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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비 May 02. 2023

7일의 우울: 에필로그

마이르포: 나의 PMS

PMS를 극복할 수는 없지만

 물리적인 피임법을 쓰거나 자궁을 적출하거나 완경을 맞이하지 않는 이상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생리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다. pms 또한 마찬가지다.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발현되는 것은 알고 있으나 정확히 어떤 호르몬이 어떤 방식으로 적용하는지는 알 수가 없으며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습관은 있어도 이미 발현된 이상 완벽하게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pms가 사람에 따라 일상에 치명적인 불편을 끼치는 것이 자명하다면, 우리는 이를 어떻게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항우울제 복용

  pms가 정서적인 불편함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에겐 그 '정서적인 불편함'에 걸맞는 대증 요법이 필요하며, 가장 정확한 방법은 바로 정신과 진료 후 항우울제를 처방받아 꾸준히 복용하는 방법이다. 한 달에 7일 뿐일지라도, 생리를 시작하면 증상이 바로 사라진다고 할 지라도, 나에게 일단 항우울제가 필요한 불편한 감정들이 올라온다면 이를 가장 정확하게 제거해 주는 것 또한 정확한 처방약이기 때문이다. 

  항우울제는 장기간 꾸준히 복용해야 개선을 보인다. 결코 단번에 신경세포가 활성화되어 우울감 등의 감정이 사라지게 하지는 않는다.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이상의 꾸준한 복용이 필요하며, 의사 진료를 통해 다른 일상과 건강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장기 복용해도 부작용은 없다. 항우울제의 가장 큰 부작용은 바로 주변의 우려스러운 시선과 선입견이며 이를 극복하기 어렵다면 그냥 영양제를 복용한다 생각하고 마음의 짐을 덜 필요가 있다.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효과가 보이기 시작하는 부분은 오히려 pms가 발현되지 않을 때의 일상이다. 나의 경우는 일상에서 부딪치는 짜증과 분노의 빈도가 크게 줄었고, 우울감과 무기력한 시간도 크게 단축되었다. 요즘에는 이와 같은 감정이 거의 순간에 가까울 정도로 짧게, 작게 발현된다. 일상에서의 감정적 안정감이 pms가 발현되는 시기까지 이어지며 pms는 서서히 완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항우울제는 정서적 불편함을 해결해 주는 처방약이므로 오히려 그동안 정서적 불편함에 가려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신체적 불편함을 맞이하기도 한다. 나의 경우는 붓기, 컨디션 저하, 피로감 등이었다.


받아들이기

  한 달에 7일. 꽤 많은 시간이지만 pms로 인해 컨디션이 떨어지고 피로감을 느낀다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조금 더 성글고 느린 일상을 보내는 것이 pms 극복을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간단한 방법이다. 전날 잠을 너무 적게 잤거나, 너무 춥거나 더워서 컨디션이 떨어질 때와 마찬가지이다. 스스로를 지나치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틀에 가두어 자책하는 것이 pms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스스로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신체의 어떤 부위가 불편한지 돌아보고 확인하면서 스스로를 받아들여 보자. pms가 지나고 나서 더 나은 일상을 살아가기 위한 큰 바탕이 될 것이다. 근거 없는 소리도 아니다. 특히 여성에게 많이 발현되는 섭식 장애 극복을 위한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

  나는 극심한 정서적 pms를 오랫동안 겪어 왔다. 꾸준한 항우울제 복용과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심리 조절을 통해 pms 증상을 많이 개선해 왔다. 그러나 지난 달 이유 없이 극심한 pms와 다시 맞딱드렸다. 스스로를 관찰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도 부정적인 감정에 많이 휩싸였다. 기분이 나쁘고 주변 사람들에게 적대적인 감정이 들었으나 그런 나의 마음을 그저 인지하고 받아들였다. 생리를 시작한 후 그때 꼼꼼히 관찰한 내 모습을 돌아보며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비록 pms 기간에 미처 하지 못한 일들과 내려놓은 일상들이 있지만, 그때 부족했던 것들을 더 나은 에너지와 컨디션으로 메워 가며 평균적인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pms는 결코 극복되지 않을지언정 개선을 위한 노력이 실제 개선을 가져오고 평균적인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pms를 통해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아끼게 되었으며, 나를 좀 더 사랑하고 나에게 좀 더 너그러운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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