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눈동자에 건배

<카사블랑카> 명대사, Here's looking at you, kid.

by 루이보스J

카사블랑카가 모로코의 항구도시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있어도 영화 <카사블랑카>를 모르는 사람이 설마 있을까? <카사블랑카>는 역대 최고의 영화를 꼽는 순위에서 빠지지 않고 1,2위를 겨루는 영화다. 카사블랑카는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요동치는 당시 상황을 잘 담아낸 동시에, 인류의 영원한 테마 사랑과 희생을 낭만적으로 그려낸 시대를 초월한 고전이다. 나 역시 단 하나의 인생영화를 꼽으라고 한다면 좋아하는 우디 앨런 영화를 모두 제쳐두고 카사블랑카를 꼽을 것이다.


카사블랑카는 영화 속의 영화이기도 하다. 우리 앨런은 카사블랑카에 대한 오마주로 Play it again, Sam(1972) 각본을 쓰고 주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얼마나 재치 넘치고 코믹한 지 다 보고 나면 브라보! 가 절로 나온다!) Sleepless in Seattle (1993)에서도 로맨틱한 운명을 꿈꾸는 맥 라이언이 쏙 빠져있는 영화도 카사블랑카다. 그 외에도 Love Actually (2003), La La Land(2016) 등 수많은 작품에서 카사블랑카의 명대사가 등장한다.


"Here's looking at you, kid."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대사가 Here's looking at you, kid다.

같은 대사가 네 번이나 등장한다. 릭(험프리 보가트)과 일자(잉그리드 버그만)가 술잔을 기울 일 때 두 번, 두 사람이 진지하게 미래를 이야기할 때, 그리고 마지막 이별의 장면이다.


직역하자면 “이렇게 당신을 지켜보고 있잖아요. 꼬맹이 아가씨.” 정도가 되겠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 번역을 그대로 따와서 "그대의 눈동자에 건배”라는 로맨틱한 대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1800년대에 미국 술집에서 술잔 바닥이 보이는 잔으로 술을 먹으면서 상대에게 ‘다 보고 있다’는 뜻으로 쓰인 표현이라고 하니 ‘그대의 눈동자에 건배를’이라는 번역이 억지는 아니다. 특히 이 대사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절묘하게 딱 들어맞는다. 흑백 영화 속 잉그리드 버그만은 아름답다는 말조차 무색하다. 그녀의 촉촉한 눈동자는 보석이라도 박힌 듯 반짝인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그대의 눈동자에 건배‘를 다시 써먹는 건 오역이 아닐까 싶다.

함께 떠날 줄 알았던 릭(험프리 보가트)이 일자(잉그리드 버그만)의 행복을 위해 결단을 내린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릭이 고개를 떨군 일자의 얼굴을 만지며

“Here’s looking at you, kid”라고 말하며 일자를 다독인다.


이 맥락이라면, “(어디에 있든) 이렇게 당신을 지켜보고 있잖아요. 꼬맹이 아가씨” 가 더 낫지 않았을까?


Here's Looking At You, Kid - Casablanca (5/6) Movie CLIP (1942) HD - YouTube

#카사블랑카#그대의 눈동자에 건배#영화대사#잉그리드버그만#험프리보가트

커버사진: Unsplash의 Jonatan Moe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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