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폭을 맞춰. 자유롭게 날 수 있도록.
속도에 관해 생각해 본다. 마음과 말 그리고 행동의 속도 차이를 떠올려본다.
아이는 요즘 끌적하면 언성을 높이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거친 행동으로 감정을 표출한다. '많이 컸구나' 싶다가도 어느새 똑같은 모습으로 아이와 마주 서 있는 내 모습을 보면 '나는 아직 크려면 멀었구나'를 느끼게 된다. 참았어야 했던 순간에 이미 벌써 내뱉은 말들이, 기다려주어야 했던 순간에 늘 먼저 앞선 행동들이 언제나 지나고 나서야 후회로 밀려온다
나는 매번 마음보다 말과 행동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특히 아이가 끝까지 해낼 때까지 기다려주기보다 그새를 못 참고 대신해주는 일이 많았다. 밥숟가락이 익숙해지기도 전에 먼저 밥을 입에 넣어주고, 아이의 눈으로 위험을 감지하기 전에 눈앞의 장애물들을 치워 주웠다. 이제 막 세상밖으로 나와 걸음마를 뗀 아이에게 내 눈에는 모든 게 두려운 세상이었다.
어젯밤 자주 쓰는 카드 포인트로 디즈니플러스 결재가되길래 웹드라마 <무빙>을 보았다.
초능력을 가진 아들의 특별함이 세상에 들킬까 봐 엄마는 전생에 에 걸쳐 아이를 보호했다. 위험으로부터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못하게' 하는 게 유일했다.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나도 날 수 있었어, 엄마
간담이 서늘했다. 아이가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지금까지 내가 아이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도 '하지 마라'였다. 뛰지 마라, (군것질 많이) 하지 마라, (흘리지) 마라, (더러운 거 만지지) 마라, (쓸데없는 말)하지 마라..셀 수 없이 많은 이유들로 매일 같이 '하지 마라' 라고 말했다. 때때로 특별게 보이는 아이의 고유성을 다름이 아닌 틀린 것으로 받아들이고 고치려고만 했었다. 그리고 위험으로부터 아이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하지 않는 것'이 전부인 줄만 알았다. 어쩌면 요즘 아이가 부쩍 언성을 높이는 일이 많아진 것도 말과 행동이 먼저 앞서는 것도 그동안 충분히 날아오르지 못한 수많은 자유로움과 경험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늘 속도가 너무 빨랐다. 아이가 그 시기마다 겪어야 할 것들을 충분히 겪을 수 있게, 제 속도로 살아갈 수 있게 조금 거칠고 위험해도 스스로 향유하며 아이의 삶은, 온전히 아이 자신의 것이 될 수 있게 기다려주어야 했다.
아이들은 모두 날아오를 수 있다.
아이 등 뒤에 숨어있는 여린 날개는 '하지 마라'가 아니라 '해도 돼' 에서부터 단단하게 피어오를 것이다.
속도를 늦추자. 조금씩 무던해지자.
오늘의 PLAYLIST
잔나비, 투게더!
https://youtu.be/1HfsK4rzr5s?si=Sks3n3P_TqtM2HW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