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의 경우에는 평당 900 이하로는 어렵습니다."
설계를 마치고 방문한 첫 시공사에서 듣게 된 청천벽력 같은 첫마디였다. 평당 600이라는 얘기를 듣고 그것도 영혼을 끌어모아 시작한 집 짓기인데, 평당 900이라니! 설계도상 우리 집이 50평 초반이니까 최소 1억 5천이 추가된다는 얘기였다. 게다가 집을 지을 때 각종 세금, 붙박이장, 설계비, 토목 공사비 등 예상치 못한 추가금이 들게 되는데 그것 역시 최소 1억이 든다고 하니 막막하기 그지없었다.
그날 밤 남편은 집짓기 프로젝트를 여기서 멈추고, 시공은 조금 더 돈을 모아 나중에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포기하긴 이르다. 나는 두 곳의 견적만 더 알아보고 결정하자며 남편을 설득했다. 그리고 다음 날, 이전에 건축비를 문의했던 시공사(A 시공사)와 건축사님과 오래 협업해온 시공사(B 시공사) 두 곳에 견적을 의뢰했다.
일주일 후, B시공사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첫 번째 시공사 방문 이후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역시 예산보다 많이 초과된 금액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자재 수급이 어려워져 목재가 3배, 철근이 2배 이상 상승한 원인도 있었지만, 우리 집 건축 면적이 초기 계획보다 많이 커진 것도 한몫을 했다.
그리고 2주가 지나도 소식이 없던 A시공사로부터 내년 중순까지 예약이 꽉 차 있어 시공을 맡을 수 없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아마도 일정도 일정이지만, 우리가 원하는 견적에 맞출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B 시공사와 건축사님께 전화를 걸어 낮출 수 있는 사양을 조언해 달라고 말씀드렸고, 두 분의 조언을 받아 지붕과 외장재, 창호의 개수, 실내 벽 마감재와 조명 등의 조정을 마친 후에 재견적을 요청했다. 그 이후 한 번의 조정이 더 이루어졌고 좀 더 낮은 금액이 산정되었다. 여전히 예산을 훌쩍 넘는 금액이었지만 더 이상 뺄 곳을 찾기 어려웠고, 양가 가족들의 응원에 힘입어 일단 시작해 보기로 했다.
선택과 집중은 어쩌면 설계할 때 보다 견적을 조정할 때 더욱 어울리는 말일지도 모른다. 설계하며 고르고 골라 담은 로망들도 견적 앞에선 또 한 번 와르르 무너진다. 하지만, 포기할 뻔한 상황을 겪고 나니 시작할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