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은 노래방 삐끼로 5년째 일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경찰의 일제 단속에 체포되어 옥고를 치렀다. 다행히 전주가 벌금을 내주고 사식을 챙겨줬다. 출소하는 날 보너스를 두둑이 받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사람들은 전단지를 쓰레기로 보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가구를 홍보하고 펜션을 알리는 것과 똑같은 삶의 현장이며 치열한 마케팅 산물이다. “만지지 못하면 손님이 아니다”라는 문구는 각고의 노력 끝에 나왔으며 세밑 유흥가를 강타했다. 더하여 마트 전단지와는 차원이 다르다. 9x3 센티미터의 크기 안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고뇌는 은행 통장 도안 담당자와 신용 카드 디자이너만이 알 것이다.
그는 잠시 일수, 장기 매매 전단지를 돌렸다. 유흥업소 전단지와 달리 절실한 사람들의 눈에 띄도록 장소와 위치 선점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공중 화장실 변기에 앉았을 때 눈이 가는 높이다. 흰색 바탕에 검은 글씨가 고작인 디자인에 금세 흥미를 잃었다. 이와달리 노래방 전단지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다. 호기심 가는 사진과 문구, 불야성 거리의 700룩스 간판 아래서도 선명하게 빛나게 채도와 명도를 세심히 따졌다.
구속되어 있는 동안 그곳 직원들은 그를 잡범 취급했다. 시험 과목 다섯 개 만을 외워 공무원이 되었다고 안위하는 이들이 무얼 알겠는가. 그는 정확한 재무 기획(FP&A)을 통해 이 사업의 전망을 봤다. 명함형 전단의 단가는 3원이다. 10만 장이면 30만 원. 명함 1천장 당, 한 테이블의 손님만 와도 매출은 대략 100만 원. 10만 장이면 1억이다. 과태료 300만 원을 낸다 해도 남는 장사다.
어떤 이는 거리 환경을 오염시킨다고 비난한다. 고전학파의 절제와 저축만을 신봉하고 케인스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이들의 단견이다. 어질러진 거리는 정부로 하여금 더 많은 청소부를 뽑게 한다. 일자리가 생기고 고단한 몸을 녹이는 국밥집의 매출이 늘어난다. 때에 따라 쓰레기 수거차를 만드는 특장업체(광림, 화인)의 고용 확대까지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고 역삼이 모든 것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비에 젖은 전단지를 쓸어 담느라 고생하는 청소부를 보고 마음이 불편했다. 비 예보가 있으면 전단지를 뿌리지 않는다. 1만 장 당 단위 제곱미터에 버려지는 전단지 수를 예측하기 위해 수리 통계학 공부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