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의 <불안>, 그리고 <영향에 대한 불안>
“이 세상에서 힘들게 노력을 하고 부산을 떠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탐욕과 야망을 품고, 부를 추구하고, 권력과 명성을 얻으려는 목적은 무엇인가? 생활필수품을 얻으려는 것인가? 그것이라면 노동자의 최저 임금으로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 삶의 위대한 목적이라고 하는 이른바 삶의 조건의 개선에서 얻는 것은 무엇인가?
다른 사람들이 주목을 하고, 관심을 쏟고, 공감 어린 표정으로 사근사근하게 맞장구를 치면서 알은체를 해주는 것이 우리가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부자가 자신의 부를 즐거워하는 것은 부를 통해 자연스럽게 세상의 관심을 끌어 모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위와 이름이 있는 사람은 온 세상이 주목한다. 사람들은 그의 행동에 관심을 가진다. 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p.17~18)
예술가들은 다른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예술가들은 어떻게 예술가가 되는가? ‘영향에 대한 불안’을 가짐으로써 예술가가 된다. 예술가는 다른 예술가에게 너무 강력한 영향을 받아서 자신이 아류가 될까 봐 저항하게 되지만 그 저항은 예술가들에게 매우 필요한 것이다. 왜냐하면 저항하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예술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향에 대한 불안’은 다른 데 또 있다. 바로 대중이 끼치는 영향이다. 예술가는 대중들의 의식을 대변하는 존재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자기를 좋아하는 대중들에 대하여 자의식을 갖고 불안을 느껴야만 한다. 대중들은 자신들의 에너지를 예술가에게 투사하고 예술가는 거기에 투항하지 않고 자기 것을 만들어갈 때 대중들과 예술가의 요구가 맞물리면서 새로운 ‘나’를 찾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