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밥을 주듯이

by 애프릭

고양이에게 밥을 주듯이 자기에게도 밥을 달라고 서울이 말했다. 광주는 쿠팡 이츠에서 배달해 먹으라고 했다. 서울은 다시 한번 말했다. 조용히 시작한 대화가 울림이 되고 싸움으로 번졌다. 광주는 “고양이에게는 팔이 없잖아.” “우린 둘 다 직장인이야.” “나 출퇴근만 두 시간이야”라고 외쳤다. 마지막 말에는 경기도에 역세권이 아닌 것의 서운함과 차가 없는 것에 대한 원망이 섞여있다. 여기서 사람이 더 중요하다고 하면 기후 변화와 녹아내리는 빙산, 북극곰이 등장한다. 참고로 스발자르제도의 북극곰을 17년간 추적한 결과 오히려 체중이 늘었다고 한다. 빙하가 사라져 물개와 바다표범 사냥이 어려워진 대신, 바다코끼리와 순록을 먹으며 잘 살고 있다고 노르웨이 극지 연구소가 밝혔다.


어느 날, 광주의 핸드폰을 보니 용인의 학교에서 온 메시지 555개가 읽지 않은 상태다. 그날 밤 깊은 얘기를 나눴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그녀의 어두운 과거를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외계인에게 납치된 것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하얀빛이 그녀를 우주선 안으로 끌어당겼다. 수술대 위에서 파란 주사와 빨간 주사를 맞았다. 정신이 들었을 때는 충장로 OB 나이트클럽 앞이었다. 꿈인가 했으나 팔뚝에 주사 자국이 있다. 다만 그 후로 아무 일도 없어 묻어두었다. 외계인이 괜히 주사를 놨을 리 없다. 두 사람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애부와 모성 호르몬을 제거한 것이다.


정우성이 변호사로 나온 영화 <증인>에서 자폐증을 앓고 있는 지우(김향기)는 사람들의 감정을 알아채지 못한다. 벽에 여러 얼굴을 그려놓고 이 표정이면 이 감정이라고 익힌다. 광주에게 같은 방법을 써보자고 했다. 용인이 이렇게 말하면 저렇게, 저렇게 말하면 이렇게 호응해야 한다고 적어줬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간섭하지 않는 것’과 ‘방치하는 것‘의 차이 앞에서 여러 번 포기했고, 서울이 울다 멈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용인은 훌쩍 컸다. 독립적이고 사람에 대해 별반 기대하지 않는 처녀로 거듭났다. 이제 애부의 감정(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르쳐야 하는데 자료가 많지 않다. 아내가 남편을 사랑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드물다. 서울은 우주 어디에서 지켜보고 있을 외계인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묘부일체(고양이와 남편은 하나다)를 그냥 외우기로 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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