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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보스J Apr 04. 2023

사랑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거야

영화 <러브 스토리> (1970) 명대사

"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

"사랑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거야."


영화를 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이 대사만큼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사실 <러브스토리>(1970)의 스토리는 진부하기 짝이없다.  

영화 <러브 스토리> (1970)

하버드 캠퍼스 내에 강당을 지어 기증할 정도의 명문 부호 집안의 도련님 올리버 (라이언 오닐)는 당찬 음대생 제니(알리 맥그로)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대대로 이어온 부잣집 가문의 명맥을 이어주길 바라는 올리버의 아버지는 가난한 집안의 딸과의 결혼에 결사 반대하고 나선다.  아버지와의 연을 끊고 사랑하는 제니와의 결혼을 선택한 올리버, 두 사람은 경제적으로는 풍족하지 않지만 행복한 생활을 이어간다.  유학의 꿈을 접고 교사를 하며 뒷바라지해 온 제니, 드디어 올리버가 변호사가 되어 살만해졌는데.. 제니는 불치병에 걸리고 두 사람은 영원한 이별을 하고 만다.


신분차이 나는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에 불치병까지. 이 보다 더 식상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뻔한 스토리에 눈물이 난다. 아름다운 청춘남녀의 순애보가 너무 예뻐서, 제니를 먼저 떠나보내 쓸쓸해 보이는 올리버가 안쓰러워서,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인 1970년대 옛 뉴욕 풍경이 매혹적이어서.



명작이 아니면 또 어떤가. 두 사람이 아이처럼 눈싸움하고 눈 밭에서 뒹구는 이 장면 하나로도 <러브스토리>의 존재이유는 충분하다. 이 사랑스러운 장면의 일등공신은 단연 프랑세스 레(Francis Lai)의 영화음악이다.(프랑세스 레는 프랑스 영화음악가로 영화 <남과 여> (1966)의 멋진 영화음악을 만들기도 했다.) 코끝의 차가운 공기와 새하얀 세상을 그대로 머금고 있는 영화음악  Snow Frolic을 배경으로 사랑이 주는 천상의 기쁨과 천진한 놀이의 즐거움이 눈송이처럼 마구 휘날린다.  이 명장면은 너무나 환상적이어서 언젠가 외계의 생명체에게 인간을 설명하는 영상자료를 만들어야 한다면 꼭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https://www.youtube.com/watch?v=Th0-EJDEdmQ


오늘의 영화 대사로 돌아가서,

"사랑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거야" (Love means never having to say you’re sorry)는 사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번역이다. 언어의 경제성 때문에 간결하게 표현한 것으로 짐작되긴 하지만 엄격하게 따지면 오역이다. 결코 빠져서는 안 되는 ‘having to’ 부분을 살리지 못한 번역이기 때문이다. ‘having to’를 살리면 '사랑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랑은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할 일을 (애초에) 만들지 않는 것’이라는 의미다.


영화에서 이 대사가 두 번 나온다.  한 번은 미안하다고 말하는 올리버에게 제니가, 두 번째는 뒤늦게 며느리의 죽음을 듣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아버지에게 올리버가.


남녀 간의 사랑이든, 부모 자식의 사랑이든 사랑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미안하다고 말해야 할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그러면야 좋겠지만 어디 말처럼 쉬운가. 최선이 어렵다면 차선이라도 택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잘못했으면 미안하다고 꼭 표현할 것.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와 같은 사족달지 않고 깔끔하고 진실한 태도로 말이다.


#러브스토리#영화대사#사과

커버사진: UnsplashFadi X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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