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다다다다~~
계단을 내려오는 발걸음에 잔뜩 설렘이 묻어난다.
곧이어 날 부르는 그의 외침에서도 나는 직감할 수 있었다.
“여보오~~~~!!”
“혹시 또 핫딜 소식이라면 조용히 올라가.”
내 말에 김이 샌 그는 잔뜩 풀이 죽어 돌아선다.
우리 집에는 쇼핑 중독, 아니 쇼핑 요정이 산다. 램프의 지니를 닮은 그 요정은 어찌나 고운 심성을 지녔는지 자신의 쇼핑은 물론 아내의 쇼핑까지 앞서해주곤 한다. 그런 그의 배려 덕분에 화장품이라곤 세 개뿐인 단출한 나의 화장대엔 액세서리를 사기도 전에 마련된 왕만한 크기의 액세서리함이 있고 언젠가 아내가 드라마를 보며 운동을 하게 될지도 모를 날을 위해 마련된 먼지 쌓인 트램펄린도 있다. (참고로 나는 tv도 드라마도 심지어 유튜브도 잘 안 본다.)
어디 그뿐이랴. 커다란 귀를 가진 그 요정은 아내의 말은 또 어찌나 잘 듣는지 말하기가 무섭게 (필요 없는) 깜짝 선물을 하곤 한다. 하루는 이사 온 동네에서 전보다 별이 잘 보인다고 했더니 그다음 주 해외에서 직구한 천체망원경이 도착했고 (한번 쓰고 창고에 박혀있다.) 쇼핑몰을 지나가다 “저거 괜찮겠네.”라고 말하는 순간 당근으로라도 구해다 주는 기지를 발휘하니 내 입을 꿰맬 준비를 해야 한다.
오늘도 나는 눈뜨자마자 신나서 전한 핫딜 소식을 묵살당한 그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았다. 그러나 몇 발자국을 걷던 그는 이내 돌아서 이렇게 애원했다.
“여보, 진짜 진짜 핫딜인데 딱 한번 들어나 볼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