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후 토지 근처 카페에서 건축 사무소와 첫 미팅이 있었다. 계약서를 작성한 후 건축사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집에서 가장 원하는 것 세 가지만 말씀해 보세요."
한 달 전에 땅을 사고 덜컥 집 짓기를 시작한 나에게는 다소 난감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오래 멈춰져 있던 기계가 깨어나듯, 건축사님이 누른 버튼 한 번에 순조롭게 대답을 이어갔다.
" 첫 번째, 마당과 포치요.
마당은 화려한 꽃과 나무로 꾸며진 멋진 조경보다는 수수한 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 있으면 좋겠어요. 단풍나무처럼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나무라면 더욱 좋겠네요.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적당히 높아서 사생활이 보호되었으면 좋겠고, 비가 올 때도 마당에 나가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거실과 연결된 포치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4인용 텐트 정도는 들어갈 수 있는 크기였으면 하고요. 아이가 마음껏 뛰놀 수 있고 친구들과 캠핑을 하고 남편이 좋아하는 목공을 하는 모습을 꿈꿔봅니다.
두 번째, 가족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 거실이요.
거실의 역할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어요. 지금의 거실은 소파에 앉아 tv를 보거나 게임을 하고 휴대폰을 보는 공간이더라고요. 일단 새로운 집에서는 생활의 중심에 tv를 놓고 싶진 않아요. 대신 책장과 평상이 있으면 어떨까요? 책장은 거실의 중심이 되지만 너무 두드러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평상은 아이와 책을 보고, 그림을 그리고, 보드 게임을 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평상에 창문이 있다면, 낮에는 차 한 잔 놓고 멍 때리기도 하고, 뒹굴거리다 낮잠도 자고, 비 오는 날 바깥을 내다보며 막 구운 전에 막걸리 한 잔 마시는 상상도 해봅니다.
세 번째, 주방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 싶네요.
주방과 식탁 역시 저희 가족에겐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인 것 같아요. 저희 집엔 아주 큰 식탁이 있어요. 거기에서 밥도 먹고, 책도 보고, 아이랑 그림도 그리죠. 식탁에서는 큰 창으로 마당을 보며 식사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아요. 그리고 야외 식사 준비가 수월하도록 마당과의 이동이 자유로웠으면 좋겠어요.
대면형 주방으로 동선이 자유로웠으면 하고요. 거실이나 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 요리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아, 참! 주방이 너무 클 필요는 없지만, 옆에 미닫이 문이 달린 다용도실은 필요해요. 그곳에 냉장고를 포함한 주방 가전을 모두 수납하고 싶어서요.”
“일단 말해보라고 하셔서 두서없이 막 늘어놓기는 했는데 좁은 집에 이 공간들이 다 가능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