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 눈빛이
너를 마지막으로 담뿍 눈에 담아 기억하려는 빛을 띠면
넌 반드시 날 꼭 안아줘야 해.
입을 맞춰 숨을 불어넣고
끊임없이 쓰다듬어 감각을 일깨워 줘야해.
늘 그랬듯 장난을 치면서 정신없게 혼을 쏙 빼놔야 해.
네가 나를 떠날까 두려워 내가 먼저 너를 떠나려고 하면
너는 멍청한 나를 바로 잡아 줘야해.
나는 네게 닳을까 무서워지는 애정이고 싶어.
혹여 날아갈까 미리 서글퍼하는 마음이고 싶어.
너무도 소중해 매순간 두려워지는 존재이고 싶어.
나는 사랑을 불안으로부터 배워서
네게 불안한 사람으로 자리 잡고 싶은가 봐.
바라는 것들이 이다지도 평범치 않은 것들이야.
누가 보면 나 없는 너의 불행을 바라는 줄 알겠어.
몰래 준비해서 언제든 너를 떠날 사람인 줄 알겠어.
내가 먼저 떠날 일은, 그럴 일은 없을 텐데 말이야.
사실 매일 너와의 끝을 생각해.
우리 일상에 작은 균열이라도 가면
세계가 붕괴하는 상상을 하곤 해.
바라는 미래를 그리는 것은 나는 어쩐지 할 줄 모르고
바라지 않는 것만을 끊임없이 덧칠해서 더욱 선명해지게 만들어.
그 선명함에 끝없이 희석되어 나라는 존재는 흐려지지.
너는 내가 없어져도 하루 이틀 앓다가
금방 털어내고 잘 살아갈 사람인 걸 알아서 그런 건지도 몰라.
밥도 잘 먹을 테고 일상도 탈 없이 이어가겠지.
더 새로운 것과 더 재밌는 것을 찾을 테고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 속에 섞여들겠지.
나를 떠올리는 일 조차 없겠지, 없겠지.
순식간에 나는 있지도 않았던 사람이 되어 버리는 거야.
그래 어쩌면 너의 불행을 바라는 건지도 몰라.
내가 없으면 안 된다는 걸 확인하고 싶은 거야.
그래 그런 거야.
나만이 네가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인건 조금은 억울하잖아.
내 사랑은 이리도 어려.
어른의 사랑 같은 거 나는 할 줄 몰라.
형체가 없는 일이야.
일어나지도 않은 일이야.
하지만 젖은 손으로 심장을 꽉 쥐어짜는 듯한 고통이 와.
목의 저 밑부터 잠겨와.
너는 내게 그러해.
그런 고통이고
그런 사랑이야.
더는 과거로 변할 현재가 없어지면
이별의 곁가지는 참 깊게도 뿌리를 뻗겠지.
네게는 나를 송두리째 망가트릴 힘이 있으니까.
너를 잃는 것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릿해.
나는 부러 마음 쓸린 곳에 온갖 독한 것을 마구 문대어
감염을 시키고 염증을 만들고 끝내 곪아버리게 두겠지.
엉망이 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지도 몰라.
너 없는 내가 이 모양 이 꼴이 되어버렸단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시켜 주고 싶을 거야.
하지만 돌아오는 건 차가운 눈길,
혹은 취급조차 않는 취급일 테고
나는 땅을 보며 우는 것밖엔 할 수 있는 게 없을 테지.
눈물이 떨어져 땅에 닿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 얼굴을 맞댄 채로 눈물을 스미게 하겠지.
고개를 들 힘조차 없겠지.
왜 이렇게 많이 사랑한 걸까.
조금만 사랑할 걸.
마음을 다 주지 말걸.
나의 존재는 남겨둘 걸.
온통 너로 채우지 말걸.
네가 되지 말걸.
후회해봤자 돌이킨대도 나는 다시,
많이 사랑하고
마음을 다 주고
내 존재는 지우고
온통 너로 채워 네가 되어버리겠지.
말했잖아.
나는 어른의 사랑 같은 건 정말이지 할 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