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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사람

by 윤한솔

해놓은 것 없이 나이만 먹었다는 당신과 나는

이다지도 닮은 점이 많아서.

하고 많은 것 중 풍파를 나눠가져서.

하필 그러하여서.

힘들어도 힘이 든다 말하지 못하는 우리는

지독히도 닮고 닮아서.

당신은 당신을 낳은 것이고

나는 나에게서 태어난 것일지도 모르지.

서로가 가엽지만 대신 살아줄 수 없는 생이기에,

차라리 서로의 죽음을 바랄까 우리.

끝이 난다면 비로소 끝맺을 수 있으니까.

지겹고도 지루한 이 생 말이야.

어쩐지 우리에게만 가혹했던 것 같은 이 모진 삶 말이야.

당신은 언제 그렇게 늙어졌어?

손등위로 불거진 혈관과

구겨진 기름종이같이 얇고 주름진 살갗을 한 손은

당신의 손이 아니었던 것만 같은데.

왜 내 허락도 없이 늙어갔어?

나를 스물여덟에 낳은 당신은 내 기억 속 분명 서른여덟이었는데.

이젠 내가 그때의 당신의 나이와 비슷해져 가고 있대.


참 희한한 일이지.

내가 자라면 당신은 늙어.

내가 늙어지면 당신은 사라지겠지.

우린 사는 동안 같은 시간을 살 수 없는 존재인거야.

왜냐면, 당신이 날 낳았고 난 당신에게서 태어났으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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