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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것저것 Dec 23. 2021

한강 위 영웅들

한강 수난 구조대

코로나 블루로 인한 무기력함과 긴장감이 오가며 세상이 무거워지고 어두워졌다. 많은 이들의 마음은 힘들고 지쳐간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예전처럼 놀지 못하고, 활기찬 학교는 사라졌다. 학업에 지쳐가는 학생들은 힐링을 원하고 직장인들과 자영업자들에게는 활력이 떨어졌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정말 신기하다. 어느 연예인의 사건사고가 터지면 예전에 있던 관련 영상이 올라오고, 우연이겠지만 배가 정말 고플 때 보다 보면 치킨을 먹는 영상이 나온다.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았으니 이게 올라왔겠지 라고 생각하며 넘기지만, 최근 시험기간에 자살 관련 영상들이 많이 나의 알고리즘에 올라왔다.

‘다리에서 뛰어내리려는 사람을 본다면?’ ‘다리에서 자살하려는 사람을 본다면?’이라는 실험카메라를 한 영상들이 올라오고, 그걸 보던 중에 다큐 3일에서 방영한 ‘여의도 수난 구조대’라는 다큐를 보게 되었다.

 

마포대교에서 뛰어내리려고 하는, 위급한 상황이 생길 때 육지 구조대도 출동하지만 정말 위험할 때는 수난 구조대 분들이 출동한다. 24시간 cctv로 관찰하며 위급상황에 대처하고, 혹시라도 다리에서 생을 마감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최대 시속 90km로 달려 출동한다.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가 가장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시간대라고 한다. 모두가 잠들 조용한 시간에 자신의 생명을 끊을 만큼의 외로움과 괴로움이 더 깊어진다는 사실은 너무 가슴이 아프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어도, 밤이 늦은 시간에 들어줄 타이밍을 놓친다면 그들의 목숨까지도 놓칠 수 있다는 생각에 아찔하다.  


모든 대교에는 생명의 전화가 있다. 아마 저들과 같이 자신이 괴롭다고, 힘들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설치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들의 목소리가 떨리거나 위태로워 보이면 119에도 신고가 되고, 경찰과 구조대가 동시에 출동을 한다.  


영상 속에서의 출동 장면은 한강 다리 위에서 세상을 떠나려고 했던 그들의 소리 없는 흐느낌과, 그들을 살리고자 하는 구조대원들의 간절함과 긴박함을 통한 대립은 결코 가볍지 않았고, 그러한 장면을 보면서 긴장감과 슬픔을 느꼈다.


구조대원분들이 최선을 다해서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힘쓰고 간절하게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하는 부분은 정말 감동이었다. “생명은 소중하잖아요, 그것만큼 소중한 게 어딨어요”, “누군가의 가족이고, 아들이고, 부모님일 테니까 사명감을 갖고 합니다” 등 기억에 남는 말들이 너무 많았다.  


저 다큐를 보고 저러한 말들이 가슴속에서 잊히질 않았다. 나는 죽으려고 생각을 한 적도 없고, 죽을 만큼 힘들었던 적도 없는데 이영상이 나의 마음속에서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던 이유를 생각해봤다.


그건 아마, 나의 주변인들과 지금 세상의 힘듦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겹쳤기 때문인 것 같다. 요즘도 뉴스나 기사들을 보면 누군가가 자살을 했다는, 가슴 아프게 죽은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내용을 보면 감히 내가 가늠할 수, 판단할 수 없지만 이러한 일 때문에 사람이 극한에 다다라서 죽음에 까지 가는구나 라고 생각한다.  


또, 앞서 말했던 유튜브의 알고리즘을 얘기해보자면, 그러한 영상들의 조회수가 높고 추천 영상으로 올라오는 이유는 그만큼 힘들었던 사람들이, 안 좋은 생각을 했던 사람들이 이런 영상을 찾아보고 자신의 상황과 빗대어 보며 위로받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라는 추측을 하게 된다. 영상 속에서는 모두가 자살을 말리고 진심 어린 걱정과 조언을 해준다. 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위로를 받고 싶었을 수도 아니면 자신의 이야기를 그저 묵묵하게 들어주는 것을 진정 원했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있어서 한강이란 곳은 정말 낭만적인 곳이다. 어릴 때부터 친구들과 가서 힐링도 했고 새벽에 자전거도 타면서 답답함을 날렸던 공간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삶의 끝자락에서 생과 사를 결정짓는 곳으로 될 수 있다는 것이 슬프면서 답답하다.


지나갈 거예요. 이렇게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곳에서 생을 마감하기에는 너무 아까워요. 저 앞을 봐요. 한강의 야경, 저 멀리 보이는 수많은 건물들과 사람들. 그대의 삶은 절대로 가볍지 않고 너무 멋져요. 내가 위로하고 관심을 줄게요. 다 잘하고 있어요. 낯 부끄러워할 수 없었던 말들, 무관심의 세상 속에서 살아갔던 나의 지난날들이었지만 이제는 나의 사람들에게 안부 인사를 건네 봐야지.


‘잘 지냈지? 난 잘 지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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