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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Aug 16. 2024

혼밥 잘하는 어른

요즘 어른이라면 혼밥정도는

거뜬히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얼마 전 읽었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에서 이런 말이 있었다.


가장 가치 있는 삶은 홀로 지낼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있다.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은

굳이 다른 사람과 만나 희생할 필요가 없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의지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며 나 자신을 전적으로 신뢰할 때

가장 행복할 수 있다.


다른 사람과 교제가 적을수록 좋다는 것이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혼자서 잘 놀기로 유명하다.

혼자서 잘 돌아다니고 혼자서 사진도 잘 찍고

이리저리 혼자 놀기의 달인? 까지는 아니지만 혼자서도 참 잘 논다.

그렇다면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혼자 놀게 되었을까?


결혼을 하고 두 아들을 낳고 나는 늘 셋이었다.

남편은 회사일로 바빠서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게 일상이었고

그런 남편과 다투다 보면 삐져서 말도 안 하기도 하고

또 그러면 나는 두 아들을 데리고 어디든 차를 몰고 다니기 시작했다.

아이들 체험장소 아이들 갈만한 곳 좋은 곳 등등

안 가본 데가 없을 정도로 열심히 다녔다.

아마 지금처럼 SNS가 활발한 시기였다면

나의 후기들이 제법 인기가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렇게 셋이서 열심히 다니다가 어느새 두 아들은 청소년이 되고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점점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나는 오전 시간이 늘 여유로웠다.

그래서 오전시간을 활용하기 시작했고.

세 남자가 나가고 나면 차를 몰고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오후에는 강의가 있기에 울산 안으로

여기저기 다니기 시작했다.

두 아들과 함께 했던 장소들을 다시

찾아가 보기도 하고 유명한 카페도 혼자 찾아다녔다.

독서를 하게 되면서 혼자 하는 시간들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새로 생긴 카페나 조용한 카페에 가서

브런치를 먹으며 책을 읽기도 하고

혼자서도 밥을 먹기 시작했다.

혼자이기에 거하게 먹을 수는 없지만

혼밥 하기 좋은 식당들을 찾아내고 다니기 시작했다.


자주 혼밥을 하다 보니 이제는 익숙하고 음식을 시켜놓고 책을 읽고 먹으면서 책을 읽기도 한다.

한 가지 혼밥을 할 때 미안해하는 부분이 있는데

혼자 가서 테이블 하나 차지하고 있는 게

죄송해서 빨리 먹는다던가 아니면

가격이 비싼 메뉴를 시킨다던가

아님 꼭 사이드 메뉴를 하나 더 시킨다는 것이다.

혼자 가서 저렴한 메뉴 달랑 하나 시키는 게 여전히 죄송스럽기 때문이다.

특히 바쁜 점심시간에 내가 한자리 차지하고 있을 땐 최대한 빨리 먹고 나가려고 노력한다.

나도 장사를 해보았기에 혼밥이 편하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약간의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요즘은 예전보다 혼밥 할 수 있는 가게가 많고

여행자들이 많으니 더 당당해지고 있긴 하다.


얼마 전 복지회관 운영위원 모임이 있었다.

이야기 도중 최근 들어 1인가정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1인 가족들의 고독사도 많고 1인 가족들을 위한 복지정책도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혼자 사는 사람들

혼자 밥 먹는 사람들

혼밥 물론 해도 되지만...


함께 먹을 수 있다면 밥은 함께 여럿이 먹는 게 최고이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이 글을 마무리하고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둘러앉아 밥을 먹기 위해

밥 차리러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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