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직장 생활 중에 부동산은 무슨, 거 참 시간 많나 봐?라고 함부로 말할 사람 널렸을 거다. 똑같이 없는 여유 중에 누군가는 허덕이기만 하고, 누군가는 그 안에서도 틈을 내어 하고 싶은 일을 해내고야 만다. 누구보다도 치열한 직장 생활을 하며 야근을 친구 삼아 지내지만 겨우 재가받은 연차에 임장을, 주말에 계약을, 그렇게 달리고 달려 전국의 소액 아파트 5채를 소유한 스마트한 직장인 부동산 실천가, H씨를 만났다. 가정엔 소홀했구나, 아이에겐 나쁜 아빠겠네, 라는 피셜 또한 반전. 누구보다 집에서 요리를 잘하고, 아이와 잘 노는 아빠인 뭔들 is H씨를 알현했다.
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서울에서 졸업하고, 대학생활과 병행한 10여 년간의 과외 및 입시학원 강사 생활, 1년여간의 금융사 투자부문 근무를 하며 서울 생활에 환멸을 느꼈어요. “서울에서 가장 먼 곳에서 살고 싶다”라는 맹목적인 의사결정으로 연고라고는 1도 없는 창원에 내려와 12년째 거주하고 있죠, 그러면서 직장은 또 부산이라 주말부부 생활을 하고 있는. 누구보다 정착을 원하지만 어디도 내 홈타운이다라 말하기가 어려운 떠돌이 직장인입니다. 헤헤.
2. 어떻게 부동산을 시작하게 되셨고, 현재 부동산 성과는 어떠신지요. 더불어 앞으로의 부동산 계획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서울을 떠나 맞게 된 극단적인 레버리지 혐오의 삶
서울을 떠난 이유 중 하나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부친의 부재와 빚으로 인해 학생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이자비용에 시달렸었고, 이를 겨우 청산한 시점에는 “다시는 빚으로 고통받기 싫으며, 셋방살이도 하기 싫은데, 빚을 내지 않고서는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다”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지방으로 내려와서도 근로소득으로 모은 자금 한도에서 집을 마련해야 했고, 이사 때마다 간간히 발생하는 작은 규모의 대출도 1~2년 내 상환해 근저당 해제를 해내고 마는 극단적인 레버리지 혐오의 삶을 살아왔죠.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뒤늦은 부동산 패닉
그러나 2020년 후반, 대세를 거스르긴 쉽지 않았어요. 이미 서울 아파트 가격이 2배, 3배씩 뛰고 난 한참 후. 모 예능프로에서 “승진이 무슨 의미, 당신 때문에 벼락 거지”가 일종의 밈이 되어버린 것도 몇 달이 지난 후. 그런 소식들마저 뒤늦게 인지하고 나서 갑작스러운 패닉에 빠졌죠. 정신을 차리고 상황을 돌아보니, 주말부부인데 단순히 “세 들기 싫어서” 창원의 본 거주지는 물론 부산 직장 근처 자취 집도 자가로 해둔 덕에 투자수익과는 전혀 거리가 먼 2 주택자가 되어있었죠, 부동산 투자를 하려고 해도 취득세 부담 때문에 엄두를 내기도 힘든 상황이었어요.
공시지가 1억 미만의 틈새 공략, 그 첫 번째 희열
이틀 삼일 잠을 설치며 벼락치기한 결과 “취득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수도권의 공시지가 1억 이하를 노리자” 그 후 지하철 노선도를 따라 네이버 부동산 화면을 움직이며 화면에 걸리는 역세권 매물들을 모조리 뒤졌고, 갭이 2~3천 가량인 매물이 있으면 해당 동과 충의 공시 가격 1억 이하 여부를 모두 확인했어요.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그렇게 힘들게 찾은 게 일산의 고층 주공아파트. 갭 3천으로 시작한 첫 번째 투자였습니다. 1년 반이 지난 지금 최근 거래가는 매수가 대비 180% 수준. 투자금의 3배가량을 전세금 상승을 통해 회수했죠.
저층 주공 아파트의 두 번째 도전, 재건축의 물꼬
일산 투자는 성과는 괜찮지만 패닉바잉 성격이 컸습니다. 그 이후 정신을 좀 차리고 따져보니. 시세차익은 좋은데 구축 아파트가 과연 계속해서 가치 상승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생겼어요. 고층 아파트니 재건축은 기대하기 힘들고, 리모델링이야 정말 핫한 지역의 지하철역 코앞에 있는 대단지나 가능한 것일 테고. 그러다 보니 부동산 투자 시장의 한 켠에서는 5층 주공아파트 투자가 붐을 일으킨다는 것을 또 엄청나게 뒤늦게 깨닫게 되었죠. 물론 이미 사업성 좋은 대단지들은 매매가가 천상계로 떠나버린 후. 그래도 포기할 수 없어 5층 주공 투자 관련 블로그와 오픈 채팅도 열심히 참고하고, 전국 주공아파트 목록도 찾아서 하나씩 다 체크하고.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게 바로 경기도 안성이었어요. 당시만 해도 5~7천이면 매수가 가능했던 소위 금옥아라고 말하는 안성의 3주공 중 월세율 6% 정도 나오는 매물을 매입했어요. 투자 1년 반이 지난 지금 최근 거래가는 매입가 대비 230% 수준, 그리고 예비 안전진단 통과라는 놀라운 성과까지.
더 시야를 넓힌 세 번째 투자, 인천 미추홀구
“장기적으로 재건축을 바라볼 수 있는 저층 아파트”라는 컨셉이 생긴 이후, 사실 가장 관심 있던 지역은 인천 미추홀 구였어요. 미추홀구 부동산 지도를 구해서 수개월간 메모로 난도질해가며 공부해보니 그때까지 없던 용적률 개념과 가로정비/재건축/재개발의 개념도 그제야 탑재할 수 있었죠. 15개 남짓의 단지 리스트를 만들어 임장을 떠났고, 워낙 소규모 단지라 관심권에서 벗어나 있지만 뭔가 움직임이 있다는 부동산의 정보를 입수, 갭 투자 매물을 매수했어요. 딱 1년이 지난 지금 최근 거래가는 매입가 대비 160% 수준. 그리고 순탄치는 않지만 뭔가가 계속 추진되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어요.
경기권을 벗어난 지방으로의 네 번째 다섯 번째 도전, 청주 그리고 원주
2021년 하반기부터는 더 이상 수도권/경기도 지역에 제가 설정한 조건을 충족할만한 저층 아파트는 씨가 말랐다고 판단했어요. 경기도 주변 거점도시로 눈을 돌려 청주, 원주에 저층 아파트에 투자했죠. 지방은 경기도와 달리 도시의 성장에 주목해야 해요. 청주는 인구 85만의 산업도시라는 측면에서 창원을 연상시켰는데, 산업들의 구성상 오히려 창원보다 성장성이 더 높다고 판단했죠. 그럼에도 창원보다는 부동산이 저평가되어 있다는 점을 주목했어요. 원주는 인구가 성장세이고, 혁신도시 등으로 인해 도시가 재구성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또한 원동 주공, 단구 주공, 단계주공 등 대규모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도 향후 그 흐름이 일반 소규모 단지로도 확산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능케 했습니다. 월세수익률이 5~6%로 양호하기에 월세수익을 기대하며 기다려볼 생각이에요.
잠시 멈춤, 그리고 새로운 도전
불과 1년 반 동안 5개를 질러버린 시점에서 방향을 바꿔야 하나 큰 고민에 휩싸인 상황이에요.. 지금과 같이 월세수익률 5% 이상의 저층 아파트 투자를 계속한다면 지방도시로 갈 수밖에 없는데, 제가 생각하는 여러 조건을 충족하는 단지들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는 한계를 느끼고 있죠. 지난 주말에도 “정말 계약할 마음으로” 남부지방 2~3개 도시에 임장을 다녀왔는데, 크게 실망하고 관심 리스트에서 모두 삭제했어요. 그래서 서울의 건령이 낮고 수익률이 괜찮은 오피스텔 투자를 한번 해볼까 기웃거리고도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 소규모 상가 투자
아무튼 다주택의 세계로 입장한 순간, 완전히 다른 전략을 취하기는 어려운 거 같아요. 저 또한 똘똘한 1채가 답이라고 생각하지만 시작부터 글렀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거죠. 앞으로도 당분간은 공시지가 1억 이하 주택 수를 늘려가며 월세를 통한 현금흐름과 재건축 기대를 가져갈 거고, 투자수익 실현이 어느 정도 이뤄지는 기회가 있으면 작은 상가 투자도 해보고 싶어요.
3. 직장인으로서 부동산을 고민하고, 실천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일 텐데 어떤 비법이 있으셨는지, 노하우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일단 멀지 않은 곳에서 수년간 부동산 투자를 권유해주시고 고급 정보를 공유해주신 파란카피라는 스승님이 계셨어요. ㅎ (물론 제가 고집불통이라 전혀 듣지 않은 것도 있죠.) 결국 위에서 말한 생각의 전환, 그리고 제가 살아온 경험들이 투자 컨셉과 전략을 세우는데 도움이 되어 재미와 시너지를 냈던 게 제일 좋았던 거 같아요.
저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어쩌면 학업보다는 과외강사가 본업일 정도로 과외를 다녔어요. 과외라는 것이 고정적인 일거리가 아닌 탓에 불러주는 곳이라면 무슨 과목이든, 어디든 갔죠. 10여 년 동안 80여 팀의 과외를 했는데, 서울 전역은 물론 서쪽으로는 인천/김포/안산, 남쪽으로는 광명/수원/용인, 북쪽으로는 일산/파주/의정부까지 여러 지역을 다니며 80여 개의 서로 다른 집 내부를 경험했어요. 그러다 보니 물론 10년 이상 오래된 기억이긴 하지만 지도로만 봐도 이 지역이 어떤 특징이 있는지, 산업이나 학군이 어떤지에 대해 갖고 있는 정보나 이미지가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지도를 보는 것이 재미있었고, 임장을 다니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었어요. 저는 전형적인 집돌이로 절대 여행이나 관광을 즐기지 않거든요. ‘몸은 쓰면 닳는다’라는 근거 없는 명확한 주관도 갖고 있어 운동도 싫어해요. 하지만 비행기를 타고, 장거리 운전을 해서 낯선 지역의 길거리를 혼자 하루 종일 쏘다니는 임장은 전혀 어렵거나 지치지 않았거든요. 즉, “중부지방 구축 아파트 투자”라는 저의 명확한 투자 컨셉에 경험과 흥미와 적성이 딱 맞았다는 생각이에요.
또 무엇보다 초기 투자인 일산과 안성에서의 소소한 결과물이 단기간 내 결과로 보인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그래서 저는 부동산 투자 시작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단, 1 주택이라는 큰 이점을 기꺼이 버리려는 사람에 한해) 서울 투자, 분양권 투자 같은 게 물론 좋지만, 1~2천만 원 갖고도 할 수 있는 게 있으니 공부 삼아 소소하게 시작부터 해보라고 권유해요.
임장 길에 만난 예쁜 저층 아파트
4. 직장인으로서 업무를 빈틈없이 수행하며 부동산에도 진심인 편인데 아직 직장인으로서 부동산에 한 발도 나가지 못한 분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가져다준다는 면에서 직장인은 매우 괜찮은 직업입니다. 또한, 못 볼 것, 안 겪어도 될 것 겪어가며, 야근과 휴일근무로 몸 상해가며, 가족 못 챙겨가면서도 지켜야 할 가치가 어느 수준까지는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 임계치는 사람마다 다르고, 개인의 임계치를 벗어나는 수준까지 지켜야 한다는 것은 아니에요.
그 임계치를 벗어나는 순간, 혹은 반대로 회사가 나를 지켜주지 않는 순간, 그 순간이 닥치는 것은 분명 나의 선택이나 의지와는 무관하겠죠. 물론 시점 또한 예측할 수 없어요.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 대안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쉽게도 대안 확보를 위한 시작이 매우 늦었죠. 그래서 어쩌면 임계치를 벗어나는 상황도 지금은 감수해야 한다고 스스로 위무하고 있어요.
물론 부동산이 답은 아니에요. 부동산이 앞으로도 제 예상대로 잘 가줄 리도 만무할뿐더러, 모두에게 맞는 방법도 아닐 수 있죠. 그게 부동산이든 아니든, 대안 마련을 위한 시작은 빨리 해야 한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5. 부동산만이 아니라 집에서 요리도 잘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요리를 잘하시는지 알려주세요.
요리를 시작한 동기도 자취 생활하면서 밥값 아까워서라는 아주 궁상맞은 이유였죠. 식자재마트를 통해 식자재를 구비해 놓으면, 외식이나 배달해 먹는 것, 밀키트나 레토르를 사용하는 것 대비해서 반 이상 비용이 줄어듭니다. 그러다 보니 하는 것도 대개 그냥 밥반찬, 생활요리예요. 단, 하다 보니 집돌이에, 사람들과 잘 못 어울리고 인사치레 못하는 성격과도 딱 맞아 재미 붙이며 하고 있죠. 회식 싫어하고 술자리 싫어하지만, 제가 차린 상으로 대접하는 것은 좋아하니, 좋아하는 사람들을 챙기기 위한 이벤트의 하나로 잘 활용하고 있어요.
가족을 위해 직접 차린 상
6. 직장인이 아니라면 어떤 일을 하고 계실 거 같으신가요?
분명히 사교육 관련 일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물론 사교육 관련 일은 대부분 임시직이고, 자기 학원을 차릴 자본도 없다는 판단 하에 그 생활을 접고 직장인을 택했지만, 10여 년간 했었던 과외나 학원강사가 저는 꽤 즐거웠어요. 또, 수능에 한해 제가 갖고 있는 명확한 노하우도 있었죠. 지금은 물론 10년 이상 그 세계를 떠난 탓에 지식도 정보도 모두 잃어버렸지만, 가끔 자소서 첨삭이나 입시지도 같은 부탁이 들어오면 도와주기도 해요.
제 유년시절이 사업에 의해 망가졌기 때문에 저는 앞으로도 절대 사업을 하진 않을 거예요. 이런 전제 하에, 나중에 상가 투자를 하게 되면 한 층은 학원을 직접 해볼까 하는 전혀 실현 가능성 없는 상상만 가끔 합니다. 하하.
7.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거라고 생각하시는지 알려주세요.
저에 한해서만 이야기해볼게요. 최근 유행하는 MBTI에 빗대자면, 저는 거의 극소수라는 INFJ입니다. 극도로 내향적이지만, 다투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최대한 잘 지내려고 하는,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희생도 당연시하게 감수하나, 임계치를 벗어나면 누구보다 칼같이 손절해 버리는, 뭐 그런 유형이라고 해요. 그래서인지 저는 “임계치”라는 개념을 자주 사용하죠
저는 스스로 설정한 임계치를 지킬 수 있는 삶을 지향해요. 현재 임계치가 넘는 상황이 있긴 한데,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아무런 대안이 없었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그나마 나아요. 그게 답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대안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설정하고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까요. “난 지금 뭐라도 하고 있다”라는 사실만으로도 정신건강에 꽤 도움이 됩니다.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을 다하면서도 스스로의 임계치도 지킬 수 있는 삶, 그 정도가 제가 생각하는 잘 사는 삶의 기준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