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쏘아 올린 공

by 꿈꾸는 달

2021년 1월 15일 오전, 전 날 밤 웹사이트에서 본 건축사무소에 전화를 걸었고, 그 한 통의 전화로 거의 마음을 확정 지었다. 돈은 없는데 뻔한 집은 짓기 싫다는 어찌 보면 뻔뻔한 건축주의 요구에 가능하다는 답변을 해주셨고, 도이헌을 통해 이미 실현 가능함을 보여주셨기에 나는 나의 감을 믿어 보기로 했다.


도이헌 - 출처: 에이 플랫폼


5번의 설계 회의를 거쳐 최종 설계가 확정되었고, 오늘 설계 책자가 도착했다. 한 장, 한 장 넘기는 손 끝이 떨려온다. 앞부분의 예상 투시도를 훑어보는데, 맞다. 내가 원했던 그 집이다. 나의 흩어진 말들은 세상에 없는 나만의 공간으로 녹여져 지금 내 손에 들려있다.


자연을 통해 많은 위안을 얻기에 집에서도 사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싶어요. 그래서 마당에는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수수한 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 있었으면 좋겠어요.




마당을 보면서 요리하고 식사하고 싶어요. 아이가 뛰노는 모습을 보며 요리하고, 오늘의 날씨와 자연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는 일상을 꿈꿔봅니다.




1층에는 TV를 놓지 않고 책장이 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책장이 너무 드러나는 것은 싫어요. 루버 같은 걸 활용해서 가려주면 어떨까요?


부엌은 대면형으로 깔끔하게, 그 옆에 다용도실을 만들어 냉장고 및 소형 가전을 전부 수납하고 싶어요.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집을 원하지만, 높낮이나 다른 변화를 줘서 너무 심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눕기도 하고 보드게임도 하고 아이의 놀이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평상도 있었으면 해요.


아이방은 1층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전용 다락이 있었으면 합니다. 입체적이고 창의적인 공간에서 마음껏 상상하고 뛰어놀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침실은 큰 사이즈의 침대가 들어가는 사이즈이면 되고, 윈도 시트를 만들어 걸터앉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층엔 아주 작은 거실을 만들어 손님을 위한 tv를 놓고 싶어요. 한쪽에 작은 책장과 노트북을 놓을 공간도 있으면 좋겠어요. 2층에서 1층을 내려다보며 일할 수 있게요.



설계의 힘은 참 놀랍다. 흩어진 생각들을 모으고 함축하여 아름다운 공간으로 풀어낸다. 그래서 나는 어떤 인테리어 자재를 쓰느냐 보다 중요한 부분이 설계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지나고 보니 각종 허가, 내외장재 선택, 감리 등등 건축사무소 도움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과정이 너무 많다.


원래 차갑고 모던하며 취향 가득한 소품으로 채워진 집을 꿈꿨던 남편은 어차피 원하는 집을 지을 수 없을 거라며 설계 과정에 무심했었다. 하지만 우리의 꿈이 구현되어 가는 과정들 속에서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에 대한 대화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고 어느새 우리는 한 곳을 바라보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설계를 마친 뒤 남편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제대로 쏘아 올린 공 덕분에 여기까지 왔네."

“그 공이 뭐야?”

“우리에게 딱 맞는 건축 사무소를 선택한 것."

남편의 말처럼 운 좋게 좋은 건축사무소를 만나 여기까진 잘 왔다. 이제 좋은 시공사를 선택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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