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 후 총 네 곳의 건축사무소에 방문했다. 가성비가 좋은 곳, 독특하고 재미있는 설계를 하는 곳, 소통하는 방법이 나와 잘 맞을 것 같은 곳, 세련되고 현대적인 감각의 설계를 하는 곳 등 각기 다른 특색이 있었다. 하지만 딱 이곳이라는 느낌이 드는 곳이 없었고 불쾌한 경험도 더러 했다. 나의 설득에 마지못해 끌려다니던 남편은 집 짓기에 더욱 회의적이었고 우리의 관계도 더욱 얼어붙었다.
그러다 며칠 후 새벽, 나는 우연히 접속한 사이트에서 눈길이 가는 집을 발견했다. 이 집은 수수하지만 멋스러웠다. 그리고 주변 환경과 조화로웠고 건축주의 삶에 대한 건축가의 고민도 느껴졌다. 비싼 자재가 쓰인 것도 아니고 넓은 평수도 아니었지만 그 안에 남다른 아름다움이 배어있었다. 예산이 부족했기에 집을 짓기만 해도 다행이다 생각했던 나는 이 집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보았고, 곧바로 다음 날 아침 건축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000 건축사무소 맞나요?”
조금은 당황한듯한 목소리의 남자분의 대답이 이어졌다.
“네. 맞는데.. 저기..”
나도 모르게 말을 끊고 속사포처럼 말을 이어갔다.
“어제 우연히 도이헌을 보고 반했어요. 저희는 예산이 그리 많진 않아서 평범한 집을 지어야 하나 생각하다 그 집을 보고 새로운 가능성을 보았어요. 전체 예산과 설계비가 저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만나 뵙고 싶습니다.”
나의 간절함과 진심이 전해졌을까. 통화가 곤란한 상황인 듯했는데 차분하게 규모와 건축비, 설계비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알고 보니 운전 중인 상황이셨고 다음 주 주말에 미팅 약속을 잡았다.
“저희는 첫 미팅을 항상 토지에서 합니다. 거기에서 뵙지요. 그리고 오실 때 아이랑 함께 그림을 그리셔도 좋고 집에 대한 모든 생각이나 이미지를 글이나 기타 자료들로 표현해서 가지고 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통화를 마친 후 나는 남편에게 마지막으로 한 곳만 더 만나보자고 했다. 이미 마음이 떠난 남편은 마지못해 알겠다고 했고 건축사님께서 내주신 숙제는 오롯이 나의 몫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