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약 15년 전부터 최근까지 요즘 유행하는 성격유형 검사를 다섯 번 이상 해본 것 같다. 그런데 성격유형을 표시하는 네 개의 알파벳 중에 내향형과 외향형으로 구분되는 첫 번째 자리만큼은 내향형을 나타내는 ‘I’를 유지하고 있다. 한결 같은 검사 결과에서도 보여주듯 나는 고독과 사생활을 즐기는 사람이다. 때문에 구태여 내가 먼저 만남을 주선하거나 사람이 많은 모임에 나서는 일은 흔치 않다.
이런 성향 때문에 주택에서의 빈번한 손님맞이는 나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연달아 모임이 지속되는 날에는 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동시에 급격히 소진되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일이 힘들었다.
하지만 입주 후 일 년이 지난 지금, 손님을 맞이하는 마음도, 함께하는 시간도, 헤어진 후에도 이전보다 훨씬 편안해졌음을 느낀다. 그저 나와 내 가족이 좋자고 지은 이 공간에 더 많은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채워지고 안식을 얻고 가는 모습을 보면, 미처 기대하지 못했던 덤으로 주어진 행복이 밀려온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이 있다. 하지만 지금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웠던 시절의 나는 찾아오는 손님이 숙제 같기만 했다. 반면 지금은 마통에서 나는 인심일지라도 줄 수 있는 것들을 마구 퍼주고 싶은 걸 보면 돈은 아니어도 마음의 곳간만은 두둑하게 채워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