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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분더 Sep 13. 2023

Big Love

한눈에 보이는 사랑






올해 가장 큰 행운은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다. 작년에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첫 사회생활이 걱정돼서 오전 내내 학교에 있는 아이 모습을 상상했었다. 하지만 1학년 담임선생님은 사진을 한 장도 보내주지 않으셨다. 유치원과 다른 초등학교 분위기인 줄 알았다. 그렇게 포기하고 있었는데 올해 담임 선생님은 달랐다. 개학 첫날부터 지금까지 학교생활 이모저모를 매일 담아 알림장으로 보내주신다. 덕분에 아이가 학교에서 어떤 음식을 먹는지, 쉬는 시간에는 어떤 친구와 무엇을 하는지, 수업시간 표정은 상상 속 그 모습일지. 그토록 궁금했던 학교에서의 아이 모습을 매일 볼 수 있었다.


담임 선생님이 보내주시는 사진은 대게 단체사진이지만 내 아이는 언제나 한눈에 보였다. 언제 어디서나 한번에 찾을 수 있는 아이의 얼굴처럼 살면서 내 눈에만 보이는 사랑은 무엇이 있을까? 한눈에 보이는 거라고는 남들과 다른 나 사이에서 오는 불평불만, 부러움, 노여움, 슬픔, 시기와 질투 그런 것들 뿐이었다. 아이와 비할바는 아니지만 내 눈에 바로 보이는 사랑들을 더 찾아보고 싶어졌다. 단점보다 강점을, 부정보다 긍정을 더 빨리 찾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앞으로의 내 인생이 좀 더 사랑스러워지지 않을까?








내 눈에 보이는 사랑


1. 체크무늬

어딜 가든 내 눈에는 체크무늬만 보인다. 체크무늬만 보면 그냥 사고 싶어 진다. 사전적 의미로 취향은 뜻 취趣 에 향할 향向. 하고 싶은 마음이 쏠리는 방향이라는 의미인데 나는 왜 체크무늬를 보면 자꾸 마음이 향하는 것일까? 아마도 반듯한 직선이 일정한 간격으로 교차하는 패턴이 나에게 안정감을 전해주는 것 같다. 밑도 끝도 없이 흘러가는 내 삶이 가지런히 정돈되는 느낌이 든달까? 아무튼 얼마 전에도 핑크색 체크무늬 가방을 샀다. 들고나갈 때마다 즐겁다.


2. 초밥

단연코 나의 최애 음식은 초밥이다.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초밥집을 찾는다. 혼밥을 먹을 때도, 호르몬의노예로 기분이 가라앉을 때에도 초밥만 먹으면 되살아난다. 가끔씩 여윳돈이 생겼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눈팅만 하던 초밥집에 찾아가 초밥을 입에 넣으면 그저 황홀하다. 그런데 오염수 방류라니! 노르웨이산은 괜찮겠지? 그새를 못 참고 '초밥 맛집'을 초록창에 검색했다.


3. 손글씨 기록장

타이핑 기록도 좋아하지만 손글씨 기록이 내게 주는 정확한 기쁨이 있다. 사람에게는 촉감이 주는 위로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는다. 이를테면 아이와 손을 잡고 걸어갈 때의 온기, 보드라운 이불 위에 누웠을 때의감촉, 추운 겨울 잠깐 음쓰를 버리러 나갈 때 맨발에 전해지는 어그슬리퍼의 포근함 등이 그런 것이다. 손글씨도 마찬가지다 노트를 펼쳤을 때의 종이냄새, 필기구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필기감, 그날의 기분 혹은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는 필체들이 내가 살아있음을느끼게 해 준다. 나 역시 스마트기기에 익숙해져 가는 요즘, 때로는 몇 마디 말보다 작은 터치 한 번이 더 강력한 위로가 되는 듯하다.


4. 플레이리스트

음악이 없었더라면 얼마나 곤란한 인생이 되어있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음악은 나의 가장 행복한 시절을 소환해 주고 이따금씩 버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에도 두 눈이 뜨거워지는 위안을 건넨다. 또 때로는 명치끝이 꽉 막힌 내 속을 뚫어주고 적막한 밤을 혼자 뜬 눈으로 지새울 때에는 든든한 친구가 되어준다. 반대로 온전히 혼자 만의 시간도 선물해 준다. 만원 지하철 안에서, 시끌벅적한 도심 속에서 이어폰에 귀를 맡기기만 하면 언제든 아름다운 공명으로 내 주위를 순식간에 투명한 벽으로 감싸준다. 플레이스트는 아무튼사랑이다.


5. 커피

매일 처음 마시는 커피가 가장 맛있고 그 순간의 희열이 하루를 지탱해 준다. 커피 마실 때 무슨 책을 읽을지, 어떤 유튜브를 고를지, 또는 어떤 드라마나 영화를볼지, 오늘 쓰는 첫 글자는 어떤 것일지 등을 떠올려 보는 것도 커피가 내게 주는 사랑이다. 예전에는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더 좋아서 여행지에서도 카페를 가장 먼저 검색했는데 요즘은 가성비 좋은 커피가 제일 맛있고 그중에서도 백다방 두유로 변경한 카페라테와 메가커피아몬드유로 변경한 카페라테를 즐겨 마신다.


6. 문장 수집

책을 읽거나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강연, 뉴스레터, 예능..., 심지어 지인들과 수다를 떨 때도 기록해두고 싶은 문장을 만난다. 문장수첩을 따로 만들어두고 수시로 꺼내보는데 이 수첩이 비타민보다 명약이다. 수시로 방전되는 마음이 수첩만 펼치면 고속으로 충전된다. 얼마 전에는 나도 기억이 안 날 만큼 오래전에 쓴 블로그 글에 누군가 댓글을 남기셨다. 인간관계에 관해 썼던 글인데 그 누구도 해결해주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에 큰 위로가 되었다고 적혀있었다. 나의 글에 누군가 힘을 얻으셨다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런 의미에서 문장을 수집하는 일은 내가 살기 위한 일이기도 하면서 때로는 내가 세상에 모래알만 큼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선행이기도 하다.



앞으로 7번, 8번…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계속해서 떠올려보고 싶다.  남은 생에 해야 할 일이 끝없는 사랑을 모으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살맛이 난다. 그것도 의욕넘치게!








오늘의 PLAYLIST
- 검정치마, Big Love




https://youtu.be/QJ4fmVJOuxU?si=xTNalkox8jHwap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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