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향한 사랑과 남편에 대한 분노
두 엄마의 차이
나에겐 두 분의 엄마가 계시다.
친어머니는 자식을 향한 사랑보단 남편에 대한 분노가 더 컸던 사람이다.
결혼 생활 내내 어린 자녀를 집에 두고 친정으로 가버리곤 했다. 어릴 때도 엄마를 쫓아가며 나를 데리고 가 달라고 부탁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이혼 후에도 10년 넘게 자식을 찾은 적이 없다.
아빠랑 재결합 후에도 아빠와 싸우면 그 분풀이는 나에게 왔다. 특히 내가 친정 엄마의 도움이 절실했던 출산과 육아 시기는 엄마가 아빠에게 복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아빠가 돈 줄 테니 내 애를 봐달라고 부탁해도 엄마는 싫다고 했다.
아빠가 엄마한테 잘해야 나에게도 잘할 수 있다는 논리다.
내 마음이 신랑에 대한 섭섭함과 분노로 가득하고 우울할 땐 친엄마와 똑같아지는 나를 본다. 엄마 가지 말라고 우는 애를 두고 집을 나가버린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 분노가 가라앉고
상담을 통해 그것은 나의 망상임을 깨닫고
신랑에 대한 실망과 분노보단
결국엔 아이에 대한 사랑이 더 큼을 느낀다.
새어머니는 언제나 자식이 최우선이었다.
이혼 후 위자료도 안 받고 애만 자기가 키울 수 있게 해달라고 하고 여동생만 데려갔다.
나중엔 아빠랑 이혼한 상태에서 양육비도 안 받고 나까지 거두고 키워주셨다.
여자 혼자 힘들게 벌어서 내 학원비까지 대주면서
친자식과 똑같이 키워주셨다.
그래도 내 어린 시절의 10년은 이런 새어머니와 살아서
다행히 내겐 새어머니께 받은 사랑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친부모에 대해선 여전히 한심하고 분노의 마음이 남아있지만
새어머니 생각하면 눈물이 나도록 감사하다.
친어머니는 아빠가 양육비 줄 테니 자식을 키우라고 해도 싫다고 하고 위자료만 많이 챙겨가셨다. 자기가 자식 어릴 때 키우지 않은 것에 대해서 일말의 미안함도 없고, 그저 자기 자신만 불쌍히 여긴다.
상담을 통해 난 친어머니와 단절했다.
그분은 한 번도 내게 엄마였던 적이 없다.
나는 아빠를 조정할 도구에 불과했다.
상담사님의 한 마디가 내게 많은 깨우침과 변화를 주었다.
"친엄마는 내게 1도 관심이 없어요. 자기 혼자 잘 살고 있는데 왜 거기 가서 기웃거려요?"
나에게 엄마는 늘 새어머니였고, 앞으로는 새어머니께 자식 된 도리를 하라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친엄마는 자기 한갑 때 해외여행 보내달라며 키우지도 않은 딸의 남편에게 돈을 요구했었고
새엄마는 10년이나 키운 나에게 아무 말을 안 해서 엄마 한갑인 줄도 모르고 전화 한 통 못하고, 속옷하나 사드리지 못하고 지나가 버렸다. (그 점이 지금은 무척 죄송해서 엄마 칠순 땐 잘해 드리려고 벼르고 있다.) 그래도 새엄마는 아무 내색 없이 신랑 생일에 백화점 가서 옷 사서 보내고 엄마로서 도리를 다했다.
친엄마는 아빠랑 사이가 안 좋으면 신랑 생일에 선물은커녕 전화 한 통 없다. 자기는 생일 명절 다 챙겨 받으면서...
이제야 깨닫는다.
낳기만 한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고생하며 키워준 어머니의 은혜가 정말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상담을 계기로
늘 시부모에게 전화하겠다며 협박을 일삼던 친엄마와는 이제 인연을 끊을 테니 남편과 시부모님께도 협조해 달라고 부탁했고,
새어머니의 존재를 몰랐던 시부모님께 새어머니를 만나게 해 드리고 인사시켜드렸다.
이제부터는 이 분이 나의 친정 엄마라고...
그리고 나니 모든 혼란이 정리되었다
이젠 남들에게 친정 엄마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하고
남들의 엄마처럼 내 일이라면 발 벗고 달려와주는
단 한 분의 엄마와 제대로 관계 맺고 있다.
친어머니랑 연락을 안 하니
내 약점 붙잡고 협박도 안 당하고,
아빠를 조정하려는 도구로 이용되지 않으니
불편했던 감정 소모가 많이 해소되었다.
앞으론 내게서 친엄마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새어머니처럼 늘 자식 사랑이 0순위인 엄마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