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세 아들을 둔 엄마의 언어

양육 솔루션 part3

by 김혜정

쌩~ 하고 칼날 같은 바람을 일으키며 엄마가 저벅저벅 앞장서 걸어갑니다. 그 엄마의 꽁무니를 따라 쫄래쫄래 남자아이가 뜀을 뛰듯이 따라 걸어갑니다. 엄마는 통나무 앞에 털썩 앉았고 뒤이어 아들도 콩 하고 앉았습니다. 둘 다 앉자마자 가마솥 안을 울리는 것 같은 목소리로 엄마가 말합니다. 어찌 들으면 성악을 연습하는 톤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엄청 크고 우렁찬 목소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엄마가 얘기했어, 안 했어!!”

“......”

“니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면 된다고 했니? 엄마가?”

“......”

“그 친구는 너한테 양보했잖아. 근데 너는 왜 안 해!! 친구가 너한테 양보했을 때는 그게 좋아서 그랬겠어? 그러면 너도 똑같이 양보를 했어야지!! 근데 왜 안 하고 너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해. 어? 그렇게 하면 된다고 했어, 안 했어!!”

“......”

아이는 훌쩍이기 시작합니다. 우물우물거리면서 무어라고 말하고는 싶은 것 같습니다. 그치만 무슨 말인지 또박또박 대답이 안 나옵니다.


“왜 말을 못 해!! 어? 여섯 살이나 됐으면 너 생각을 분명히 말할 줄 아는 나이잖아!! 생각도 할 수 있고!! 근데 왜 고집만 부리고 있어!! 어?”

아이는 점점 소리 내서 울기 시작합니다.

“너 여기 사람들 있는 곳이라고 해서 엄마가 너 못 혼낼 줄 알아? 니가 큰 소리로 울면 사람들한테 피해 주는 거고, 그러면 엄마는 집에 갈 거야!! 엄마가 분명히 얘기했어!! 너 큰 소리로 울면 집에 간다고!!”


아이는 그 사이에 끄억끄억, 크앙~~ 끄억끄억, 크앙~ 공룡 같은 소리를 내면서 찜질방이 떠나갈 듯 울고 있습니다. 2~3미터 떨어진 곳에 그들이 앉아있었기에 고개를 돌려서 쳐다보지도 못하고 그저 모든 상황을 피부로 느끼고만 있었습니다. 바로 옆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묵묵하게 있던 아이 아빠는 아이 엄마의 신호를 받았는지, 아니면 화가 치밀었는지 얼른 일어나 성큼성큼 남탕 쪽으로 발길을 옮기십니다. 집에 가야 한다는 으름장을 들었던 그 꼬마 아이는 숨 넘어가는 울음을 토해내며 아빠의 뒤를 놓칠세라 총총 뛰어갑니다.

이 상황에, 머리끝까지 화가 뻗치고 답답하고 속상해 미칠 것 같지만 그 와중에도 아이를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일념으로 주변 사람들에게까지도 신경을 껐던 엄마의 마음이 뭔지 잘 알면서도, 저는 그 자그마한 6살 남자아이가 너무 불쌍해서 울컥하고 눈물이 솟아올랐습니다. 아이를 쳐다볼 수도, 위로를 건넬 수도, 엄마를 탓할 수도 없는 그저 관찰자의 위치에 있는 1인이었지만 내가 그 안에 개입되어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내 일 같았습니다. 그 아이의 엄마가 나였고, 그 아이는 우리 큰아들의 어릴 적 모습 같았습니다. 물론 저는 바깥에서 사람들 있는 곳에서 그렇게 소리쳐 본 적은 없습니다. 집안에서만 호령을 했지요. 하지만 집안에서 불타올랐던 화는 그 아이 엄마의 화와 똑같았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아이가 6살 정도 되면 의사 표현을 똑바로 하고 친구들끼리 놀 때 상호작용도 원만히 할 줄 알았던 거죠. 엄마가 그동안 열심히 가르쳤고 또 책에서도 많이 읽었으니까 순리대로 척척 언어생활도, 인간 관계도 무난히 해 내리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은 그러지 못합니다. 어떤 일의 과정이나 인과 관계를 설명하는 것, 자기 생각을 조리 있게 얘기하는 것, 자기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남자아이에게는 어려운 일일 수 있습니다. 게다 6살이면 다 할 줄 안다니요. 그건 아이들의 개인차를 무시한 어른의 잣대였던 거죠.

그 아이가 아빠를 따라가고 나서 저는 엄마도 곧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에 언뜻 고개를 돌리다 보게 되었습니다. 엄청 두꺼운 책을 무릎에 얹어 놓고 읽고 있는 그 아이의 엄마의 모습을요. 아아~~!! 깊은 탄식이 속으로 꺼져 들어갔습니다. 그래요, 그 사람은 바로 과거의 내 모습이었어요. 6살이면 또박또박 말을 잘하고 의사 표현을 할 줄 알며 친구에게 양보도 할 줄 알게 된다는 걸 그 아이 엄마도 책으로 배웠구나!! 나와 비슷한 사람이 여기 있었네. 아아~!! 앞으로 힘들어서 어쩔까. 괜한 걱정과 연민에 가슴이 찡해 옵니다. 그 젊은 엄마도 지난날의 나처럼 무지 애를 쓰고 있는 중이야. 자식을 잘 키우려고, 온몸으로 책임감을 뒤집어쓰고 있어. 남편은 옆에서 그냥 있을 뿐이야. 엄마의 지시와 명령만이 가정을 지키는 열쇠가 되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찜질을 하고 나왔습니다. 그러곤 앉은 채로 애처롭게 곤히 잠든 그 젊은 엄마의 모습도 보았습니다. 조금 있으니 '띠용~'하고, 맑게 씻은 고운 얼굴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6살 꼬마 아이가 엄마 옆에 와서 조잘거리고 있었습니다. 아빠도 있었고 형아도 있었습니다. 엄마도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아들들과 정겹게 맥반석 계란을 까먹고 있었습니다.



아~ 아들 둘, 남일 같지 않았습니다. 특히 둘째 아이에 대해서는 제가 좀 껴들어서 뭐라도 말해 주고 싶었습니다. 아이가 지금 말을 안 하려는 게 아니라 하고 싶어도 머릿속에서 문장이 정리되지 않아서 말로 꺼내지 못하는 거예요. 남자아이들은 절대적인 나이를 기준으로 키우면 안 돼요. 책에 나온 건 올바른 지침은 맞지만 내 아이의 발달 과정과 일치하지는 않아요. 많이, 정말 오랜 시간을 기다려 주셔야 해요. 잠시 몇 분이 아니라 2~3년을 기다려 주셔야 할 수도 있는 거예요. 아이의 언어가 발달하고 사고가 정립되려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과정을 겪어야 해요. 단순히 엄마가 또박또박 논리적으로만 말을 잘해준다고 해서 아이가 엄마를 따라 유창하게 말하게 되는 게 아니에요. 사실, 제가 듣기에도 엄마의 언어는 너무 어려웠어요. 어른들끼리 말하는 수준이었거든요. 아이는 엄마의 말을 거의 못 알아 들었을 거예요. 왠 줄 아세요? 엄마가 성대를 확장해서 목소리를 변조했고 평소보다 훨씬 고압적인 자세로 아이를 납작하게 눌러버릴 것처럼 무서운 목소리로 말했기 때문이에요. 아이는 엄마의 목소리에 이미 귀먹었고 압도당했을 뿐이에요. 아이는 자기가 저지른 행동 때문에 찜질방을 이제 곧 떠나서 집에 가야 한다는 엄마의 협박에 겁을 먹고 말았어요. 뭘 잘못했는지는 벌써 까먹었어요. 그건 중요하지도 않았지요. 아이는 찜질방에서 더 놀고 싶기 때문에 앞도 뒤도 아무것도 볼 수 없고 그 안타깝고 슬픈 마음을 악과 울음으로만 표현했던 것이죠.

그러니 울면 안 된다고 다그치지 말고 최대한 쉽고 간결하게 상황을 정리해서 말해 주세요. 아이가 듣고 이해할 수 있도록이요~

남자아이는 장난감 때문에 싸우는 일이 많을 거예요. 자기 것도 있지만 남의 것도 가져보고 싶기 때문이죠.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예절을 가르쳐야 하는 건 백번만번 옳아요. 하지만 양보를 안 했다고 해서 찜질방을 나가야 한다는 건 너무 부당한 일이 아닐까요?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난 극단적인 결론은 오히려 아이에게 혼란을 주게 될 겁니다. 친구와 다툰 이유, 그 갈등의 접점을 찾아서 그럴 땐 니가 이렇게 말하고 행동했더라면 더 좋았겠다고 짚어주는 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친구의 마음도 이랬을 거야 하고 입장 바꿔 생각하도록 유도해 주면 되구요. 만약 그 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면 사과를 시키고 서로 마음을 풀도록 했다면 이런 부정적인 경험은 피할 수 있었을 거예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아이의 울음소리보다 엄마의 고성이 주변인들을 더 불편하게 했답니다. 집 밖에서 아이를 윽박지르고 혼내지 말아 주세요. 밖에서 혼난 경험은 아이의 뇌리에 박힙니다. 화가 많이 났어도 그 순간의 감정을 폭발시키지 마시고 화를 가라앉힌 후에 아이에게 엄마 마음을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부모님께서 감정을 가득 실어 혼내셨었는데 그게 결국 마음속에 앙금으로 남아 있더라구요. 아이를 사랑하시고 노력하시는 만큼 어조는 담담하고 편안하게, 화내기보다는 잔잔한 톤으로 이야기해 주시면 아이도 잘못한 거 잘 알고 서서히 고쳐 나갈 거예요.

4~5세부터는 아빠와 함께 양육하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아빠가 책을 읽어주고 운동도 같이 해 주셔야 합니다. 혼자 모든 짐을 지려고 하지 마세요. 아이 양육에 대해 남편과 대화를 많이 나누세요. 아빠의 역할은 사춘기 때 엄청나게 중요해집니다. 그때 힘을 발휘하려면 어렸을 때부터 함께 키우는 것이 발판이 됩니다.

5~6세에는 자의식이 싹 뜨는 시기이고 이중사고가 가능하며 타인의 마음이 자기와 다르다는 것도 이해할 줄 압니다. 하지만 자의식이 커지는 만큼 자기가 못하는 것은 안 하려고도 하고 고집도 많이 부립니다. 그럴 땐 실수를 하더라도 많이 용인해 주시고 못해도 괜찮다고 꼭 말씀해 주세요. 아이의 자존감은 부모의 시선으로 만들어집니다. 부모에게 무시받은 아이의 자존감은 높을 수가 없습니다.

6~7세에는 지식욕이 왕성해집니다. 엄마와 아빠 모두 딴 때보다 책을 많이 읽어 주세요. 도서관에도 가고 서점에도 가 주세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섭렵하게 해 주시고 특히 사회성 발달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어 주세요. 책을 성우가 연기하듯 재밌게 읽어 주셔서 함께 책 읽는 시간을 밝은 에너지로 가득 채워 주세요. 그리고 단순히 책만 주르륵 읽고 덮는 것이 아니라 서로 경험했던 일도 이야기하고 아는 것도 공유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워 주세요. 아이의 말을 끊지 말고 끝까지 잘 들어주세요. 존중받은 아이가 남을 존중하는 법이니까요. 남을 진심으로 존중해 주는 만큼 사회성은 저절로 좋아집니다.


동네에 아이들과 엄마들이 참 많습니다. 우리 아이가 언제 저렇게 조그맣다가 이렇게 부쩍 컸나 싶으면서도 이미 오래전에 지나가버린 시절, 나는 얼마나 고단했던가를 한번 더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한창 어린아이를 키우시는 부모님들께,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되셨음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첫아이의 엄마는 다 똑같아요. 마음만은 사랑으로 충만한데 표현에 사랑이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뒤돌아서면 눈물이 나고 미안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깨닫게 돼요.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사랑보다 더 큰 인내심과 내려놓음의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이죠. 그래요,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래서 더 가치 있는 일이죠. 이 세상에 부모보다 더 위대한 사람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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