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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 매주 인생 역전을 꿈꾸지만 오늘도 인생 여전

by 이해수 Mar 17. 2025

아, 복권 당첨되면 제일 먼저 뭐부터 하지? 일단 세후 XX 억 원이라고 가정하면...... 나는 종종 복권 당첨에 대한 행복 회로를 돌리곤 한다. 그리고 당첨금 수령까지의 루트까지 이미 완벽하게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다. 일단 당첨되고 바로 돌아오는 주에는 당첨금을 수령하지 않을 것이다. 한순간 내 기분에 따라 큰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단 조금 더 기다렸다가, 다음 주에 농협은행 본사에 방문할 예정이다. 이때 두근거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순간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자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이다. 그 후에는......




종종 주위에서는 복권 당첨이 그렇게 쉽냐며 복권을 사는 나에게 핀잔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복권 당첨도 복권을 사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닌가? 복권을 사지 않으면 당첨도 되지 않으니까. 그래서 복권을 산다. 종종 치킨값이라도 버는 날이 있으니까.



목요일에 로또를 구매한 사람들의 1등 당첨 확률이 가장 높았다고 한다는 통계를 보고 매주 목요일에만 로또를 산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급조한 루틴은 꼭 나사가 하나 빠진 것처럼 어딘가에서 삐끗했다. 목요일에 사려고 기다렸다가 깜빡 잊고 그 주에는 사지 못했다던가, 들뜬 마음에 수요일을 목요일로 착각하고 구매했다든가 하는 그런 일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복권이라고 하면 로또를 떠올리는데, 내가 자주 사는 복권은 연금복권이다. 당첨만 된다면 매달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금액이라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안정적이고 편안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는 퇴직금이라는 게 없기 때문에 '연금'이라는 단어가 내게 주는 유혹은 생각보다 더 달콤했다. 하지만 현실은 낙첨에 낙첨에 낙첨에...... 샷을 네 번 추가한 아메리카노보다 씁쓸했다.



최근에는 일주일을 꼬박 기다려야 결과가 나오는 복권이 아닌, 즉석에서 당첨을 알 수 있는 즉석 복권을 종종 산다. 방법은 간단하다. 같은 숫자나 그림이 나오면 당첨이다. 당첨을 바라며 복권을 긁는 쾌감과 더 높은 금액을 향한 나의 갈망이 합쳐진 복권은 주로 500원부터 1,000원, 운이 좋으면 2,000원 당첨으로 이어진다. X억의 주인공은 왜 언제나 내가 아닌 걸까. 당첨자 한마디까지 미리 준비해 뒀는데.




어떤 날은 좋은 꿈을 꿨다는 이유로 복권을 사기도 한다. 그리고 좋은 일이 연속으로 일어나면 괜히 더 대단한 일이 생길 것만 같아서 복권을 사기도 한다. 단순한 숫자들의 조합을 적어 내려가고, 괜히 큰 숫자의 동전으로 당첨을 확인하면 더욱 확률이 높아질 것 같다는 순수한 믿음으로 가능성에 마음을 기대어 보는 것 또한 지친 삶 속에서 하나의 재미가 되는 일이니까.



하지만 행운은 그리 다정하지 않은 바람과 같다. 손에 쥐려고 잡으면 사라지고, 기대는 보다 빠르게 중독된다. '혹시나'라는 상상 속 달콤한 유혹에 빠져 우리가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현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누구나 꿈 없이 살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꿈에 맹목적으로 매달리지 말자. 우리의 삶에서 진정한 행운은 매일을 꾸준하고 묵묵히 살아가는 순간들 속에 존재하니까.



내일은 지금까지의 현실과 다르게 더욱 멋진 날이 될 거라는 기대, 그 기대를 품은 채 따뜻한 마음으로 잠드는 밤. 어쩌면 지친 오늘을 위로하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믿음을 사는 게 아닐까. 우리의 인생을 바꾸는 건 단 한 번의 행운과 우연이 아니라,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의 작은 선택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선택들은 모이고 모여, 더욱 강한 결집력을 가지고 우리에게 가장 어울리는 형태의 행운으로 되돌아올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늘 온유하지만 단단한 마음으로, 각자의 자리에 서 있어야 한다.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찾아올 행운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하니까.




그래도 아주 가끔은 작은 기대를 품어도 되지 않을까?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 정도는 사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소박한 당첨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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