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느끼며 자라는 아이
자연 한 조각, 마가렛트 숲
<자연 취향>
나는 꽃과 풀, 나무 등 세상의 모든 초록을 사랑한다. 특히 봄의 신록은 내 몸과 마음을 가장 건강한 설렘으로 물들인다. 종종 돌 틈에 자라는 잡풀에게도 ‘불평 없이 자라는 네가 참 예쁘다.’는 말을 건네고서야 지나간다. 그림을 좋아하는 나는 그림을 그릴 때도 꽃과 초록을 자주 담는다.
남편의 취미는 RC, 캠핑, 사진 찍기, 당구다. 당구를 제외하면 거의 자연 속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다. 당구마저도 당구대 위에는 우주의 섭리가 담겨있다고 하니 대우주의 섭리를 품은 취미를 향유한다고 하겠다.
이런 나와 남편의 취향 덕분에 딸은 어려서부터 많은 시간을 자연 속에서 지내왔다. 삽 하나, 바구니 하나, 때로는 맨손으로.
<자연 한 조각 '마가렛트 숲'>
딸이 조금 더 자라서는 학원 가기 전 출출할 시간에, 나는 과자나 간식 한 조각 챙겨나가 딸과 함께 학원 옆 벤치에 앉아서 먹곤 했다. 아파트 오솔길 소나무 아래에 있는 벤치였다. 그곳에서 처음 먹은 과자가 마가렛트였기에 그곳은 우리에게 ‘마가렛트 숲’이 되었다.
또 어느 초가을날엔 들판 대탐험을 하러 나갔다가 더위에 팔다리가 녹을 즈음 정자를 발견했다. 정자가 만든 그늘 속에 들어가 앉자 세상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은 더위에 지친 우리를 되살렸고, 우리는 '하하하' 진심에서 터져 나오는 큰 웃음으로 한참을 깔깔거렸다. 그날처럼 바람이 온몸을 휘감으며 몸속으로 스며들긴 처음이었다. 그날 이후 우리는 그곳을 ‘시원 정자’라고 부르며 종종 들판 대탐험 길에 들리곤 했다.
<다시 자연>
딸이 또 조금 더 자라면서 언젠가부터는 집순이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했다. 정도가 심하진 않았지만 무턱대고 따라나서던 시기는 지났음이 느껴졌다. 그러던 중 코로나가 시작되었고 우리를 포함한 전 세계는 웅크리고 버티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1년을 웅크리고 살아봤지만 기지개를 켜도 된다는 신호가 느껴지지 않아 근무지를 옮겨 남해로 갔다. 소규모 학교에 가면 숨결도 손길도 허락하지 않는 원격 수업 화면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추운 겨울의 끝자락에 알게 모르게 노랑이, 분홍이, 초록이 톡톡 섬을 물들이고 있었다.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학교 뒤편 꿈꾸는 노랑빛의 유채밭은 가을이 되자 코스모스 밭으로 변했고, 그 사이 들판의 벼는 연두에서 황금색 사이의 모든 빛깔을 내뿜은 뒤 대형 마시멜로가 되었다. 마시멜로가 지키는 텅 빈 줄 알았던 논에서는 한겨울 추위 속에서 시금치가 건강한 초록빛으로 다시 자랐다.
우리는 그 시간 동안 시시각각 변화하는 하늘과 바람과 들판과 바다의 모습을 가슴에 담았다. 샌드위치를 사서 바닷가 어딘가에 걸터앉아 저녁 식사를 했고, 원시림의 초록과 같이 짙은 초록빛의 여름 산을 만났으며, 바람을 타고 남해의 하늘을 날아보았다. 시간이 많았던 건 아니다. 오히려 우린 그곳에서 이전보다 더 바쁜 삶을 살고 있었다. 다만 아래 구절을 늘 가슴속에 담아두고 조금 더 움직이려 노력했을 뿐이다.
약간의 각오와 여유로
인생은 너무나 즐겁다.
-니혼바시 요코
업무시간에 업무효율을 높이고, 집에서 뒹구는 시간을 1시간 정도 줄이겠다는 각오, 지금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누리겠다는 마음의 여유로 즐거울 수 있었다. 다시 자연이 건네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봄까치 풀에 사랑을 담는 아이>
‘식물이 아플까 봐 한 송이만 가져왔어요.’ 딸은 나에게 봄 까치 풀 한 송이를 건네며 꽃에게 못내 미안해한다. 쪼그려 앉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작디작은 봄 까치 풀에서 봄을 보는 아이, 그 조그만 꽃 한 송이에 엄마에 대한 사랑을 담아 건네는 아이. 돌 틈에 끼여서도 싱싱하게 자라나는 식물을 보고 ‘자연의 힘은 어디서나 이긴다.’라는 글귀를 남기는 아이. '리틀 포레스트' 영화를 스무 번 넘게 보면서도 매번 아름다움을 느끼고 즐거워하는 아이.
그래서인지 딸은 때때로 나보다 더 느긋하고, 넓고, 강인하다. 딸은 부모도 닮지만, 자연도 닮아가는 것 같다.
<당신만의 마가렛트 숲>
하루 딱 30분, 아니 딱 10분도 좋다. 아이와 동네를 산책하며 길가의 풀꽃을 찾아보면 어떨까? 아파트 벤치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며 과자를 나눠 먹으면 어떨까? 구름이 하트나 토끼 모양이라고 이야기 나누며.
바쁜 어른의 마음을 잠시 비우고 그 자리에 자연 한 조각 품은, 아이들의 평생을 지탱할 '마가렛트 숲' 하나씩 가꿔나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 숲에서 아이들은 안전과 사랑을 느끼며 자연처럼 아름답고 위대하게 자라날 것이다.
‘우리 함께 웃으며 성장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