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생일이다. 학교 끝나고 밥때가 아닌데 배가 고프다며 갈비를 먹으러 가자고 한다. 보통 때 같으면 간식 먹고 저녁에 가자고 했을 텐데 생일이니 그냥 가자고 했다. 다행히 동네 갈빗집은 이른 시간에 문을 열었고 우리가 첫 손님인 듯했다. 2인분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금세 한상이 차려지고 갈비를 굽기 시작했다. 솔솔 풍기는 갈비 굽는 냄새에 아이는 식욕이 돋는지 불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러더니 갈비가 구워지기가 바쁘게 흡입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1인분의 갈비가 사라지고 두 번째 불판에 올린 고기도 몇 점 남지 않았다. 추가로 1인분을 주문할까 하다가 그냥 계란찜을 하나 추가했다.
우리는 외벌이 가정이고 집을 지으며 많은 대출을 받았다. 물론 대출을 받으며 불경기가 올 때의 금리 인상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생각보다 그 시기는 빨리 닥쳐왔다. 한 달이 머다 하고 금리 인상 문자가 오고 남편은 벌써 월 백만 원 정도의 이자가 더 나가고 있다고 했다. 나 역시 맞벌이를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머지않은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그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절약'을 하는 쪽을 택했다. 한 사람이 온전히 가사와 육아를 책임지며 오는 안정감을 이미 경험해본지라 아직 엄마를 필요로 하는 아이를 두고 일터로 나가는 일은 최대한 미루고 싶었다. 급할 때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동동거리던 일을 반복하며 부부 사이에 금이 가기도 했었고 필요로 할 때 손길을 뻗을 수 없는 부모의 부재는 아이의 마음을 병들게 했었기에 조금 더 허리띠를 졸라매며 버텨보기로 했다. 그래서 당장 숨통이 조여 오는 상황은 아니지만 더 혹독해질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미리 절약하는 습관을 길러보려고 한다.
누가 그랬던가? 내 자식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다고. 내가 부모가 되어보니, 아니다. 맘은 든든할지 몰라도 안 먹으면 배는 고프다. ㅎㅎ 그래서 뚝배기 가득 산처럼 부푼 3천 원짜리 계란찜에 남은 고기 몇 점으로 허기를 채운다. GOD의 노래에서 짜장면이 싫다고 하신 어머님의 마음이 이런 것이었을까. 사실 점심을 먹은 지 얼마 안 된 시간이라 배도 안 고팠고 계란찜도 충분히 맛있었지만 괜한 감성에 젖어본다.
숟가락 가득 계란찜을 퍼먹으며 창가로 눈을 돌렸더니 친한 이웃들의 집이 보였다. 자주 오는 곳이었지만 창가 자리는 처음이었기에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는데 아, 이 갈빗집은 고기뿐 아니라 뷰 맛집 이기도 했다. 호수 뷰도 아니요 한강뷰도 아니요 산 뷰도 아닌 무려 단독주택 뷰!! 우습게도 그 뷰를 보고 문득 깨달음을 얻었다. '맞다! 나도 저렇게 예쁜 집에서 살고 있었지. 밥 한술 뜨고 굴비를 바라보던 자린고비처럼 나는 밥 한술 뜨고 집을 바라보며 버틸 테다!'
갑자기 계란에서 갈비맛이 나는 건 기분 탓인가?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으며 두 번 생각하고 생필품이 아닌 쇼핑은 계속 미루고 있지만 집만 바라봐도 나는 여전히 배가 부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