저 멀리 모퉁이를 돌아 손님이 사라질 때까지, 나는 그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