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이전 글에 이어서 좀 더 써야지, 써야지 했지만 마음만 굴뚝이었다. 굴뚝같이 우뚝 서서 나를 돌아보고 있는 내 마음, 그 녀석을 위로해 주고 싶었지만, 현실이 어찌나 내 발목을 억세게 붙잡고 있는지.. 쩝. 아쉽기도 하고 허망하기도 했지만, 그냥 이렇게 끝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자위하기로 했다.
어쩌면 이 글을 쓰는 동안 마음이 평안을 얻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쓰지 않더라도 이미 내 마음은 동요치 않는 단단한 녀석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녀석. 그래 니 녀석. (토닥토닥)
소설 속 정인은 나였고, 동욱은 남편이었다. 현실의 나와 남편은 소설처럼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20년을 같이 살아왔다. 과거를 공유하는 부부로서 살고 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정인이 아니고, 남편도 더 이상 동욱이 아니다.
우리는 새롭게 살고 있다. 만날 보던 얼굴, 결혼 20년 차에 어떻게 새롭게 만날 수 있는지 의아하겠지만, 우리는 해냈다. 정신화 작업으로 가능했던 것일까? 그래 그럴지도. 글로 풀어낸 것도 의미가 있었을까? 그래 이건 정말 그런 것 같다. 글쓰기 작업은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안정화하는 데 엄청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물론 더 많이 쓰거나 더 정교하게 쓰거나 더 상상해서 쓰거나 하는 것들이 더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그냥 내가 필요로 하는 만큼, 내 그릇만큼만 써도 된다. 내 마음, 그 녀석이 안정을 찾고 위안을 받았음 된다. 그 녀석을 좀 더 가까이에서 들여다 봐주고, 좀 더 사랑해 주고 위로해 줬음 된다. 과하지 않게, 부족하지 않게. 그냥 딱 그 정도면.
땡큐. 감사한다. 늘 언제나 브런치에게.
자주 들르지 못해도 늘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브런치에게.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브런치에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