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믿어도 되는 건가

by 김혜정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

이걸 어떡하지.

갑자기 먹구름이 드리운다.




10월의 브런치 공모전을 앞두고 아마도 싱숭생숭 가슴이 벌렁거리다가 남일 같았다가 뭐 매 해 열리는 거니까 나는 내년에 도전? 아니면 나의 실패는 성공의 외할머니 정도 되니까 그냥 시도라도 한 번? 하는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시간은 흘러가는 구름처럼 좀처럼 잡을 수도 없고 썰물처럼 빠르기도 참 빨라서 브런치에 입문한 지도 벌써 만 9개월이 지났다. 타고난 글발과 넘치는 지성을 가진 분들이야 벌써 자기만의 글쓰기에 초몰입된 상황에 1년이 안 된 시점에서 책을 내기도 하시지만 나같이 옆집 누나동생같은 사람은 아직도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애초에 계획했던 것이 우리 큰아들이 나중에 결혼할 때가 다가오면 ‘엄마가 널 생각하면서, 너의 탄생부터 청소년 시절까지의 너의 행적을 썼노라.’ 하면서 건네 줄 책 한 권을 쓰는 거였고 그 한 권의 책을 자비로라도 출판하려던 시점이 2023년이었기에 아무리 공모전이 축제처럼 열린다 해도 난 동요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글쓰기를 브런치에서 시작한 이상 공모전 자체에 아예 관심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 프로젝트 대상을 거머쥐었던 작가들에게는 일말의 호기심은 있었다. 그래서 수상 작가의 책 한 권을 읽어보기로 했다.




작년 대상 수상작보다 내 눈길을 끌었던 건 다름 아닌 정지음 작가였다. 그는 2020년 <젊은 ADHD의 슬픔>으로 대상을 차지했는데 그 제목은 화살처럼 나의 눈에 날아와 뇌 속까지 침투한 상태였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제목을 오마주했다는 것 자체부터 참신했다. 그래서 다른 책들보다도 먼저 그분의 책을 읽고 싶었고 올 해에 출간한 책을 먼저 읽기로 했다.


저자가 실제로 성인 ADHD를 진단받았으므로 두 번째 책인 <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라는 책에서도 ADHD와 관련된 내용이 네 잎 클로버 책갈피처럼 사이사이에 끼여 있었다.


이 책을 얼마쯤 읽었을 때 마음에 와닿은 페이지에서 멈춰 얼마 전에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그 페이지의 내용은 그날 갑작스럽게 내린 소나기와 동시에 내 마음을 동요시킨 비범하면서도 평범한 것이었다. 초이스 작가님의 책이 출간된 기념으로 그 책 읽기를 중도에 멈춘 후, 바쁜 일상을 지나 다시금 그 책을 집어 들게 되었다. ‘이렇게 문장을 범상치 않게 쓰니까 프로젝트 대상이 되는 거지~ 아무나 되는 건 아니야~.’ 속으로 수십 번을 감탄하면서 읽어 내려갔다. 언어유희도 재밌고 발상도 참신하고 진솔한 자기 얘기도 좋았다. 그러다 이 분이 아직도 브런치에 글을 쓰고 계실까 궁금해졌다. 만약 전업 작가가 된 후에도 글을 올린다면 더 좋겠다는 바람도 들었다.



정지음 작가는 내가 브런치 입문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유튜브에서 본 적이 있었다. 브런치 대상 작가로 소개받으며 민음사 편집자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홍보 영상이었다. ADHD라고 하는데 겉으로 보기엔 과잉행동 장애 같은 건 전혀 없었다. 보통의 평범한 시민일 뿐이었고 차분하면서 잘 웃고 소통도 잘하는 분이었다. 카메라 앞이라 긴장되고 혀도 꼬일 법한데 목소리도 또랑또랑하고 전혀 눈치도 보지 않는 솔직하고 대범하기까지 한 작가였다. 그땐 이미 본인의 책이 출간된 이후이니 자신감도 충만했겠지만 어쨌든 ADHD 작가가 말도 잘한다는 사실도 무척이나 신기했다. 그동안 ADHD라는 질병에 지나친 편견을 갖고 있었던 것이 미안해 따름이었다.




아무튼 폰을 들고 브런치 홈에서 ‘정지음’을 검색해 보았다. <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정지음 작가님의 책을 읽다가>라는 제목이 맨 위에 떠 있었다. 아, 누가 또 글을 올렸네? 하는 순간 그다음의 서문을 보고 내가 올린 글인 것을 알아챘다. 그러고 나서 작가 이름으로 다시 검색을 하니 익숙한 작가의 옆모습 얼굴 사진이 반갑게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도 아닌데 혼자 친근했다.


글이 54개밖에 안 되는 것을 확인하고 맨 처음의 글부터 차례로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두 번째 글에서 더 나아가지는 못다.


그것은 <ADHD 자가진단과 변명>에 관한 글이었는데 스무 개의 문항에 내가 YES라고 응할 만한 것들이 두루 있어 보였다. 친절하게도 작가는 자가진단 테스트를 링크해 두었고 곧바로 나는 테스트에 들어갔다. 총문항은 22개였고 20점 이상이면 ADHD라는 것이었다. 뜨악. 나는 19점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가끔 그렇다’를 ‘자주 그렇다’로 두 개만 체크했더라도, 아니면 ‘전혀 그렇지 않다’를 ‘항상 그렇다’로 잘못 체크했더라면 나는 20점을 족히 받았을 것이었다.


하... 그렇구나. 내가 평소에 좀 이상한 부분이 많긴 했지. 지하 주차장까지 갔다가 핸드폰 가지러 다시 집에 올라가는 경우도 허다하고 말을 너무 많이 해서 요즘 아들들한테 “엄마는 말이 너무 많아~.”라는 핀잔도 듣기도 했으니. 이뿐이야? 책 읽다가 잡생각 삼매경에 빠지는 건 나만 아는 내 주특기에 요즘 조심성이 없어서 실수도 많아지고 떠오르는 생각이 있으면 즉각적으로 말하고 싶어 한다고!! 아이씨. 내가 ADHD일 수 있다니!! 흑. 이건 간단 테스트니까 정확하진 않을 거야. 그래도 정밀 검사는 받지 말자. 나 그 정도는 아니야~. 어차피 정지음 작가도 잘만 살고 진짜 작가까지 됐잖아. 괜찮아!! 그래!! 괜찮아!!




스스로를 다독이는 순간, 갑자기 또 다른 걱정이 밀물처럼 다가와 거품을 내기 시작했다. 핫! 우리 큰아들 걸로 해 보면 몇 점이나 나올까. 전지적 참견 시점으로 후폭풍을 일으키며 다시 검사에 돌입했다. 하... 아니나 다를까. 정지음 작가만큼(62점)은 아니지만 높은 점수가 나왔다. 34점ㅠㅠ


나에겐 관대했던 내가 아들의 점수에 관대할 수는 없었다. 안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걱정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는데 이렇게 10분 만에 그 뜬구름 잡던 걱정이 합리적인 걱정으로 판명되는 것이 정녕 가능한 것인가?

혼란스러운 상황에 남편이 퇴근했다. ADHD는 유전성도 있다는데 이제 남편도 테스트를 시켜볼 참이다. 내 유전자일 가능성이 크지만 말이다. (계속)

keyword
이전 07화통제형 엄마의 비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