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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by 김혜정

《이제는 나를 돌보는 시간》



프롤로그



나는 오래도록 엄마를 지켜야 한다고 믿으며 자랐다.
엄마가 힘들어할 때마다 나는 등을 토닥이고, “괜찮아”라고 말하던 아이였다.

그 말은 사실, 엄마를 위로하기 위한 동시에 내 불안을 달래기 위한 주문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딸’이라기보다 ‘엄마의 엄마’였다.
엄마의 눈치를 읽고, 기분을 살피고, 내가 기분 좋게 웃어야 가족이 평화롭다고 믿었던 사람.
상담 공부를 하고서야 그것이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니라 ‘부모화’였음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엄마를 탓하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엄마의 생을 이해함으로써 나의 생을 다시 써 내려가려는 시도다.

나는 상담자가 되어 다른 이들의 상처를 들여다보면서,
결국 내 안의 어린 딸—늘 엄마를 걱정하던 그 아이—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 아이를 이해하고 돌보는 일은, 결국 엄마를 용서하고 사랑하는 일과 닿아 있었다.

이 책은 그래서 한 사람의 성찰 기록이자 화해의 기록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 기록은 ‘부모화된 자녀의 경험’을 탐구하는 연구의 밑그림이 될 것이다.

엄마에게,
그리고 세상 모든 “엄마의 엄마였던 딸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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