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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달 May 22. 2023

신기로운 격리 생활


참 신기한 일이다. 장을 보는 사람이 없는데 곳간이 채워지고 요리를 하는 사람이 없는데 며칠째 식탁이 풍성하다.


3년이 다 되어가도록 잘 피해왔는데 결국 우리 집에도 코로나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아들의 고열을 신호탄으로 하루 이틀 간격을 두고 나와 남편도 차례로 증상이 나타났다. 처음 이틀은 정말 꼼짝도 할 수 없었고 그 후론 극심한 두통과 몸살, 고열에 시달렸고 그저 잠이 쏟아졌다.



그때부터였다. 우리 집 대문 앞에는 먼저 앓았던 이웃들의 넘치는 마음들이 쌓여갔다. 병을 이겨내려면 잘 먹어야 한다며, 힘들어서 밥을 못 할 거라며, 비타민 보충도 해야 한다며 저마다 각자의 이유로 건넨 갈비탕, 죽, 과일, 불고기, 도넛, 호두과자, 호떡, 샌드위치까지 …


그 마음이 고마워 오늘에서야 식욕이 돌아온 나는 아침으로 죽을 먹고 디저트로 과일을 먹고 간식으로 도넛을 먹고 점심으로 불고기에 김치를 얹어 야무지게 먹었다. (믿을 수 없겠지만 아침까진 물밖에 못 마시던 사람 맞다.)


아, 배도 부르고 마음도 부르고 힘들지만 따뜻한 격리 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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