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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달 Jul 26. 2022

남편 욕은 나만 할 수 있어!

니 옆에 나 있다.


지난 추석, 작은 엄마께선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작은 아빠 때문에 서운하고 화가 날 때가 있어. 그러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한테 푸념을 하게 되는데, 듣던 사람들이 작은 아빠 욕을 하면.." 나는 나도 모르게 작은 엄마의 말을 끊고 끼어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그러면 화가 나지. 남편 욕은 나만 할 수 있어. 그건 국룰이야." 내 말에 작은 엄마도 박장대소하시며 덧붙이셨다. "그래. 그렇게 꼴도 보기 싫더니 누가 내 남편 욕하는 꼴은 못 보겠더라."


그날 맞장구를 치긴 했지만, 사실 나는 아직까지 친정 식구들에게도, 친구들에게도 남편 험담을 한 적이 거의 없다. 내 얼굴에 침 뱉기 같기도 하고,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생각해 보면 남편 역시 나의 부족한 부분을 이해하며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날 때마다 남편의 험담을 늘어놓으면서도 돌아가서 남편의 밥을 챙기고 건강을 걱정하는 나의 부모 세대의 모습이 여전히 전부 이해되진 않는다. 하지만 그 묘한 감정을 아주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부부는 이혼이라는 절차를 밟지 않는 한 가장 가까이에서 긴 시간을 함께해야 하는 사이다. 그리고 아이가 생겨 부모라는 역할이 더해지면 둘만의 유대감은 더욱 끈끈해진다. 그래서인지 험담을 늘어놓는 순간에도 남들은 모르는 둘만의 견고한 스토리가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남편을 욕하면 '니들이 뭘 알아?'라는 생각에 버럭 화가 나는 것이다. 그러니까 남편에 대한 험담은 어디까지나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자 하는 의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대부분은 지금 뱉고 털어버릴 속풀이 정도인 무게의 것들이다. 그렇게 털어내고 나면 자리 잡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저녁에 남편이 좋아하는 반찬 하나 더 상에 올리고, 앓는 소리 한다며 타박했던 남편 등에 파스 하나 더 붙여주며 사는 것이다.


최근 고향에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안방에서 나와 대화를 나누시던 시어머님께선 거실에 계신 시아버님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며느리에게 할 말은 아니다만, 이 나이가 되니 아무런 이유 없이 남편이 보기 싫어질 때가 있어. 그냥 저렇게 가만히 앉아 계실 뿐인데 말이야. " 시어머님께선 의아해하는 나를 보며 덧붙이셨다. "너도 내 나이 되어보면 어떤 마음인지 알 거다. 함께 있는 게 편하지 않으면서도 보고 있으면 짠하고 또 곁에 안 계시는 생각을 하면 무섭기도 하고. 내 맘이지만 참 복잡하고 이상한 마음이다." 어머님의 말씀처럼 칠순께 느껴지는 그 복잡한 감정이 무엇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그 나이가 되면 싫다는 말씀을 하시면서도 느껴지던 아버님을 향한 끈끈한 동지애와 측은지심이 '아, 이런 거였구나.'라고 깨닫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그날을 대비하여 미리 말해두려 한다.  “남편, 미리 아임 쏘리! 잠깐만 미워하고 등도 긁어주고 파스도 붙여주고 맛난 밥 차려줄게! 잊지 마. 그게 사랑이든, 측은지심이든, 동지애든 니 옆에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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