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이름에 집착하는 사람들
"꼭 '타!이!레!놀! 이어야 합니다. 다른 약은 안 들어요"
유난히 특정 약 브랜드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들이 원하는 약 이름과 동일한 약, 포장지까지 똑같은 약이 아니면, 그건 약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사람들. 동일한 성분의 다른 회사 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약은 약이 아니니 도저히 쓸 수 없다고 거부해 버리는 사람들을 하루에도 꽤 많이 목격한다.
약사가 추천해 주는 약은 약사에게 많이 남는 약이라 그 꼴을 도저히 못 보겠다는 사람들도 있고, 텔레비전에 나온 그 약이 가장 유명하고 잘 듣는 약이니 그것만 고집하는 황당한 경우도 있다. 전에 *** 약을 먹었을 때에 질병을 훌훌 털고 일어났으니, 이번에도 그 약을 먹어야 겠다는(전혀 다른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도 상당수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을 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타!이!레!놀!"만 찾는 진귀한 상황이 벌어졌다. 질병청에의 정은경 청장이 "타이레놀"이라는 특정 약 이름을 언급하면서 시작한 타이레놀 대란은 백신 접종 시작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타이레놀은 한국얀센에서 생산하던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 성분의 해열진통제의 브랜드 이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부광약품의 타세놀, 코오롱제약의 트라몰, 한미약품의 써스펜, 녹십자의 타미노펜 등 다양한 브랜드로 출시되어 있지만, 타이레놀만큼의 브랜드 인지도가 없다. 그러다보니 인지도 떨어지는 국내 브랜드 제품들을 보여줘도 아예 거부 당하는 일들이 전국 약국에서 동시 다발로 일어났다.
여기에 한국얀센의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타이레놀의 품귀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하루에도 몇 번 씩 타이레놀 없다고 소리지르는 노인을 마주하는 건 일상이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병원에서 받는 처방전을 보면,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써스펜이알서방정, 세토펜이알서방정 등 다양한 브랜드의 약들을 보고도 뭐가 뭔지 모르던 사람들이 "타이레놀" 이라고 써 있는 약만 찾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그런데 이렇게 된 건... 아마도 앞에 있는 약사를 믿지 못하고, 미디어를 더 믿는... 유튜브를 더 믿는 상황이 너무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어처구니 없어서 허허 웃고 넘기고 마는 나의 모습에 허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