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들어 도시재생 정책은 축소되었다. '도시재생 뉴딜'이라는 정책명을 버리고 '도시재생'이라는 밋밋한 네이밍으로 돌아갔고, 도시재생사업에서 핵심인 거버넌스를 퇴보시켰다. 도시재생사업을 실행하는 기술로써 '거버넌스' 측면에 대한 정책적 퇴보에 대해서는 비판하려 한다.
윤석열 정부의 국토부는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사업을 평가하면서 유형 통폐합, 거버넌스를 폐기했다. 유형 통폐합은 필요했지만 윤석열 정부의 국토부가 제시한 새로운 도시재생사업 유형이 인구감소와 지역활성화에 적절한지 의문이 든다. 그러나 진정 문제는 거버넌스의 폐기였다.
물론 윤석열 정부의 국토부는 거버넌스를 폐기한 적이 없다고 강변할 것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2022년 9월 발표한 [도시재생사업 가이드라인 변경공고]에서 "신규사업 선정 시 광역·현장지원센터는 지자체 자율적으로 설치토록 개정(필요시 지자체 자체 예산으로 설치)"했고, 더구나 "지역주민 역량강화를 위한 S/W부분 사업은 지자체 자율적으로 추진토록 전환하고 필요시 지자체 자체 예산으로 추진"하라고 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 시기에는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했고, 운영비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비에서 집행하도록 했다. 거버넌스를 지원, 구축할 중간지원조직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특성상 중앙정부 혹은 광역자치단체가 예산을 지원해주지 않는 경우, 중간지원조직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의 사례를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오세훈 시장이 당선되고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를 더 이상 유지, 운영하지 않기로 하고, 위수탁 계약 종료 후 폐지를 결정했다. 서울시는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와 기초지자체마다 ㅇㅇ구 마을공동체지원센터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이 기초지자체 마을공동체지원센터의 예산도 대부분 서울시가 지원하고 있었다. 서울시의 예산지원이 종료되자 위수탁 계약 기간이 종료되는 기초지자체 마을공동체지원센터는 폐지되고 있다. 이는 은평구 같은 민주당 구청장인 자치구도 마찬가지다.
사정이 이런데, "광역·현장지원센터는 지자체 자율적으로 설치토록 개정하고 필요시 지자체 자체 예산으로 설치"하고 "지역주민 역량강화를 위한 S/W부분 사업은 지자체 자율적으로 추진토록 전환하고 필요시 지자체 자체 예산으로 추진"하라니... 이것은 지자체장의 의지가 없으면 사업을 하지 말라는 공개적인 지침이나 다름없다.
국토부의 도시재생사업 가이드라인은 주민과 지역공동체의 역량강화, 중간지원조직의 역할 등 주민참여와 지원체계 측면의 거버넌스를 지방정부에게 떠넘기는 정책적 방치이자 포기를 선언한거나 다름없다. 의지가 있는 지방정부야 자체적으로 예산과 조직을 편성해서 거버넌스를 발전시키겠지만, 다수의 지방정부가 거버넌스를 방치하는 모습이다.
현대사회에서 행정 중심에서 거버넌스 중심으로 이행은 전통적 공공서비스의 전달체계에 대한 비판, 협력적 문화의 증대, 기술의 대중화(IT 플랫폼 기술의 대중적 상용화)와 민주화, 빅데이터의 등장을 이유로 이루어져 가고 있다.
이미 한국의 도시들도 행정 중심에서 거버넌스 중심의 도시경영으로 이행 중이다. 즉 관료 중심의 엘리트들이 독자적으로 도시의 경영을 해갈 수 없는 성숙하고 발전된 도시들이 된 것이다. 엘리트 관료들이 도시 하드웨어 중심으로 도시를 경영하던 개발시대를 넘어 도시의 하드웨어가 제대로 기능하도록 하는 도시 거버넌스라는 소프트웨어가 중요한 도시기능으로 자리 잡았다는 이야기이다.
이미 우리 시민들은 관료 등 전문가 중심의 '장소에 대한 권한 독점'을 용인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주민참여라는 거버넌스의 가치에 근거해 지방정부가 장소에 대한 '권한의 독점'에서 '권한을 조정'하는 역할로 이행을 요구해왔다. 마을(장소)만들기, 도시재생, 사회적경제, 지역 혁신 등의 움직임은 바로 '장소에 대한 지방정부의 독점권을 해체하여 거버넌스 조직에 이양'하는 시대적 흐름이었다.
중앙정부는 이런 흐름에 대해 법과 제도의 개선과 재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서자마자 '시민단체 죽이기', '도시재생 거버넌스 포기' 등 행정 중심에서 거버넌스 중심으로 이행하는 도시경영의 흐름에 퇴보적 쐐기를 박아버렸다.
중앙정부의 예산지원만으로는 지방정부들의 전략과 정책을 시행하게 하기 어렵다. 성공하는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도시 어젠다를 실행하는 효율적인 거버넌스가 핵심이다. 도시 정부들은 추진하는 정책 프로그램에 따라 '프로그램 거버넌스', 정책이 이루어지는 장소에 따라 '장소 거버넌스', 외부 자원의 유입과 전문성 강화를 위한 '네트워크 거버넌스' 등을 중첩적으로 구사해야 한다.
이는 도시재생사업도 같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국토부는 지방정부에게 강제적 조항에 가까웠던 도시재생 거버넌스 구축을 지방정부 자율(중앙정부의 예산지원 없음)로 돌려 버려 지난 5년간 어렵게 구축했던 도시재생 거버넌스를 무력화하고 있다.
도시의 비전과 정책의 실현 과정에서 도시 거버넌스는 '플랫폼'의 기반이다. 거버넌스라는 플랫폼 없이 비전과 정책의 실현은 상상할 수도 없다. 이는 도시재생사업도 동일한대, 국토부는 거버넌스라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에 대한 투자를 중단한 채, 하드웨어적 성공을 바라고 있다.
거버넌스 구축은 하루 이틀로 해결될 성질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아니다. 롱텀의 기획으로 투자하고 관리하고, 유연한 시스템으로 성장시켜야 할 도시경영에서의 핵심 도시기능이다. 도시재생사업에서 거버넌스라는 플랫폼 소프트웨어를 퇴보시키는 정책 결정을 한 윤석열 정부의 국토부의 정책적 퇴행은 무책임 행정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