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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달 May 22. 2023

식물을 기른다는 것, 자식을 기른다는 것


봄, 바야흐로 식물들의 성수기다.

실내에서 키우는 몬스테라, 올리브 나무, 대나무 야자, 겐차 야자 등의 초록 식물들은 그 푸르름이 더욱 짙어지고, 겨우내 살았는지 죽었는지 맘 졸이며 바라보던 마당의 식물들도 살며시 강인한 고개를 내밀며 안녕을 전한다.


하루가 머다 하고 피는 꽃들은 또 어떠한가. 딱 하루만 핀다는 붓꽃도 그 귀한 자태를 드러내고, 곱다란 탄성이 절로 나오는 작약도 매일 다른 모습으로 피고 진다. 새로 들인 으아리는 보랏빛 꽃과 함께 울타리에 조화롭게 덩굴을 드리우고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어질한 백리향의 향에 영혼마저 춤을 춘다.



하지만 이 모든 기쁨이 절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침저녁으로 그네들의 안부를 묻고 꾸준한 물 시중과 땡볕에 잡초 뽑기, 뿌리를 내릴 적절한 공간 확보를 위한 분갈이와 옮겨심기를 하루라도 게을리하는 날엔, 금방이라도 보여줄 것 같았던 수줍은 꽃망울이 고개도 들어보기 전에 져버리곤 한다. 그럴 때마다 야속한 마음이 절로 들지만 이미 한 번 맛본 그 결실은 너무도 달콤해서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아침잠을 깨우고 밤잠을 줄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게 한다.


아이가 어릴 때 시어머님께선 내게 ‘자식을 키우는 것은 내가 썩어 새 꽃을 피우는 것’이란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다. 사실 그때는 그 말이 와닿지 않았고 조금 섭섭하기도 했다.


하지만 식물을 기르며 그 말의 의미를 깨닫는다. 식물은 내가 들인 관심과 시간만큼 예쁘고 많은 꽃을 피워낸다. 그리고 그 결실을 보고 있노라면 그 어떤 희생도 기억나지 않는다. 설사 내가 기대하던 꽃을 피우지 않더라도 그저 너의 성장을 바라보는 과정마다 행복했음을,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돌려받았음을, 그리고 너를 바라보고 돌보고 기다리며 나 또한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었음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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