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 0~3세

양육 솔루션 part2

by 김혜정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 뱃속부터 3세까지

익히 들어서 다들 아시겠지만 엄마의 뱃속부터 만 3세(만 36개월)까지의 행복한 기억이 평생을 좌우합니다. 이 영유아기 아이들의 뇌는 성인 뇌의 80%까지도 성장한다고 하니 얼마나 그 중요성이 큰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만약 제가 큰아들을 키울 당시 이 연구 결과를 알고 있었다면 아마 다른 선택을 했을 거예요.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을 탓하고 통곡하며 후회한다 한들 소용없는 짓이겠지만 그 당시의 무지 앞에서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그리고 우리 큰아들 앞에서도 머리숙여 사과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0에서 3세까지, 뭐가 그렇게 중요한 걸까요?

0~3세까지는 애착 관계가 형성되는 시기입니다. 주 양육자와의 상호 작용 속에서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는 느낌을 받으면 건강한 애착이 형성되는 것이죠. 배고프다, 불편하다는 상태나 감정을 울음으로 호소했을 때 양육자가 곧바로 대응을 해 주면 자신이 관심의 대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고 즉시 편안한 감정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리 울어도 양육자가 신경 써 주지 않고 돌봐 주지 않는다면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스스로 위축되고 세상을 믿을 만한 공간으로 인지하지 못하게 됩니다. 결국 이런 경우는 불안정 애착이 형성되는 것으로 귀결되고 맙니다.

이러한 애착 관계는 아이의 뇌 발달과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받은 아이의 뇌와 달리 엄마로부터 방치당한 아이의 뇌는 어떤 모습인 줄 아십니까? 바로 다음 사진과 같은 모습입니다. 방치한 3세의 뇌는 정상적인 3세의 뇌보다 훨씬 작고 쪼그라들어 있습니다. 이것은 부모의 양육 성향이 자녀 두뇌의 크기까지 결정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출처 : 신경과학협회, Society for Neuroscience


부모가 아이를 잘 돌보면 아이의 스트레스를 낮추어 해마가 잘 발달될 수 있게 됩니다. (워싱턴대학교 세인트루이스 아동심리학과, 조앤 루비 교수) 뇌의 해마는 학습과 기억에 관여하고 감정 행동과 일부 운동을 조절하는데 뇌의 해마가 크면 스트레스에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 좋은 기억력과 인지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죠.


뇌는 0세부터 3세까지 급격하게 발달하는 거 아시지요? 아이는 태어날 때 두뇌가 1/3만 발달되어 있습니다. 2000억 개의 뇌세포가 다양한 자극에 의해 서로 연결되면서 나머지가 완성되는데요. 36개월 동안 부모가 제공하는 환경에 따라 뇌의 회로나 뇌의 신경이 발달되고 필요 없는 신경은 잘라냅니다. 이 시기에 아이들의 뇌는 성인 뇌의 80%까지 발달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0~3세까지의 아이한테 부모는 정서적 안정감을 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가장 먼저 열리는 뇌가 감정을 감지하는 정서의 뇌이기 때문입니다.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에 필요한 기본적인 감정이 바로 이 시기에 완성되는 것이죠. 혹시 인간관계가 어려우신가요?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감이 별로 없으신가요? 그렇다면 여러분의 3세 이전에 감정의 뇌가 제대로 자라지 못했던 까닭일지도 모니다. 정서적 포만감, 충만한 사랑을 3세까지 받았는가 이것이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사랑받고 자란 아이는 그렇지 못한 아이보다 더 똑똑하고 다른 사람과 공감할 수 있는 사회성도 더 발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부모의 양육 방식에 따라 아이의 스트레스 양도 달라지고 기억력과 인지 능력까지 바뀔 수 있는 것이니 얼마나 중요한 걸까요? 알츠하이머성 치매라고 들어보셨지요. 이것 역시 해마와 관계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100년 동안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아가게 할 기둥은 곧 부모의 양육법이라 할 수 있겠죠.


저는 지금 후회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우리 큰아들을 너무 일찍 어린이집에 맡긴 것, 바로 이것이에요. 타임머신을 탈 수만 있다면 저는 우리 큰아들이 22개월일 때로 돌아가서 제 생각을 바꿔 놓고 싶어요. 그 시절 저는 아이와 단둘이 집에 콕 박혀 사는 것이 너무 힘들었습니다. 매일 똑같은 삶을 사는 느림보 거북이 같고

느림보 거북이

아무리 변화를 주려고 노력해도 그저 쳇바퀴 안에서만 뛰고 있는 기분이었어요. 아이는 또래보다 말이 많이 느렸고 이렇게 아이를 집안에서 가두다가는 사회성도 못 기르고 떼만 늘겠구나 싶었습니다. 또 저 자신도 아무런 발전 없이 가정주부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환멸감도 현타로 왔고 남편만 외벌이를 하다 보니 경제적으로도 부족함이 많았더랬죠. 그래서 아직 말도 잘 못하고 소통도 안 되는 아이를 18개월부터 어린이집에 적응시키려고 부단히 노력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아이는 도통 저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22개월이 되었을 무렵에서야 인상 좋아 보이는 원장님께 아이를 맡기기로 굳게 작정을 했습니다. 그때 우리 아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1시간씩 잠깐 놀면서 적응하는 과정으로 일주일 체험하는 동안 우리 아들은 형아들과 재밌게 놀았을 뿐, 앞으로 자신이 그곳에서 온종일 엄마와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필연적 사실을 전혀 알 수가 없었죠.. 각할 때마다 그 시절의 아들이 불쌍하고 저는 죄인이 됩니다. 아이에겐 전혀 기억할 수 없는 과거에 불과하지만 저에겐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일입니다. 본격적으로 아이를 맡기는 시간을 늘리고 떨어지기 싫어하는 아이 손을 놓아가면서 억지로 어린이집에 보냈고 저는 뒤돌아 울면서도 그게 맞는 방법이라고 우겼습니다. 내가 일을 하는 게 맞다고, 백 번 천 번 되뇌고 되뇌었지요. 그깟 내 생활이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아이를 12시부터 8시까지 8시간씩이나 낯선 곳에 떼어놓고 사회 구성원이 되길 원했던 걸까요.. 우리 아들은 그때 발음도 명료하게 하지 못했고 의사 표현도 잘할 수 없었는데 말입니다.

그런 생활이 반복되면서 아들은 밤에도 잠꼬대를 심하게 하곤 했고 몇 번씩이나 울다 깨고 가끔 소리도 지르곤 했습니다. 아침마다 어린이집에 보낼 때도 가기 싫다고 징징거리고 버텼는데 매일마다 아이를 억지로 꼬드기고 설득하는 일도 참 힘들었어요. 원래는 아침 9시에 가야 할 것을, 제 일이 끝나는 저녁 8시까지 있으려면 원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 것이 너무 가혹해서 최대한으로 줄인 것이 12시였죠. 다른 친구들은 아침 9시부터 와서 놀고 많은 활동 후 12시에 점심 먹고 나면 곧바로 낮잠을 자는데 우리 아들은 가자마자 점심을 먹고 남들 다 자는데 잠이나 왔을까요. 오후 4시면 하원하는 친구들이 있고 6시가 되면 모두들 엄마를 따라 집에 갑니다. 우리 아들만 덩그러니 혼자 남으면 원장님과 원장님 남편 분과 뭘 하면서 놀았을까요. 그분들이 제가 믿고 생각하는 것만큼 우리 아들, 말 못 하는 우리 아들과 정답게 잘 놀아주셨을까요. ㅠㅠ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ㅠㅠ 저는 그때 저녁 8시에 저희 아파트 앞까지 우리 아들을 차에 태워 직접 데려다 주신 원장님 남편 분께 그저 감사했을 뿐, 의심 따윈 시도하지도 않았어요. 물론 나쁜 짓을 하실 분들은 아니었을 거라고 지금도 믿지만 우리 아들이 얼마나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를 생각하면 제 어리석음에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

우리 아들은 세 돌까지도, 아니 일곱 살까지도 말을 잘하지 못했어요. 발음이 불명확해서 “그래서 그랬다고?” “뭐라고?”하면서 정리하고 되묻기를 반복했지요. 그냥 말이 늦되나 보다 정도로만 생각했지, 언어 능력이 모든 학습의 기초가 된다는 것이나 어려서 0~3세까지의 뇌 발달이 인생 전체와 연관이 있을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아이는 엄마의 사랑을 먹고 자랍니다.


그래서 저는 혹시라도 예민한 기질의 아이, 혹은 엄마와 떨어지기를 두려워하는 아이를 키우시는 부모님이라면 절대 일찍 어린이집에 보내지 마시길 부탁드리고 싶어요. 아이는 엄마 품에서 충분한 사랑을 받으며 자라야 합니다. 크게 잘 해주는 것이 없어도 괜찮아요. 아이는 엄마의 사랑만 있으면 안심하고 행복해 합니다. ㅠㅠ. 아이는 많은 걸 바라지 않아요. 아이를 두렵고 낯선 곳에 내버려 두지 말아 주세요.

지금 우리 큰아들은 다행히 잘 자라고 있습니다. 16살이지요. 몇 해 있으면 성인이 되네요. 착하고 바르게 잘 컸습니다. 밖에 나가면 인기도 많고 운동 신경이 뛰어나서 체육부장도 도맡아 하고 있어요. 친구와 자전거를 타고 편도 50km나 되는 남산까지 갔다가 다섯 시간 만에 돌아오기도 하고 요즘엔 친구들과 돈까스랑 떡볶이도 먹으러 잘 다닙니다. 집에서는 집안일도 잘하고 반수생 거북이 물도 잘 갈아주고 숙제도 알아서 잘합니다.

하지만 어려서 방치된 흔적 때문인지 스트레스에는 너무 취약한 편이에요. 전문가들의 말씀처럼 3세까지 보호를 잘 받지 못한 탓인지 해마는 많이 발달하지 못한 것 같아요. 기억력이 짧은 편이라 배운 것도 쉽게 잊어먹고 그러다 보니 공부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요. 남들은 한두 번 보면 외우는 것도 본인은 자꾸 까먹고 제자리걸음이니 공부 의욕이 사라지기 일쑤죠. 시험 결과를 보고는 좌절하고 아무리 부모가 옆에서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 얘기해 주고 격려해 줘도 스트레스 상황에서 헤맵니다. 그런 모습이 노출될 때마다 저는 제가 그렇게 만든 것 같아 속상합니다. 그래도 아직 인생을 다 산 건 아니잖아요. 힘을 또 내서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계속 달래주고 보듬어 줍니다. 0~3세까지 아이한테 무조건적으로 베풀어야 했던 사랑과 행복의 기억이 결핍되면 이렇게나 오랜 시간을 빙 둘러 가야 한다는 걸 깨달으면서요. 그러니 여러분, 3살까지 아이의 삶을 절대 외면하시면 안 됩니다. 3살의 행복한 기억이 평생을 좌우하는 거니까요.

위에가 큰아들(6세 때), 아래가 작은 아들(2세 때)~^^겸둥이들



p.s. 예전 글에서 30대 워킹맘을 고민한다면 누가 뭐라든 미래를 위해 일을 하시라고 권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조건이 있어요!! 아이가 분리불안이 없고 어린이집에 가는 걸 좋아한다는 조건 말이죠. 둘째의 경우엔 18개월부터 보냈지만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더 똑똑해지고 사회성도 좋아지는 걸 느꼈거든요. 그러니 중요한 건 아이의 기질을 먼저 파악하는 겁니다. 분리불안이 있는데도 만 3세 이전에 다른 사람에게 양육을 맡기면 정말 속상한 일이 생길 거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어요.



만약 당신이 아이가 태어난 후 1000일 동안 관심을 기울인다면, 그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ㅡ 런던대학교 심리학과, 피터 포나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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