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지으며 늘어난 재주들의 모든 시작은 ‘돈이 없어서’였다. 가드닝 역시 그러했는데 조경을 맡길 돈이 없어서 셀프로 싸구려 잔디를 깔고 준공 검사 승인 기준에 부합하는 가장 저렴한 식물들을 심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어느덧 그로부터 1년의 시간이 지났고 그 사이 아는 식물 이름이라곤 손가락 개수 정도면 헤아릴 수 있었던 식알못 남편은 유능한 식집사가 되어가는 중이다. 어느새 약 50여 종의 식물들 이름은 물론 습성까지 줄줄 읊을 수 있을 정도가 된 것이다.
어느 주말, 나와의 술자리에서도 식물 얘기로 여념이 없는 남편에게 물었다.
”혹시 나를 식물에 비유한다면 뭐야? “
”당신은 올리브 나무.
사계절 변함없고 뭔가 강인한 느낌. “
“아들은?”
“아들은 고사리.
강하고 잘 자라는데 물을 하루만 안 줘도 죽어. “
”그럼 당신은? “
”음… 율마?
키우기 진짜 까다로워. 하하하하.”
까다로운 율마는 웃음이 나오지?
강인한 올리브는 오늘도 술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