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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이 지겨울 땐

외식 기분 내주는 토마토 달걀 토르티야

백수가 과로사한다더니, 하루하루가 다채로운 일들로 가득차 여기 갔다 저기 갔다 바쁘다. 20년만의 병가를 맞은 내 일상의 큰 일 두가지는 하루 세끼를 잘 챙겨먹는 것과 하루 운동량을 채워 몸을 튼튼히 하는 것이다. 날이 단단해져가는 허벅지는 나의 자랑. 자랑할 데는 없지만.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 곳은 많아, 밖으로 쏘다니다 보면 외식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이번주는 세번의 외식을 즐겼다. 외식에서 되도록 피하려 하는 건 흰밥과 밀가루와 고기. 설탕도 많이 들어있지 않으면 더 좋고. 갖은 양념을 넣은 고춧가루 베이스의 무침요리도 피하고 있다. , 이쯤되면, 먹을 수 있는 게 없다. 호치민에 널린 비건식당, 그곳의 다채로운 메뉴들이 그립다.

아들의 한턱이었던 문화식당 퓨전요리 한상, 민방위를 만나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베트남식당 볶음밥

이주엔 외식을 세번이나 했다. 일요일엔 아들이 민생쿠폰으로 한턱 쏜다기에 좋아하는 혜화동 문화식당에 가서 이집 시그니처인 삼합, 샐러드, 오므라이스를 양껏 먹었다. 버터와 차돌박이를 아주 실컷 억은 거 같다. (피한다더니..)


수요일엔 광장시장 근처 병원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민방위를 만나 선택의 여지없이 늦은 점심식사를 위해 들어간 작은 쌀국수집. 너무 더워 쌀국수 대신 껌찌엔을 시켰는데, 기름먹인 흰 밥풀들이 영 별로였다. 배고파서 남기진 않았지만.

함께 나온 단무지를 오랜만에 먹으면서, 일본 다쿠앙 선사를 기억해내고 위키에서 찾아보았다. 연결하여 배가본드라는 만화를 알게되고, 슬램덩크 작가인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그린 미야모토 무사시의 캐릭터컷을 보고 감동했다.


... 민방위를 학교 밖에서 만난 건 아주 오랜만이었는데, 학교에선 뭐 하라는 요건이 많아 성가신 훈련이었으나, 거리에선 어르신 통제자들이 큰 길에서 비켜나라는 작은 소리에 잠시 불편하면 되는 일이었다. 왜 그런거지? 왜 굳이 학교는?

ㅎ 을지훈련 안하는 것만해도 뭐..

광장시장 ㅇㅂㅂ베이커리에서 빵을 몇개 사서 중부교육청에 근무하는 친구 얼굴을 잠깐 보러 갔다.

친구 만나러 중부교육청 가는 길. 빈손으로 가기가 뭣해서 광장시장 뒤편 방산시장 입구에 있는 아베베에 가 크림빵을 샀다. 빵 이름들이 너무 낭만적이어서 죄다 하나씩 사고 싶었지만, 가격도 만만찮을뿐더러, 저 큰 빵을 가득 채운게 크림이라고 생각하니 교육청 사람들에게 많이 먹이기 꺼려져서 맛볼 만큼만 샀다. 이름이야 제주 각 지역의 낭만을 한껏 담았지만, 재료에는 눈꼽만큼 들어갔을 터. 나도 너무 먹어보고 싶었지만 환우로서 그럴 수야. 패스.

생바질을 넣어 만든 토마토 마리네이드. 색이 너무 이쁘다.

외식을 한 이후엔 더 건강하게 챙겨먹으려 애쓴다. 드디어 한살림에서 바질이 도착해, 재료들을 버무려 토마토 마리네이드 한통을 만들어두었다. 주문한 파프리카도 드디어 와서 샐러드 한접시에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곁들여 먹었다.

학교 1층에서 바라다본 북한산과 운전하고 돌아오는 길의 구름.

새 교감님이 학교에 오신다 해서 오랜만에 슥 학교에 다녀왔다. 이렇게 낯설 일인가.ㅎ 소리소문 없이 돌아오는 길에 구름이 멋있었다. 이젠 진짜 쫑.

제주 여행 동안 소홀했던 필라테스를 본궤도에 올리기 위해 화, 수 이틀 빡센 박샘과 수업하고 돌아오니 방전되었지만, 그래도 공복유지에 성공. 아침에 일어나 맛있는 게 먹고 싶어서 냉장고를 들여다보다가, 오랫동안 먹지 않았던 토르티야를 먹기로 했다. 특별히 냉동새우까지 꺼냈다.

1. 통마늘을 올리브유에 볶다가 2. 토마토, 파프리카, 새우를 순서대로 볶아 소금 후추로 간한 후 3. 달걀 2개를 풀어 넣음
4. 달걀이 다 익어버리기 전에 통밀토르티야를 덮고 익히다가 5. 접시를 위에 덮고 팬을 뒤집어 접시로. 6. 다시 그 상태로 팬에 이쁘게 넣고 익히다 반 접어줌
칼질하고 싶을 때 먹는 나의 특별메뉴 토르티야. 스리라차 소스 조금 얹고. 와인하고 먹으면 딱인데.ㅎ
쌈채소 800그램 드디어 도착. 반갑다!

외식은 줄이는 게 답이다. 외식한 날엔 그걸 씻어낼만큼 더 건강한 밥을 먹자!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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