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편지
한 달 만에 집을 나섰어. 봄인데도 여전히 날이 추웠고 바람은 쌩쌩 불어서 외투를 여며야 했어. 몇 걸음 걷자마자 목도리를 챙겨야 했다는 걸 깨닫고 말았지.
버스가 다니고, 사람들은 저마다 이야기를 나누며 내 곁을 지나갔어. 아이들은 부모 손을 잡고서 뭐가 그렇게 좋은지 깔깔 웃어댔지.
주말의 열띤 풍경, 평화로운 한낮의 거리.
“어서 오세요.”
주말이라 그런지 문구점에는 사람이 많았어. 학용품을 사는 어린아이들이 보였고, 두꺼운 문제집과 공책을 고르는 학생들이 빼곡하게 줄을 이루어 서 있었어.
‘오늘의 할인’ 코너.
나는 잘 팔리지 않는 편지지와 봉투를 가득 쌓아둔 진열대를 둘러보았어. 귀여운 동물이 그려진 편지지도 있었고, 멋들어진 사진으로 장식된 엽서도 보였어.
“찾고 있는 상품이 있나요?”
성격 좋아 보이는 남자 점원이 내 곁으로 다가오며 물었어. 너는 잘 알겠지만 나는 사람 대하는 게 능숙하지 않잖아. 그래서 나는 조금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어.
“오래오래 쓸 수 있는 편지지가 있을까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요.”
“며칠에 한 번 편지를 보내나요?”
“일 년에 한 번 보내게 될 것 같아요.”
내 말을 듣던 점원은 방긋 웃고는 시원스럽게 대답을 내놓았어.
“그렇다면 편지지 말고 다이어리가 어떨까요? 일기장처럼 매일 적어서 일 년 후에 친구에게 보내면, 분명 감동할 거예요.”
“그것도 좋은 방법이네요.”
많은 사람 틈에서 계산을 하고, 나는 다시 밖으로 나왔어. 분홍색 다이어리을 품에 안고 상쾌한 봄 공기를 들이마시며 집으로 걸어갔지. 집에 들어서자마자 다이어리를 펼치고 날짜를 적었어. 분홍색 표지 위에 그런 말을 적는 것도 잊지 않았지.
「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