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두피질환 및 모발 손상에 대해 상담하여 상태가 개선될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하고 관리한다. 두피 측정기를 이용하여 고객의 모발이나 두피 상태를 측정하여 결과에 대하여 고객에게 설명한다. 고객의 식습관, 건강상태, 유전 등 상담을 통해 고객의 정보를 습득하고 문제의 원인을 판단한다. 적합한 관리 프로그램을 수립하고 스케일링, 영양제 등을 이용하여 두피 및 모발을 관리한다. 상태 개선을 위한 제품을 소개하고 관리방법을 상담한다. 두피모발 제품을 개발하기도 한다. [출처] 두피모발관리사 (한국직업사전, 2016.)
바야흐로 2007년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그때 나이 서른셋, 따끈한 대리 시절. 양식 조리를 배우기 몇 해 전 주말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러다 미래에 어떤 직종이 떠오를까를 고민했다. 찾고, 찾고 또 찾던 중 뷰티 사업 중에 아직 떠오르지 않은 분야가 두피가 아닐까, 펑하고 필라멘트에 불이 들어왔다. 스트레스가 많은 직장인들에게 지금도 이미, 그리고 언젠가 닥쳐 올 탈모 재앙, 그 탈모를 관리하는 두피모발관리사! 그리고 당시 가능했던 국비환급 과정으로 학원을 등록했다. 출석 인정 시 수강료의 80%를 환급해 주는 과정이었다.
주말반으로 첫날 찾은 학원엔 수강생이 단 네 명. 미용실을 운영하는 분과 농협 행원, 웰라 직원, 그리고 나까지 여자 세분에 청일점으로 혼자 끼어 쉽지 않은 수업 시간이 예고되었다. 다행히 강사는 남자분이었다. 실기 시간이야 수업만 들으면 되었지만 실기 시간은 두 명씩 조를 편성해 서로에게 케어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컨택이 많은 실습은 강사님과 그렇지 않은 날은 다행히 적극적이진 않게 서로를 배려하며 실습을 이어갔다. 수강생이 적다 보니 더 단합이 되었고, 필기 시험도 모두 단번에 합격하고 바로 실기 시험에 집중했다. 두피모발관리사는 국가자격증이 아닌 민간 자격증이다. 협회가 많지 않기에 자신에게 맞는 커리큘럼을 확인하고 학원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당시 대한두피모발협회의 자격증에 응시했던 나로서는 실기가 기구를 이용한 케어 중심보다는 손을 이용한 마사지 중심의 실기시험이었다. 주말마다 집중적인 실습을 통해 능숙하게 과정을 익혔고, 무난하게 모두 합격할 수 있었다.
알알이 가득 찬 콩처럼 맺은 결실
당시 암으로 시한부로 살던 누나에게 틈날 때마다 두피 마사지를 해줬던 순간이 지금 돌아보면 가장 보람찬 일 중에 하나다. 아픈 순간을 잊을 수 있도록 있는 힘을 다해 케어하며 뒤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누나는 떠났고, 늦은 결혼 후 와이프와 아들에게 가끔 두피 케어를 해주며 15년 전의 손 끝 스킬을 이어가고 있다. 단순히 스펙을 위한 자격증 취득보다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스킬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다 보면 ‘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부캐는 컬렉트를 하는 게 아니다. 영역을 확장하는 거다. 단순한 인스턴트가 아니라 나만의 레시피로 단련하고 또 연마해야 한다. 그래야 종이로만 내게 남겨지는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다.
두피모발관리사는 비록 민간 자격증이지만 있고, 없고의 차이는 분명 있다. 미래 직업적인 차원에서 접근했던 나로서는 당시 두피 샵을 열었을 때의 사업 계획서도 만들었다. 로드샵 단독 매장을 했을 때와 헤어샵에 샵인 샵으로 들어갔을 때의 장단점은 물론 어느 지역에 어떤 상권이 나은지, 10년 후 사업적인 가치가 가능할 것인지 등등 다각적인 고민을 거듭했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허술하기 이를 데가 없지만 당시엔 그런 생각만으로도 직장의 모든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을 만큼 큰 마인드셋이 되었다. 서울 출장길 잠시 생긴 틈에 당시 전국적으로 가장 큰 두피 샵 브랜드에 직접 찾아가 두피 사업에 대해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10년 후 두피 산업은 어떻게 변해있을까.
지금 그로부터 13년의 시간이 흘렀다. 생각보다 두피 산업은 급격한 성장을 이루진 못했지만 꼭 필요한 니즈는 분명 존재하고 두피 샵은 물론 다양한 두피 브랜드들이 론칭되고 있다. 환경적인, 유전적인 문제, 더불어 스트레스 등의 다양한 원인으로 여전히 탈모는 누군가에겐 심각한 콤플렉스다. 케어를 통해 방법을 찾아야 하고, 그것은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충분한 연결고리가 된다. 그동안 어디를 가든 두피 관련한 사업장이 있으면 광고든, 브랜드든, 매장이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컨택했다. 합리적인 1회 케어 비용으로 문턱이 낮은 내 이웃집 두피케어샵은 어떨까. 학업에 찌든 수험생들을 위한 스터디 카페의 샵인 샵 익스프레스 케어 매장은 어떨까. 직장인들이 가득한 빌딩 숲에 두피 케어가 가능한 카페를 오픈하는 건 어떨까. 두피를 활용한 사업은 무궁무진하지 않을까.
오늘, 카페에 앉아 나만의 미래형 부캐를 개발하자.
당장 쓸모가 있는 부캐에만 매달릴게 아니다. 조금 더 멀리, 미래형 부캐를 찾는 것도 직장인들이 노후를 준비하는 과정의 중요한 프로세스가 될 수 있다. 직장에서 기획서를 작성하듯 접근해보자. 눈을 감고 10년 후 떠오를 산업을 스스로 찾아보고 진단해 보자. 그걸 위해선 피셜로만 가능한 게 아니라 시장을 보고, 환경을 분석하고, 타깃을 잡고, 컨셉을 뽑아, 전략을 짜야한다. 언젠가 쓰일 내 히든 무기가 될 미래형 부캐 개발, 이 재미난 개발의 전제조건은 단 하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어야 한다는 것. 긴절한 꿈은 반드시 이뤄질 거라는 희망, 한 스푼을 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