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울수록 놓치기 쉬운 말의 온도
처음 그 사람을 만났을 때,
그는 자신의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문제가 생기거나 마음이 불편해도, 굳이 말을 꺼내지 않았다.
반대로 나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사람이었다.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이야기해야 직성이 풀렸다.
그래서 초반엔 참 많이 어색했다.
마치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처럼, 같은 일을 두고도 반응과 해석이 전혀 달랐다.
사람들은 종종 “말하지 않아도 알지”라고 말한다.
오래 함께한 사이라면 표정만 봐도,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인지 다 알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 속 우리는 마음을 읽는 초능력을 타고나지 않았다.
말하지 않으면, 그 마음이 아무리 커도 상대는 모를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서로의 속도로 다가갔다.
조심스럽게 마음을 열어 감정을 꺼내고, 서로의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런 말은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이런 행동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안다.
서로 기분이 상했을 때 누군가 먼저 “미안해” 한마디 하면
그 순간부터 회복의 속도가 놀랍게 빨라진다는 걸.
안 좋은 감정을 오래 붙잡아두기보다
빨리 털어내고 좋은 마음으로 돌아오는 일이
우리 관계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걸.
부부가 된다는 건, 너무 다른 두 사람이
한 공간에서 매일 얼굴을 맞대고 하루하루를 쌓아가는 일이다.
먹는 것도, 입는 것도, 자는 습관도 다르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 속에서 조금씩 서로의 모습을 닮아간다.
그래서 이제는 안다.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라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걸.
진짜 알아주길 바란다면, 표현하고 대화해야 한다는 걸.
오늘도, 그에게 말한다.
“사랑해.”
그 짧은 말이 하루를 부드럽게 덮어준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언어가 맞아가는 부부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