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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3 - 반박자 늦은 대화

by 로그아웃

반박자 늦은 대화

대한민국에서 카톡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주고받는 메시지는 반드시 도달한다. 이로 인해 숫자 ‘1’ 때문에 다투는 연인과 친구들이 많아졌고, 카톡 시스템은 자연스럽게 사람들 사이에 긴장과 의무감을 심어놓은 셈이 되었다.

그녀에게서 카톡이 왔다.


까톡!

은하 : 네 좋아요! ^^


‘은하의 메시지가 도착했지만, 나는 답장을 보낼지 말지 잠시 망설인다.’

나는 고민에 빠졌다. 그녀가 보낸 시간만큼 나도 기다렸다 답해야 하는 게 아닐까? 아니면 가벼워 보이지 않기 위해 조금 여유를 두어야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하가 나에게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에 신속히 답장을 보내기로 결심했다.


나 : 좋죠! 몇 시쯤 만나면 될까요? ㅎㅎㅎ


‘이번에는 은하가 답장이 늦어지고, 나는 답장이 오지 않는 시간 동안 초조함을 느끼며 기다렸다. 잠시 후, 은하의 답장이 도착했다.’


은하 : 그럼 7시쯤 어때요? ^^ 퇴근하고 가려면 좀 걸릴 것 같아서요.


‘이번엔 내가 늦게 답하자 은하는 자신의 스마트폰 속 1을 주시하며 숫자가 0으로 바뀌길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자신의 메시지를 읽었을지 계속 신경이 쓰였던 거다.’


다른 일을 하고 있었지만 그녀에게 숫자를 기다리게 할 수 없었던 이유로 그녀의 숫자에 응답했다.

나 : 오! 7시 좋아요! 그럼 저도 7시까지 그쪽으로 갈게요! ^^


답장 속도가 관계의 친밀도를 나타내는 척도로 여겨지면서, 사람들은 상대의 반응에 과도하게 신경을 쓰고 있었다. 만약 답장이 느려지거나 늦어진다면, 이는 상대방이 나에게 관심을 잃었다고 받아들이기 쉽고, 이러한 오해는 젊은 연인들 사이에서 헤어짐의 명백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카톡 시스템에서 답장은 곧 상대방의 마음을 가늠하는 도구로 변질되고 있었다.


심지어 카톡 시스템은 사람들의 일정과 메시지 우선순위를 분석해, 메시지를 보낸 사람과 받은 사람 모두 심리적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새로운 대화 방식을 도입하려 하고 있었다. 자동 답장 기능, 자동 이모티콘 기능이 도입되어 사람들이 감정 표현을 더 편리하게 할 수 있게 하려는 시스템이 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디지털 소통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시스템은 인간관계의 본질을 희생시키며 사람들 간 진정성과 자발적인 소통이 점점 줄어드는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인스타그램

저녁 약속 시간이 다가왔다. 나는 약속 장소에 도착해 주위를 둘러보며 은하를 기다렸다. 잠시 후, 그녀가 등장했다. 어색한 미소와 함께 인사를 주고받으며, 우리는 잠시 멈칫했다가 어느새 테이블에 앉았다.

나 : 반가워요! 은하 씨! 사실 카톡으로만 대화하다가 이렇게 직접 뵙는 건 또 다르네요. ^^


은하 : 그러게요. 막상 만나니까 생각보다 조금 어색하기도 하고… 그래도 즐거워요!


우리 대화는 생각보다 빨리 편안해졌다. 평소 카톡 대화에서 나누었던 관심사들이 하나 둘 이야기로 이어졌다. 은하는 가벼운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서로의 취향과 공통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들은 흐름을 타기 시작했고, 어느새 우리는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처럼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 : 은하 씨, 혹시 인스타 하세요? 저도 가끔 사진 올리는데, 은하 씨 것도 보고 싶어요!


은하 : 그럼요, 저도 종종 올리긴 해요. 특별한 건 없지만, 좋아요. 인스타그램 아이디 알려드릴게요! ^^


우리는 자연스럽게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교환했다.


그녀와 인스타그램 친구가 되고 나니, 카톡과는 또 다른 소통 창구가 생긴 기분이었다. 이제는 그녀가 일상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어디에서 무얼 하는지 짧은 스토리나 게시물을 통해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었다. 다음 날, 그녀의 계정에서 새로운 게시물이 올라온 것을 보았다. 거기에는 “흐릿한 저녁 노을” 사진과 함께 “하루가 끝나간다”는 짧은 글이 적혀 있었다.


나는 그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 물론 댓글을 남길 수도 있었지만, 굳이 따로 메시지를 보내거나 장황한 인사를 남기기보다는 단순히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점점 카톡보다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서로의 일상을 확인하는 빈도가 높아졌다. 사진 하나에 “좋아요”를 누르거나 간단한 댓글을 남기는 정도로만 소통이 이루어졌다. 마치 카톡에서 주고받던 짧은 인사말들이 이제는 인스타그램에서 ‘좋아요’로 대체된 것처럼 보였다.

은하 : (게시물에 댓글로) “오늘 날씨 좋죠? ^^”


나 : “그러게요. 은하 씨도 좋은 하루 되세요!”


서로의 인스타그램에 매일 "좋아요"를 누르며 간단한 인사나 댓글을 주고받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나는 문득 의문을 품게 되었다. 우리가 진정으로 소통하고 있는 걸까? 단지 인스타그램에서 상대의 근황을 확인하고 ‘좋아요’를 누르는 것만으로 진정한 만남과 소통이 이루어진 것처럼 느껴도 되는 걸까?


인스타그램은 사진과 함께 짧은 메시지로 관계를 유지하는 수단이 되었지만, 그 안에 진정한 감정과 소통의 깊이는 점차 사라지는 것처럼 보였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서로의 사진을 보고, 간단한 좋아요나 댓글만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점차 익숙해져 갔다. 서로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깊이 알 필요가 없어진 관계는 한편으로는 편리했지만, 그만큼 상실감을 남겼다. 마치 우리의 관계가 사진과 ‘좋아요’ 속에 갇혀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인스타그램은 사진을 매개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장이 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진과 짧은 멘트, 그리고 ‘좋아요’만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유지되는 수준으로 얕아져 버렸다. 서로의 게시물을 보고 간단하게 인사하거나 ‘좋아요’를 누르는 행동은 표면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는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진정으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감정과 마음을 나누는 소통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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