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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이면 육아가 끝날 줄 알았다

그러나, 더 델리케이트한 육아가 지속된다

50살이 되면서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내 인생의 전성기라 생각하는 40대의 화려한 날들이 가고, 50이 되자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고만고만 참고 다스리며 견디던 목과 어깨 통증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중하 강도로 지속되고, 스트레칭을 해주지 않으면 몸이 삐걱삐걱댔다. 요가매트와 폼롤러, 볼 같은 것을 하나씩 집으로 들였다.

늦은밤까지 일상처럼 야근을 해도, 그 다음엔 꼭 술까지 한잔 하고 집에 가서 쉬고나면 다음날 아침에 거뜬하게 집을 나설 수 있었는데, 야근을 하루 이틀만 해도 그 한주 내내 아팠다. 언감생심 술자리는 꿈도 꾸지 않게 되었고, 술이 땡기면 혼자 집에서 한잔씩. 제집처럼 들락거리던 광화문 종로 안국동은 한학기 가야 한두번이 전부였다. 약속 잡기도 겁나서 이주에 한번 정도로 모임을 하는 것으로 최대한 자제했다. 인생 최초로 돈주고 긴 운동회원권(필라테스)를 끊었고, 그나마도 강사님 권유로 '재활 필라테스'로 시작했다. 걷는 법, 서는 법, 팔 올리는 법부터 다시 배웠다. 인생에 몇 안되는 '잘한 일' 중 하나다.


그나마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이 자라서였다. 둘째는 고등학교에 가서 1년 반동안 기숙사에 들어갔었고, 집나간 큰 아들은 자기 관리 잘 하면서 멀리서 학교를 다니는 중이었다. 그래서 이제 내게는 육아란 끝난 것인 줄 알았다. ..... 그러나.

좋아하는 채소들만 잔뜩 넣고 달걀로 단백질을 채운 나만의 아침 식사
뚜껑덮어 열기로 익힌 달걀이 맛있다. 후배샘이 미국에서 사다준 알리오올리오 시즈닝을 뿌려 완성
이 맛난 아침식사를 우울한 책과 함께 먹었다

그런데 아들들의 두번째 사춘기가 한꺼번에 올 줄이야.

둘째 아들은 일본대학 진학을 결정한 이후 낭만적 학교생활을 하다가 결국 성적이 잘 안나와서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는 중인데, 그 부산물인 짜증과 피곤은 엄마에게 쏟아붇는 중이다. 큰 아들은 '노동자'에 대한 이상화를 가진 나의 영향이었을까, 30대 사장을 꿈꾸며 졸업 후 바로 5인 이하 사업장에 취업해 높은 월급을 받아 좋아하더니만, 그 월급이 결국 몸을 갈아넣는 대가였음을 이제서야 깨닫고 방황 중이다. 일은 재밌고 젊은날 힘든 건 괜찮다는데, 결국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수준 이하 발언과 태도, 품위 없는 삶에 질려 버린 게 주된 원인인 거 같다. 세 차례에 걸친 진지한 대화 끝에 알아낸 원인이었다.


암진단 후 나에게 집중하며 회복에만 신경쓰고 있던 내게도 다 큰 아들들의 방황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공부해야한다는 숙제가 부여됐다. 우리가 20대였던 시대와는 확연히 다른 시대, 수명이 길어지고, 자본주의는 심화되었으며, 세상의 변화는 너무 빠르고, 평생직장이란 개념은 흔적조차 없는 시대를 사는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가 잘 나와 있는 책이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요약하자면

1. 당신이 청년이었을 때 따랐던 시간표를 기준으로 자녀의 상황을 판단하지 마라. ("내가 네 나이였을 때"는 부적절하고 도움도 되지 않는다)

2. 당신에게서 자율성을 확립하고자 애쓰는 자녀의 필요를 인정하고 지원하라. (그것이 당신 문제가 아님을 명심하라)

3. 당신이 이 관계에서 기대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를 검토하라. (문제가 없을 거라고 기대하지 마라)

4. 자녀에게 상처받았을 때 당신의 감정을 분석하는 시간을 가져보라.(불쾌한 감정은 자녀의 행동에 대한 당신의 해석 때문이다)

5. 자녀와의 일을 곱씹으려 하지 마라. (자녀가 당신을 상처주거나 실망시킨 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지 마라)

6. 자녀와의 갈등을 건설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배워라. (협력적 문제 해결)

7. 당신이 꼭 그래야만 할 때는 의견을 피력하라. 그러나 자녀가 당신의 의견을 특별히 묻지 않는 한 혼자 간직하라.


.... 사실 성인 자녀와 함께 사는 것, 그들을 보조하는 것은 거리감각을 더 잘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정말 힘든 일이로구나. 그러나 나도 맘의 준비를 해야 할 때이다.


밥은 잘 챙겨먹어야지. 2달 전보다 3킬로 정도 줄었다...만, 얼마나 갈지는 확신할 수는 없다.


몇 안되는 재료로 이리저리 다양한 베리에이션을 펼친다. 요리에서만 이러니 살만하다. 인간관계, 가족관계에 적용되면 무척 힘든 일이다.


슬슬 끊었던 밀가루를 먹고 싶은 날이 많아져서 아몬드가루와 카카오 가루를 사서 빵을 만들어보았다. 쓰다. 매우 쓰다. 난화분이 꽃대를 두개나 올리고 꽃을 가득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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