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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달 Sep 02. 2022

층간소음으로부터의 해방


입주하고 나서 내가 아이에게 제일 먼저 했던 말은 "아들! 당장 뛰어! 밤새 뛰어! 이제부턴 걸어 다니면 혼나는 거야!"였다.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는 함성을 지르고 쿵쿵쿵 거센 발소리를 내며 1,2층을 수도 없이  오갔다. 그렇게 10분쯤 지나니 어찌나 온 힘을 다해 뛰었던지 "엄마, 잠시 쉬었다 뛰어도 돼요?"라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층간소음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은 비단 아이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었다. 입주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도록 우리 부부는 여전히 까치발을 딛고 걸어 다녔고 무심코 택배나 장본 물건을 바닥에 쿵 내려놨다가 괜스레 놀란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매일 저녁 8시가 되면 TV 볼륨을 줄이고 말소리를 줄이고 장난감 정리도 살살하라며 단속을 하는 내게 "엄마, 이제 아파트 아니잖아요."라며 아이가 일깨워 준 적도 여러 번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청소기나 세탁기를 돌릴 때, 헤어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릴 때도 더 이상 시간을 확인하지 않는다.



결혼하고 여덟 번의 이사를 하는 동안 음악 관련 일을 하는 남편의 방의 모습은  변했지만 헤드폰을 끼고 일을 해야 하는 것만은  똑같았다. 이사   드디어 헤드폰으로부터 해방이 되었고 나는  점을 남편이 가장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편이 반복적으로 행복을 말하는 순간은 따로 있었다. "크으~ 개운해. 바로  맛이지." 매일  잠자리에 들기  워터픽을 하며 그가 내뱉는 탄성이다. 그깟 워터픽이 뭐라고 저러나 싶었지만 한편으론 이런 사소함이 주는 행복을 당연한  놓치고 살았구나 싶었다. 아파트에서도 욕실은 소음에 가장 취약한 공간이다. 그래서 퇴근이 늦는 남편은 그동안 양치질로 해결되지 않는 찝찝함을 치실에만 의존해왔다.  2% 부족했던 개운함을 이제 맘껏 누리게  것이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주택살이의 이다.


목욕을 하면 기분이 좋아서 저절로 노래가 부르고 싶어 진다는 아이도 이제는 목청껏 노래를 부를  있게 되었다. "뛰지 ." , “조용히 ." 물론이고 "욕실에서 !" 나의 단골 잔소리 중에 하나였다.




주택살이를 시작하고서야 알게 되었다. 층간소음에서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단순히 마음껏 뛸 수 있고 큰소리로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는 것을 넘어 매일 반복되는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동네는 옮길 수 있지만 집은 떼어가야겠다고 말하는 아이는 ‘내가 자유로운 집’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한다. 나 역시 이제야 비로소 집에서 주어진 내 시간의 주인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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