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캠프를 위해 올여름 방콕 한 달 살기를 하고 온 아내와 아이다. 9월이고 추석 명절 연휴라 어디를 가볼까 하다가 출장으로만 가던 서울로 정했다. 볼 것도 먹을 것도 많은 서울, 2박 3일 일정이면 여기저기 욕심내지 않고 종로만 해도 충분하겠다 싶었다.
1. 숙소
더프리마호텔 종로.
청담동 시대를 마무리하고 2024년 올해 3월, 종로에서 오픈한 더프리마호텔. 프리미엄 비즈니스호텔이라는 타이틀만큼이나 깨끗하고 합리적인 호텔이었다. 3명의 가족이 함께할 더블 + 싱글 패밀리룸. 조금 좁긴 했지만 룸컨디션 최상에 욕조가 있는 욕실이라 더할 나위 없었다. 서울 여행하기 바쁜데 호캉스 할 일은 없지 않은가.
아트경영으로 이름난 더프리마 이상준 회장님의 호텔이라 그런가. 곳곳에 예술 작품으로 가득했다. 호텔 입구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해치를 비롯해 일본 도자, 회화 작품에 이르기까지 발길 머무는 곳마다 예술이다. 특히 후문에 있는 석탑과 정자는 더프리마호텔의 예술적 정수를 그대로 보여준다. 고미술과 현대미술이 만나는 서울 한복판의 아트호텔, 더프리마호텔.
종각역 3-1번 출구에서 걸어서 3분 거리. 경복궁, 안국동, 인사동에서 종로 3가, 5가, 종묘, 창경궁에 이르기까지 교통과 관광을 한꺼번에 꽉 잡은 곳, 이곳이 바로 더프리마호텔 종로다. 투숙객에게 18,000원에 제공되는 조식은 꼭 필요한 양식과 한식을 맛스럽게 모아놓았다. 떡볶이, 약과, 유과가 특히 눈에 띄었다. 직원들의 친절함을 기본 장착한 더프리마호텔 종로, 재방문 의사 200%다.
안국동 서울공예박물관 -> 몽중헌 안국점(점심) -> 광화문, 경복궁 -> 청와대 사랑채 -> 세종대왕 박물관 -> 더프리마호텔 종로 1층 카페 아로파(저녁) -> 인사동, 종로 3가 산책
그야말로 빡센 일정! 몽중헌 안국점 점심을 예약하고 안국역을 지나 몽중헌 가는 길, 서울공예박물관을 들렀다. 보자기와 유리, 금속에 이르기까지 입체적 예술을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중식의 진수를 만나는 몽중헌. 딤섬은 물론 요리에 식사까지 훌륭했다. 중식은 탕수육과 짜장면이 국룰인 아이로 탕수육에 딤섬, 짜장면이 다였지만 중식 레스토랑의 새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다소 가격은 좀 있는 편. (시그니처 딤섬 구채교, 하교 각 14,000원(3개씩), 탕수육 小 45,000원, 짜장면 16,000원)
서울이라면 광화문, 경복궁은 필수 코스! 명절이라 입장료 프리인 경복궁엔 한국인보다 한복 입은 외국인들이 더 많았다. 역사 마니아인 아내의 해설을 따라 빠르게 돌아다닌 경복궁. 이미 땀으로 온몸을 샤워했다. 넷플릭스 킹덤 마니아인 나를 위해 촬영지 향원정까지 돌아본 후 청와대에 들어갈 엄두는 못 내고 청와대 사랑채에서 빠르게 음료를 수혈했다. 한숨 돌리고 사랑채 전시도 야무지게 관람. 세종대왕 박물관을 지나 호텔 1층 카페에 도착. 이 모든 코스가 도보였는데 이미 2만 2 천보를 지나고 있었다.
너무 힘든 나머지 맛집 탐색은 포기하고 호텔 1층 카페에서 피자와 모둠 소시지로 허기를 달래고 호텔에서 잠시 쉰 후 인사동, 종로 3가의 저녁 산책에 나섰다.
2 Days
All day 롯데월드
호텔 조식을 느긋하게 즐긴 후 오전 10시 오픈인 잠실 롯데월드에 10시 15분 도착! (오픈런으로 어트랙션 1개는 미리 클리어하는 것이 진리!) 고난도 어트랙션을 그다지 좋아하는 않는 우리 가족은 모노레일과 파라오의 분노만으로도 분노 게이지 200% 달성! 45분을 기다려 풍선비행을 겨우 예약한 우리는 점심을 대충 먹고 다시 무한 기다림으로 풍선비행을 클리어했다.
드래건와일드슈팅을 끝으로 어트랙션을 포기한 우리는 퍼레이드와 가든스테이지의 쇼를 관람하다 녹다운되어 호텔로 컴백. 그야말로 죽다 살은 느낌? 저녁은 패스하고 밤 10시가 되어서야 편의점 컵밥과 종로 한국통닭 한 마리로 속을 달랬다.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 후 짐을 맡기고 인사동을 산책했다. 익선동 한옥마을을 지나 종묘를 향했다. 종묘제례약의 종묘가 여기였구나! 신들과 왕들이 공존하는 신성한 이곳, 종묘는 영험했다. 종묘를 지나 창경궁으로 이동했다. 너무 더운 나머지 창덕궁까지 올라갈 엄두를 내지 못했지만 언젠가 다음에 온다면 꼭 끝까지 올라가리라 마음먹었다.
카페로 피신! 음료를 수혈하고 버스를 타고 다시 호텔로 복귀. 명절이라 문을 연 집이 없어 검색에 검색을 이어가다 호텔 옆의 육미를 찾았다. 회를 비롯한 안주의 술집으로 유명하지만 간단히 점심 먹기에도 좋아 맑은 동태탕과 순두부를 주문했다. 생각보다 푸짐한 양에 맛도 좋아 빠르게 클리어!
또다시 카페로 피신한 우리는 음료로 충전하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이번 일정 중 맛집을 가지 못했던 우리는 그래도 서울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집으로 가자는 마음으로 파이브가이즈를 택했다. 쉑쉑버거랑 뭐 다를까 싶었지만 몇 개 다른 포인트가 있었다. 짭짤한 땅콩을 까먹을 수 있었고 감자는 그야말로 라이브 했고 버거의 패티 역시 리얼 라이브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달아서 그만 혼을 빼놓게 되었던 밀크셰이크까지!
고단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KTX로 부산을 내려오면서 문득 든 생각. 9월 중순인 지금, 이렇게 덥지만 않았어도 우리 가족, 더 재미있게 서울 여행할 수 있지 않았을까? 더 많은 관광객들이 서울을 찾지 않았을까? 얼마나 더웠으면 겨울에 꼭 다시 서울을 오자는 다짐을 하며 부산행 KTX에서 잠이 들었다.
서울 사람들은 부산 해운대, 광안리로 여행을 오지만 부산 사람들은 서울로 여행을 간다는 것. 이 바다를 보러 대체 부산엘 왜 올까 싶지만 이 서울을 보러 대체 부산 사람들은 왜 여행을 오는 거야 싶을 서울 사람들. 하지만 그렇게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선순환 여행은 계속된다. 서울이든 부산이든 대구든 광주든 그 어디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