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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밤

by 윤한솔

나는 당신이 없어도 이제 울지 않습니다.

네, 물론 웃지도 않습니다.

당신이 숨만 쉬어도 고개가 넘어가게 웃던 제가

잠시지만 당신을 잃으니 웃을 일이 없습니다.

맞은편이 텅 비어버린 식탁이지만

밥도 그곳에서 먹습니다.

당신과 함께하며 사람답게 살아보고자

앉은뱅이밥상을 치운지 오래이니까요.

그러나 도무지 눈 둘 곳을 찾지 못해

벽지의 무늬를 따라 시선을 흘립니다.

허공 사이의 허공을 찾아내어 응시합니다.

오물오물 열심히 씹어도

왜인지 쉬이 삼켜지지가 않습니다.

불도 모두 꺼버렸습니다.

아니, 사실 애초에 켜지도 않았습니다.

소란히 사랑한 시간이 벌써부터 그립습니다.

이 집이 이리도 적막했다는 것을

참 오랜만에 깨닫습니다.

그리 오랜 날을 사랑하지 않았는데

한평생 당신으로 살아온 기분이 듭니다.

다정히 눈 맞추던 순간은 언제나 그립습니다.

우린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저녁 같은 밥을 나눠 먹었고

매일을 같은 침대에서 잠들었습니다.

작은 다툼이 있던 어느 날 조차도요.

사소한 물건이 늘어가고 붙박였던 가구도 자리를 바꾸었지요.

시시한 장난들이 오가고

소소한 이야기로 목소리를 확인한 날들이

떨어져 있던 때 그러했던 날보다 순식간에 더 많아졌습니다.

함께한 시간만큼, 수건이 닳았습니다.

나는, 삶을 함께하는 이에게 가지는 연민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렇기에 이제는 당신에게 사랑 그 이상을 느낍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친한 친구이고,

생을 함께 나누는 가족입니다.

그런 나의 당신의 수고가 안쓰러워 기꺼이 내 몸을 움직이고

당신의 고생이 애틋하여 소상히 감사를 표하곤 합니다.

당신께, 부지런히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이 적막한 곳에 더 이상 내가 나를 가두게 만들지 않아주어서,

나를 홀로 두지 않고 옆자리를 꿰차고 들어와 주어서,

끝없이 당신으로 인해 소란할 수 있게 해주어서요.

고여있던 나와 찰랑이던 당신.

침잠하던 나와 흘러가던 당신.

당신은 끊임없이 내게 섞이고 섞여

기어이 불순물을 가시화 시킵니다.

그것들을 직시하고 마침내 걸러내게 합니다.

우리 이것들을 모조리 정화시킵시다.

결핍으로부터 도망쳐 새롭게 쌓아올립시다.

견고하게.

무엇도 우리를 해할 수 없게.

오늘밤은 엎드려 잘 생각입니다.

안기듯 엎드려 잘 생각입니다.

이불을 겹겹이 덮어 무게를 느끼고

당신이 놓고 간 잠옷에 코를 박고 그새 흐려진 향을 맡을 겁니다.

당신없이 보내는, 첫 번째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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