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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선우 Apr 24. 2022

결혼 10주년의 상처

애가 어릴 땐 부부 사이가 멀어진다.

작년은 우리 부부 결혼 10주년이었는데

난 극도로 예민해서 늘 가시 돋친 듯 화를 냈

신랑도 상처가 컸던 것 같다.


그래서 결혼 10주년에 아무것도 없이 지나갔다.

그땐 그게 많이 섭섭해서 화도 심하게 내고, 상처도 주고, 이혼하자며 엄청 울었다.


오늘 비폭력대화 3단계 신청을 고민하다가

연수 날짜가 결혼기념일이라서 바로 신청했다. 결혼기념일, 생각하니 이젠 상처가 되어서 갑자기 또 눈물이 났다. 신랑이 원망스럽거나 미운 눈물이 아니라

10주년 화목하게 잘 기념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도 있고, 아쉬움도 있고, 행복하지 못했던 어린 아기와 산후우울증의 나를 떠올리니 안쓰러웠다.


그때가 가족 모두에게 상처로 남아있다.

그날이 이젠 두려워졌다.

그냥 기념 안 하고 바쁘게 넘어가는 것이 마음 편할 것 같다.


신랑은 농담처럼 결혼기념일이 인생 최악의 날이라고 내게 했던 말이 기억난다.


신랑에겐 그런 날이라서 기념하기 싫었던 걸까...

내게 상처가 심해서 소심한 복수를 그런 식으로 한 걸까...

지금은 내가 심하게 화내고 상처 주는 말을 했음을 안다.

그냥 무감각하게 서로 바쁘게 사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서로 상처가 컸던 시기다.

아이 태어나고 지금까지...

그때가 가장 행복했으면 좋았을 텐데

내 삶에서도 가장 불행했던 시기다.

생각하면 눈물 나는...

앞으론 결혼기념일 안 챙기며 살 것 같다.

10여 년 전 연년생 애 낳아서 나와 같은 전철을 이미 밟은 친구들의 그 눈물과 예민함들이 이젠 내 것이 되었다.


가족과 함께가 오히려 상처가 되어서

난 혼자 행복한 무언가를 찾는 것 같다.


인정 욕구에서 자유롭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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