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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템, 글 쓰는 크리에이터 사회복지사

잡터뷰 3, 부산 사하지역자활센터장 이해중

by 파란카피

사회복지사 하면 어떤 이미지가? 각자의 각각의 상상에 맡긴다. 어떤 이미지를 머릿속에 떠올렸건 그 이미지와는 좀 다른 크리에이터 사회복지사를 만났다. 직업으로서 사회복지사가 아니라 직업이면서, 삶이고, 놀이인 그에게만 특별한 사회복지라는 영역의 바운더리. 광고 PD에서 사회복지사로, 그것도 모자라 동화작가에 육아, 육묘, 여행, 요리에 이르기까지 10 잡스의 길을 걷고 있지만 여전히 그는 목마르다. 대한민국의 사회복지의 지형을 바꾸고 싶은 마음에. 여전히 스타일리시한, 아이 아빠 같지 않은 동안 페이스의 이해중 센터장을 만났다.



1.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리고 바다를 사랑하는 두 아이의 아빠 이해중이라고 합니다. 본캐는 사회복지사, 부캐는 작가예요. 국립부경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했고 그 이후 글쓰기는 숨쉬기처럼 계속해오고 있죠. 2019년에 보건복지부 단편동화 공모전에서 ‘아빠 새끼발톱은 왜 까매?’라는 작품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적극적으로 한 발을 담그게 되었어요. 지금은 저소득층에게 일자리를 통한 자활자립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 협동조합 부산사하지역자활센터’에서 센터장으로 일하며 사회복지사로서 재미있는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이해중 센터장 명함(일러스트 ver_MINI).jpg

2. 광고 프로덕션 PD에서 사회복지 업무로 어떻게 체인지하게 되셨는지요.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되는 거죠?

광고 프로덕션의 ‘카피라이터 또는 작가 또는 PD’라는 일은… 저에게는 꿈을 이룬 것 같은 멋진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꿈이 주는 달콤함은 짧았고, 20대 중반의 청년에게 ‘세상은 이런 거야. ‘하는 쓰디쓴 가르침은 길었습니다. 여러 달의 임금 체불. 대가 없는 야근과 휴일근무. 슈퍼바이저가 없는 근무 현장. 어쩌면 도망치듯이 벗어났던 것 같고 그러고 나서는 잠시 머무를 직장을 찾다가 정말 인연처럼 사회복지를 만나게 되었어요. 이건 여담인데 그때 프로덕션 대표였던 감독님께서 떠나는 저에게 해주셨던 말씀이 생각나네요.

‘넌 어린 왕자 같아. 여기저기 다른 별들을 여행하다가 언제든 돌아와.’

돌아가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지금도 그렇게 이 별 저 별 여행하며 인생을 배워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린 왕자처럼 조금은 엉뚱한 시선으로...

프로덕션을 퇴사하고 구직사이트를 검색하다가 처음 들어간 곳이 ㈜와이씨텍 박수관 회장님이 대표로 계시는 ‘맑고 향기롭게’라는 자원봉사 단체였어요. 잠시만 있다가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자라는 생각으로 계약직으로 입사한 사무실에 작은 법당까지 있는 그곳이 어색하지 않게 느껴졌던 것부터 뭔가 인연이 아니었을까 해요. 그다음 사회복지에 제대로 첫 발을 들인 곳이 지금도 일하고 있는 불교복지법인이었거든요.. 단기 계약직으로 일을 끝낼 무렵 어느 사회복지기관에서 정규직 직원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보게 됐죠. 휴일에는 쉬고, 6시에는 퇴근하는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지원하게 되었어요. 불교 사회복지법인이었는데 경력도 부족한 제가 입사할 수 있었던 건 어쩌면 알 수 없는 불연(佛緣)이 만들어준 인연(因緣)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해요. 그리고 그게 2006년이었는데 지금까지 그곳에서 어느새 햇수로 17년째 근속하고 있는 거죠. 스스로 놀라워요.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게… 배운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프로덕션에서의 쓰디쓴 1년이 이해중이라는 사람이 세상의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놓았다는 겁니다.

‘사회복지는 원래 이런 거야!’라고 이야기하는 선배들의 말에 ‘왜요?’라고 반문할 수 있는 이상한 사회복지사로 지낸 17년-

‘넌 참 특이한 사회복지사야!’에서 ‘창의력 있는, 크리에이터 한’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근간이 광고 프로덕션에서의 1년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었던 거죠.



3. 현재 하시는 일에 대한 보람과 힘든 점에 대해 궁금합니다.


일단은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신기하죠? 결과가 정해져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들어가는 인풋은 같아도 사회복지사의 역량에 따라 다양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이 일이 항상 즐거워요. 그리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일일뿐더러 그 사람의 삶에 작은 변화 또는 지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일이기에 그 감동이나 가치는 금전적으로 환산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지금은 지역 빈곤층에게 일자리를 통한 자활과 자립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일자리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일자리가 돈을 벌 수 있게 하는 수단을 넘어서는 걸 자주 목격해요. 예를 들면 우울증이나 정신과적 문제를 가지고 계신 분들도 많이 계시거든요. 그분들이 일을 하면서 사회와 소통하고 일상적을 생활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바뀌었을 때 마음이 가난한 사람에서 행복한 사람으로 바뀌게 되는 거거든요.

이건 보람이라는 단어보다 제게는 선물과 같은 즐거움인 거예요.

지칠 때도 많이 있죠. 사회복지사를 휴먼이 아닌 사회복지서비스를 전달하는 전달체계로만 바라보는 대상자, 혹은 사람들을 현장에서 만날 때면 의기소침해지는 대신 ‘사회복지는 AI가 대신할 수 없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소리 높여 외치는 강단도 이제는 생기게 되었어요. 그러고 나면 지침이 의욕으로, 열정으로 바뀌어버리는 마술 같은 일이 생기죠. 그래서 17년을 내리 달리며 일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4. 사회복지 업에 대한 앞으로의 비전은 무엇일까요?


앞에서도 잠깐 이야기했는데 먼저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또는 사회복지종사자들의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기업에서 독거노인들에게 도시락을 전달하는 후원금을 지원받았다고 생각할 때 ‘도시락 1개에 얼마 그래서 노인 몇 명 그럼 도시락 몇 개….’ 사진 찍고 전달하고… 결과보고서 쓰고 끝!

이건 AI도 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그러면 사회복지사는 그저 행정가 일 뿐 인 거죠.. 적어도 사회복지사라면 똑같은 도시락 전달사업이라도 거기에 의미를 담고, 가치를 담아 사람의 온기를 전달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일상적인 접근이 아니라 크리에이티브한 발상과 접근, 실행이 필요한 포인트죠. 행정에 치여서 사회복지를 못하고 있다면, 사회복지 이론 교과서에 묶여서 글로 사회복지를 하고 있다면, 사회복지의 미래와 생존을 위해서 차라리 ‘프로파간다’나 ‘트렌드 코리아 2022’를 보시라고 조언드리고 싶네요.^^;;;;


KakaoTalk_20220211_170735629.jpg 업무 협의 중인 이해중 센터장

5. 센터장님은 크리에이티브하게 ESG 관련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계신 거 같던데 소개 부탁드려요.


기업의 주인은 직원 이어야죠.

부산사하지역자활센터의 형태를 ‘사회복지법인’에서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바꾼 게 그 시작입니다.

사회적 협동조합 중에서도 직원이 중심이 되는 직원 협동조합으로 확 바꿨어요. 이사회 등의 의결기구가 있기는 하지만 주요 의사결정은 직원들이 조합원으로 구성되는 있는 조합 총회를 통해 출자금에 상관없이 1인 1표로 의결해야 하는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 놓았죠. 민간기업과 다르게 그 수익이 공공의 목적을 위해 쓰여야 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이자 ‘사회복지기관’이지만 의사결정의 주체가 될 수 있고 없고는 조직의 생산적인 운영에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이대로 간다면 지구가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작은 사업이 있어요. 올해 초 오픈한 ‘플랫폼 지구인’이라는 공간입니다. 수직 정원 및 시티 팜 기업 3곳과 사회적 기업, 민예총, 커피박 재활용 기업의 자문을 구해 환경은 물론 지속 가능한 대안공간 마련과 그러한 역할을 하는 거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시작한 사업이에요. 현재 하고 있는 리유저블 컵 사용, 커피 찌꺼기 재활용, 미니 시티 팜 운영을 넘어 더 다양한 모습으로 사용될 플랫폼 지구인이라는 공간의 내일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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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06716.JPG 지구인 플랫폼 내부 풍경

6. 육아도, 요리도, 여행도, 반려 동물도 10 잡스에 가까운 삶을 살고 계시던데 일과 삶의 균형, 워라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질문을 받고 생각해보니 광고 프로덕션을 그만두었던 가장 큰 이유가 워라벨이었던 거 같네요. 그런데 쓰디썼지만 제 청춘의 기억이 남아있는 그 시간이 행복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던 것 같고요. 조금 힘들었고 지쳤었다는 정도^^;;

제가 생각하는 워라벨은 일이 많으냐 적으냐, 야근을 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는 아니에요. 자기의 의지를 얼마나 담아낼 수 있냐 라는 거죠. 10개의 부캐를 가지고 살아가더라도 그것이 내 의지라면 그건 워크가 아니겠죠.^^ 그래서 지금 저의 워라벨은 비교적 밸런스가 잘 맞는 만족스러운 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해요. 육아, 육묘, 여행, 요리, 글쓰기 등 제가 선택했기에 그 일을 하는 동안은 육체적인 에너지는 소비될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재충전되는 시간이거든요. 다만 육아는... 노력은 하지만 아이들에게 아빠로서는 늘 완전하지 못한 것 같은 아쉬움이 남기는 해요 아빠가 처음이라 미안하죠.


7. 사회복지 일을 시작하고 싶은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꿈이 화려한 사회복지사’가 되셨으면 좋겠어요.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복지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이유로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지 말고, 그 한계를 넘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그래서 말도 안 되는 미래를 꿈꾸는- 꿈은 화려하고 거창하게 그려낼 수 있었으면 해요. 그러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꿈에 조금씩은 가까워질 거고 그 시간이 쌓이면 내 안에서 소셜워커로서의 가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요.

가는 걸음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가다가 아니 가면, 간만큼은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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