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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 Vianney Dec 31. 2022

몬테 올리베토 마조레 대수도원VI

중세 수도원 이야기

전편에 이어서...


29. 아이를 다시 살린 성 베네딕도

하루는 죽은 아들을 팔에 안은 한 아버지가 성인을 찾아옵니다. 그리고 축 늘어진 아들을 살려달라 애원합니다. 성인께서는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을 무리하게 요구하지 말라 하며 떠나라고 하였지만, 아버지는 아들이 살아날 때까지 떠나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웠습니다. 결국 성인께서는 죽은 아이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십니다. "주님, 제가 지은 죄를 보지 마시고, 죽은 아들의 아버지의 믿음을 보시어 당신께서 거두신 아이의 영혼이 돌아올 수 있도록 해주소서". 기도가 끝나자 아이의 심장은 다시 뛰기 시작하였고 성인은 건강하게 살아난 아이의 손을 잡아 아버지에게 인도를 하였습니다.


기적은 초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바라는 사람의 진정한 믿음과 주님의 자비로 세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하느님의 은총임을 다시 한번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이곳의 그림은 애석하게도 출입구를 확장하면서 많은 부분이 소실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그림의 가장 중요한 부분 이리고 할 수 있는 성인의 겸손과 (베네딕도 성인이 아이를 바라보기 위해 머리를 땅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모든 기적의 원천인 하느님의 자비 (하늘을 향한 성인의 오른손) 구하고 있는 모습이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30. 몬테카시노 수도원이 부서질 것을 예언하는 성 베네딕도

이 벽화의 오른쪽 중간을 보면 검은색 옷을 입고 있는 신심 좋은 귀족 테오프로보 (Teoprobo)에게 베네딕도 성인께서 슬퍼하시며 수도원이 야만족에게 부서질 것을 예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 자기의 기도를 들어주시어 수도원이 부서지고 약탈을 당해도 몬테카시노에 있는 수도자들은 한 사람도 다치지 않도록 해주실 거라는 것도 말하고 있습니다. 성인의 예언처럼 수도자들이 강을 건너 무사히 로마로 피신하는 모습들이 그림 속 멀리 보이고 있고, 성인 선종 후 불길에 휩싸인 수도원이 그림 속에서 589년 롱고바르디족에 의해 첫 번째 수도원 파괴가 일어나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몬테카시노 수도원은 그 후로도 884년에 사라센인들에게 파괴가 되었고, 1349년에는 지진에 의해서 그리고 2차 대전 중인 1944년에는 연합군의 폭격으로 처참하게 부서진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도원에 적혀있는 라틴말 'Succisa virescit'라는 말처럼 (나뭇가지가 잘리면 그 가지 끝에서 더 많은 가지들이 솟아 나와 더욱 푸르러진다는 의미) 처음보다 더욱더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는 베네딕도와의 약속을 통해 계속 보여주셨습니다.


이 그림은 소도마가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시키며 인체를 자유롭게 표현한 루카 시뇨렐리의 그림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림 중앙에 역동적으로 표현한 롱고바르디족 사람들과 말들을 그려놓고 있습니다. 특히 가운데 엉덩이를 중심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말의 그림은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스케치한 말의 표현에 비견될만한 것입니다. 말을 타려고 한 발을 올리고 있는 기사가 시종이 전달해 주는 메모 쪽지를 받는 모습은 급박한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고 다양한 인종으로 표현된 사람들은 하느님을 모르는 비 그리스도교 인임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31. 성 베네딕도의 하느님 섭리에 대한 온전한 믿음

한 번은 몬테카시노 수도원이 있었던 캄파니아 지방에 기근이 들면서 수도원에도 빵을 만들 밀가루가 부족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림 속 식당 문 위에는 예수님의 십자가와 마리아와 사도 요한이 그려진 그림이 있고 독서대에서는 규칙서에 적혀있는 것처럼 한 수도자가 영적 독서를 하고 있습니다. 여섯 명의 수도자가 식탁에 둘러앉았지만 음식은 빵 다섯 개와 생선 몇 마리밖에 없었습니다. 부족함으로 오는 불안함과 갈등은 수도원 안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른편 맨 앞쪽 수도자는 왼손으로는 자신의 빵을 이미 잡고 있지만 오른손으로는 옆 수도자의 빵까지 뺏으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그 옆 수도자는 손을 들어 화를 내고 있고 이런 수도자의 분위기는 식탁 아래 개와 고양이의 싸움으로 온전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성인께서는 이런 수도자들에게 오늘은 부족하지만 내일은 차고 넘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다음날 수도원 문 앞에 놓인 밀가루 포대들을 보고 형제들은 놀라며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성인께서는 어려운 때일수록 하느님의 은총이 내려오는 때이고 하느님의 섭리에 대해서 의심하지 말 것을 가르치고 계십니다.


32. 형제들의 꿈속에 나타난 성 베네딕도

새로운 수도원 건설을 위해 형제들을 먼저 보내며 성인께서는 며칠 후에 도착하겠다고 약속을 하십니다. 하지만 약속한 전날에도 성인은 도착을 안 하셨고 형제들은 추위가 느껴지는 방에서 수도복 두건까지 뒤집어쓴 채 잠을 자고 있습니다. 그날 밤 성인께서는 형제들의 꿈속에 나타나 수도원을 보여주시며 지을 각 건물의 위치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꿈에서 깨어난 형제들은 마치 성인이 옆에 오시어 말씀하신 것처럼 생생하게 보고 들은 이야기를 서로 나누었지만 공사를 시작할 생각은 안 하고 계속해서 성인이 오시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결국 성인이 도착하지 않자 성인이 계신 수도원으로 찾아가게 됩니다. 형제들을 본 성인은 오히려 반문하십시다. "형제여 왜 그런 얘기를 하는가? 내가 약속한 날 너희 둘의 꿈에 나타나 각 장소에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말하지 않았는가. 어서 가 꿈에서 내가 지시한 데로 수도원을 건축하여라".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고 놀라면서도 다시 돌아와 꿈속에서 들었던 이야기 대로 수도원을 건축하고 있습니다. 그림 오른쪽 끝에 추를 들고 측정하는 수도사는 이 그림이 그려질 당시에 대성당 기도석의 나무 상감세공 (1503-1505)을 한 베로나의 요한입니다. 형제들의 잠자고 있는 방에 붙어 있는 규칙이 적혀 있는 판이 재미있습니다. ‘sit nox cum somno et sine lite dies’ 밤은 꿈과 함께 그리고 낮은 다툼 없이.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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