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올린 사진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내게 한 결 같이 하는 소리. 결혼 안 한다던 사람이 만나지 석 달 만에 결혼하지를 않나. 결혼하자마자 허니문 베이비와 같은 속도로 아들을 낳지를 않나. 아들 바보도 이런 아들 바보가 없다며. 내가 그렇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었다. 아마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일대 대박 사건. 인연이란 그런 건가 보다. 내 사람을 알아보는 일생일대의 촉. 그 촉이 아내를 향한 내 마음을 무한대로 흔들었고, 마치 운명처럼 우린 끌리듯 그렇게 하나가 되었었다. 그리고 아들 지용이를 만났다. 무려 11년 전의 일이다.
11년 전 세상에 첫 발을 내 딛은 아들
한 번도 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10개월의 기다림 끝에 아들을 만났고, 산후조리원에서 그 어린 생명을 팔에 안아 집으로 데려 왔다. 입을 오물거리며 젖을 먹는 모습이나, 욕조에 넣어 조심스럽게 목욕을 시키는 이 모든 것들이 초보일 수밖에 없었던 순간들. 하나를 하면 또 하나가 시작되고, 끝은 또 다른 시작을 만들고. 마치 허들을 넘듯 1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8년 전 어린이집을 보내야 했던 그때가 생각난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기다림 끝에 부산대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고, 그렇게 또 처음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움이 시작되었다. 몹시도 내성적인 우리 부부, 이것이 엄마 아빠의 힘인가 싶은 음악회를 위한 준비. 또한 상상도 못 할 율동 연습까지 정말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아빠의 인생이 새롭게 열렸던 그때의 추억이 새록새록하다. 그 이후 11년 동안 우리 부부는 한 번도 빠짐없이 초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들을 새롭게, 처음 해내야 했다. 이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들과 같은 마음으로 말이다.
1살, 3살, 6살, 9살의 아들
사랑할수록 생각나는 이름
아들을 사랑할수록 더 생각나는 이름이 있다. 새벽에 약수터에 가셨다가 갑자기 아픈 배를 부여잡고 돌아오신 아버지. 그 길로 암이라는 무서운 그림자를 만나 6개월 만에 먼 길 가신 내 아버지 말이다. 암이라는 사실을 알면 숨을 놓으실까 노환이라 거짓말을 하며 아버지와 함께했던 그 6개월이라는 시간. 7남매 늦둥이 막내로 사랑한다는 말 한번 들어보지 못하고, 들려드리지 못했던 내가, 군 입대를 미루며 함께했던 마지막 시간. 더 미루지 못해 입대한 지 1주일 만에 숨을 거두셨다는 소식을 듣고 가슴이 무너져 내렸던 그때. 가시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막내 어떻게 살아가겠냐며 내 걱정을 하셨다는 아버지.
더 큰 사랑으로 이어진다
정말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당시 약국에서 수면제를 한 알씩 사모아 결국 그날 저녁 입에 털어 넣으시고 쓰러진 아버지. 하필 그날 아침 친구들과 안 가던 엠티 간다며 인사를 하는 내게 아빠가 아픈데 어딜 가냐며 생전 하지도 않던 말씀을 하셔서 나를 놀라게 하셨던 아버지. 결국 부랴부랴 그날 밤 병원으로 돌아와 얼마나 가슴을 치며 울었는지 모른다. 형수님들이, 누나들이 주는 용돈을 꼬박꼬박 모으셨다가 대학생인 내 용돈으로 주셨던 아버지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미어진다. 아버지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셨는지, 내가 아들을 생각할 때마다 저린 마음으로 온전히 느껴온다. 아버지가 주셨던 그 사랑, 그 보다 더 크게 아들을 사랑할 수 있도록, 사랑을 제일 큰 유산으로 아들에게 물려주고 싶다.
곤충 채집을 좋아하는 아들과 함께
아빠라는 이름을 준 아들에게, 아내에게, 그리고 지용이 아빠라는 이름을 불러주는 모든 분들께 가슴 시리도록 감사한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