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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달 May 30. 2023

주택에서 보내는 첫겨울

 

따뜻한 방구석에 콕 박혀 간식거리 먹는 재미가 쏠쏠한 계절, 오늘은 며칠 전 주문한 오란다, 약과, 유과가 도착했다. 하교 후 쌓여있는 먹거리 택배 박스를 본 아이는 동네 형, 동생들과 나눠 먹고 싶다며 배달을 가자고 한다. 한집에 오란다 2개, 약과 2개, 한과 몇 개… 정말 콩 한쪽을 나눴다. 외동이라서 그런지 나누는 것을 유독 힘들어하던 아이가 주택에 이사 온 후로 나누는 기쁨을 알게 된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다. 썰매에 선물 꾸러미를 쥔 어린 산타를 태우고 집집마다 배달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올해 들어 눈이 가장 많이 쌓인 날이다. 드디어 얼마 전 친구가 보내온 ‘눈 치우기 3종 세트’가 실력을 발휘할 때가 된 것이다.  마당이 작아서 그런지 아직은 아이도 나도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놀이하듯 즐겁게 하고 있다. 내가 한쪽으로 눈을 모으면 아이는 그 눈을 퍼내기를 반복한다. 눈을 치울 때 우리는 제법 합이 잘 맞는 환상의 짝꿍이다.



배달도 마쳤고 눈도 치웠으니 이제 썰매를 타러 떠나볼까? 집 근처 공원의 내리막길은 우리 동네 ‘겨울 핫플 썰매 맛집’이다. 이윽고 아이의 신나는 외침을 들은 동네 꼬마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이내 작은 공원이 아이들의 함성 소리로 가득 채워진다.



때마침 출근한 이웃이 간식 배달 장면이 찍힌 cctv 장면을 전송해 왔다. 역시나 이번에도 깜짝 선물을 하고 싶었지만 실패다. 사람도 모자라 cctv까지. 보는 눈이 많은 우리 동네엔 정말 비밀이 없구나. 그나저나 사진 속 힘겨워보이는 늙은 루돌프와 달리 어린 산타는 마냥 신이 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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